Chapter 75
1.
현실은 창작물과 다르다.
저 문장은 이 세계를 오직 창작물로 접해왔던 나에게 있어 참 여러모로 의미가 각별한 문장이다.
이는 경고였다. 내가 나 자신에게 전하는 언제나 현실감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일종의 경고이자-
내 신념의 근간이 되는 문장이기도 한 것.
나는 영웅을 꿈꾼다. 또한 실제로 영웅다운 행동을 원칙으로 삼아 행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영웅’이란 것은 현실에 한참이나 동떨어진 것.
그렇기에, 나는 언제나 현실감이란 것을 갖추고 살아가야만 했다.
이상만을 쫓으며 살아가다간 언젠가는 발 아래가 불구덩이인지 가시밭인지를 모르게 될테니까.
현실적으로, 그리고 이상적으로.
내가 바라는 방향성에 걸맞게, 그리고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그리고, 환영에서 들었던 말을 인용하여- 나 자신을 지옥에서 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양면 모두를 이해하고 깊게 숙고해야만 했다.
인류가 미지를 두려워하여 지혜를 바랬듯이, 나 또한 상응하지 못할 두 영역을 이해하기 위한 지혜를 갖추어야만 했기에.
그래야만, 이 지옥과도 같은 현실에서 영웅이라는 목표를 꿈꾸고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언제나 생각한다.
창작과 현실을 구분하는 가장 큰 것은 무엇인가.
현실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할 영역은 어디인가.
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겠다.
“…변수.”
하나의 각본, 하나의 스토리를 따라가는 창작물과 달리, 현실은 미래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이상에야.
때문에 내가 항상 고려하는 것은 변수였고.
이번 사태도 마찬가지였다.
한때, 이 세상을 창작물로 보았던 나이기에 그러한 부분을 더욱 세심하게 파악해야만 한다.
어째서 비나는 아비도스 시내에 나타났는가.
왜 지상에 테러화 오토마타가 습격을 감행했는가.
무슨 이유로 이 시점에 공격을 받게 되었는가.
나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기에?
그건 너무나도 편의적인 상황이라고 밖에 말 못한다.
내가 있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내가 사라진다면 문제가 사라지는가? 아니다. 이 사태는 없던 문제가 생겨난 것이 아닌, 향후의 일이 앞당겨진 것이다.
비나의 등장은 결국 언젠가 ‘총력전’이라는 형태로 등장한다. 지금보다 더 이후의 시기에 말이다.
하지만 어쩐 이유에선지 비나는 이 시기에 나타났고, 지상에선 아비도스에서 관측된 적 없는 테러화 오토마타까지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
모든 결과에는 나름의 인과가 따른다.
그러니 즉─.
“발생 시기를 앞당긴 원인이 있다.”
이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리고 그 범인을 추론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후보는 둘.
아니, 둘 모두가 범인이라고 봐야겠지.
“카이저, 그리고 게마트리아.”
테러화 오토마타를 기용할 수 있는 집단.
본래의 역사대로라면 비나를 ‘제압’하고 있었을 카이저 PMC의 대 데카그라마톤 대대의 존재 여부.
두 집단이 협력한 결과일까?
그게 아니면…….
“각기 다른 목적이 우연히 합일한 것일까.”
변수에 또 다른 변수가 더해진 결과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공교로운 부분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저 두 집단이 협력하진 않았을거 같은데.’
게마트리아가 카이저를 이용하면 했지.
애초에 카이저와 접근한건 검은 양복 뿐이잖은가.
…….
모르겠다. 지금 확신할 수 있는건, 적어도 이 도시에 나의 적대 세력이 둘 이상 존재한다는 것.
지금은 이 정도로만 정리하면 되리라.
“후우.”
상황은 참 복잡해졌지만 내가 할 일은 간단했다.
힘을 모아야지.
동료를 모으고, 나 자신이 성장하고, 장비를 맞추고, 자금을 쌓고, 정보를 수집하고.
하나의 사건이 끝났으니 잠깐의 휴식은 필요하겠지만 결국 해야할 일은 달라지지 않는다.
거기다-
“……그때 보았던 환영의 정체도 알아내야겠지.”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던 의문 가득한 내용들.
그것도 언젠가 한번 깊게 파고들 필요가 있었다.
환영 속의 내용들. 그것들은 아마 짐작하건데, 나의 ‘신비(神祕)’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니까.
아니, 어쩌면 신비 뿐만이 아니라 내가 이름을 잃어버린 원인과 키보토스에 빙의하게 된 이유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상향, 그리고 특이점이라…….”
절로 표정이 구겨지게 만드는 단어들이다.
누군지도 모르는 놈을 두고 이상향이니 영혼이니 들어도 그다지 와닿지도 않고 짜증나기만 했기에.
한숨을 내뱉으며 속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을 무렵, 찌릿- 하며 초감각이 누군가의 접근을 알려왔다.
딱히 경계하지는 않았다.
누군지 대충 짐작했기에 빠르게 표정을 관리하며 발소리가 가까워지는 문을 바라보았을 뿐.
그래. 지금 문제는 그런 것들이 아니지.
문 너머에서 다가오는 저 상황이야말로 문제다.
끼익-
그리고 문이 열리자 들어오는 한 소녀.
게임에서나 보았던, 핑크색 땡땡이 잠옷에 노란색 가디건을 어깨에 걸친 악마 소녀가 방으로 들어왔다.
평소 보여주던 모습과 달리, 가냘프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하는 여리여리한 인상과 복장에 절로 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나는 눈을 크게뜨며 허리 아래까지 내려온 복슬복슬한 백발과 늘어뜨린 악마 날개, 머리에 솟아오른 네 쌍의 뿔을 한 눈에 담았다.
귀엽다. 그리고 사랑스럽다.
내가 좋아하던 캐릭터가 눈앞에 있다는 사실을 오랜만에 실감하며 저절로 탄성이 입에서 흘렀다.
이내, 그 소녀는 요요하게 빛나는 보라색 눈동자를 내게 맞추며 말을 걸어왔다.
“아, 안녕. 기다렸어……?”
“…….”
소라사키 히나.
그녀가 잠옷만을 걸친 채 나타났다.
마치, 이제부터 나와 함께 자겠다는 듯이.
“저기, 히나. 그 정말로 같이 잘거야……?”
“……생각 바뀌었어?”
“아니, 그건 아닌데… 둘이서 자면 불편할까봐.”
“난 괜찮아. 오히려, 같이 자고 싶어.”
“예?”
선생님.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면.
나는 순간 당황해서 히나를 바라보았다. 뭐죠?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그러자 히나도 방금 자신의 말에 오해의 소지가 있음을 알아챘는지 마찬가지로 당황하며 손을 휘저었다.
“아, 아니, 내 말은…! 이렇게 친구랑 함께 자는게 처음이라서, 그래서 기대한다는 말이었어……!”
“아.”
다행이다. 잠 못잘 뻔.
“그래도, 처음이 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
히나야, 제발. 날 시련에 들게 하지마.
“오, 오늘 잘 부탁해. 히이로.”
순간, 머릿속에 가득차던 고민들이 싹 사라졌다.
그 무엇보다 위험한 상대가 나타났다.
심정적으로.
2.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하루를 같은 집에서 보내다보니 저녁이 찾아와 자연스레 잠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거론된 것이다.
처음엔 내가 거실에서 자겠다고 했으나, 손님이자 환자였던 나를 거실에서 재울 수 없다고 히나가 거절. 되려 자신이 거실에서 자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그걸 두고볼 수 없었던 내가 거부하고, 잠자리에 대한 것으로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같은 방에서 같이 자자는 이야기가 나와 지금 상황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이르러 그 선택이 얼마나 치명적이었는지를 깨달아야만 했다.
사람이 너무 충격적인 것을 보면 몸이 굳는다고 했던가, 나는 그 말을 실시간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왜, 그래……?”
잠옷 차림이 히나는 내 굳은 반응을 보며 순수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행동 하나하나에 깃든 귀여움에 심장이 쪼그라드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간신히,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히나. 머리카락 한번만 만져봐도 될까.”
“으, 으응? 가, 가능하긴 한데…….”
차오르는 욕망을 애써 제어하며 내뱉은 부탁.
그것은 복슬복슬한 저 머리카락을 조금 만져보고 싶다는 간단하면서도, 다소 쑥스러운 부탁이었다.
다행히도 히나는 쉽사리 허락해주었다.
뚜방뚜방-
절로 입가가 풀어질 수밖에 없는 편안한 모습의 히나가 귀여운 소리를 내며 맨발로 걸음을 옮긴다.
그녀는 피곤함이 깃든 눈동자를 한 채, 내가 걸터앉아있는 침대로 가까이 다가왔다.
미친. 개귀여워.
점차 가까워지는 히나. 그녀의 작은 체구가 점차 시야에서 커져갈수록 내 심장의 고동이 거세졌다.
딱히 흥분했다거나 그런건- 아니, 물론 흥분하긴 했지만 성적인 의미에서의 흥분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애캐가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으면 누구나 이렇게 된다고.’
히나는 내 ‘블루 아카이브’의 최애캐였다.
그런 아이랑 거리가 가까워진 것만으로 행복한데, 이렇게 같은 방에서 자고, 머리카락도 만질 수 있다?
치사량이다.
이 이상 기쁨을 느낀다면 터져 죽어버릴지도 몰라.
잡생각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흥분을 최대한 가라앉혔다. 덕분에 심장 박동이 잦아들긴 했지만, 이내 히나와 가까워지며 그녀의 향기를 맡은 순간 내 심장은 다시금 뛰기 시작했다.
‘시발. 미치겠네.’
내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면.
이 상황에서 과연 참아낼 수 있었을까.
…….
모르겠다. 확신을 못하겠어.
그렇게 고뇌를 하고 있을 무렵.
포옥-
히나가 옆자리에 앉자 침대가 눌리며 기울어졌다.
내 몸이 약간 쏠릴 정도의 무게감. 푹신한 매트리스 덕에 우리의 거리가 조금 가까워지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그렇게 히나와 눈을 마주쳤다.
“…….”
“…….”
보랏빛 눈동자와 푸른 눈동자가 교차한다.
어느새 히나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아마 나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다.
묘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침묵이 둘 사이를 채웠다.
꼴깍. 저절로 침이 삼켜지는 순간.
우리는 서로 아무런 말도 없이 서로를 보았다.
“…….”
“…….”
히나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까.
어떤 전투를 치러도 지금보단 덜 떨렸던거 같은데.
괜히 머리카락을 만진다고 했나.
이러다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진 않겠지?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체감상 몇 분은 지난 것 같은 순간이었지만, 실제론 몇 초에 불과했으리라. 그리 생각하며 침묵을 깼다.
“마, 만진다……?”
이런 씹. 존나 변태처럼 묻고 말았다.
“으응. 마음대로…….”
“…….”
하지만 내 경악스런 속마음과 달리, 히나는 순순히 등을 돌려 내게 머리카락을 보여주었다.
아니 선생님. 그렇게 반응하시면 어떡해요.
나는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곤 천천히, 손을 뻗어 등을 가리는 새하얀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가늘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이다.
나의 것과 비슷한 백발이지만, 뭔가 달랐다.
히나의 머리카락은 좀 더 포근하다고 해야할까.
“되게 부드럽네…….”
“읏-!”
“…….”
“…….”
내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움찔하며 몸을 떨어대는 히나였지만, 나는 애써 무시하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이어서 쓸어넘겼다.
귀한 것을 다루듯, 아주 천천히.
스윽- 스윽-
그렇게 히나의 머리카락을 경험(?)하길 잠시, 나의 시선은 히나의 머리 한켠에 닿아있었다.
뿔.
악마에게만 있는 기관.
‘……만져보고 싶기는 한데.’
멋대로 만졌다가는 무슨 화를 입을줄 모르니 우선 물어봐야겠다 싶어서 입을 열려는 찰나.
“그, 그만…….”
“에?”
“이, 이제 충분히 만졌지? 그럼-”
갑자기 히나가 파업을 선언했다!
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떡 벌렸다.
그런 내 반응에 당황했는지 히나는 이어가던 말을 멈추곤 우물쭈물하더니 조용히 내게 다시금 머리를 내밀기에 이르렀다.
얼굴을 붉힌 채로 말이다.
“헤헤.”
나는 웃으며 다시 히나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이번에는 뒷머리가 아니라 히나의 앞머리와 뿔 주위를 쓰다듬으며 히나의 머리카락을 경험했다.
마찬가지로 보드랍고, 되게 관리를 잘했다고 여겨지는 머리카락이었지만 방금 씻고나온 탓인지 물기가 묻어나오는 머리칼이었다.
앞머리를 슬쩍 쓸어보니 귀엽게 눈을 뜨며 나를 위로 쳐다보는 히나의 시선이 드러났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광경에 싱긋 웃어주자 히나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팍 숙였다.
이런 너무 가까이 붙어있었나. 하지만 나는 여기서 멈추지않았다.
“히나.”
“흣, 흐으읏…….”
“…히나?”
“어, 으응! 왜 불러?”
“혹시… 뿔도 만져봐도 돼?”
“뿌, 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히나는 잠시 뭔가를 고민하더니 이내 전에 본 적 없던 수준으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더니 슬쩍 양손을 들어올려 자신의 뿔을 감싸곤 뒤로 몸을 빼내었다.
뭐임? 뿔 만지는게 저렇게 부끄러운 일인가?
“미안. 너무 무리한걸 부탁했으면…….”
“아, 아니야. 그게 아니라… 지금은 조금 민감- 아니, 예민한, 응! 예민한 시기라서……!”
“아하. 그렇구나.”
그건 몰랐는데.
뿔도 예민한 시기가 있었다니, 신기하네.
히나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마음을 접었다. 아쉽지만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괜찮아지면 또 부탁하면 되겠지, 뭐.
“그, 그래서 이제 만족했어…?”
“헤헤. 엄청나게.”
“……그럼, 다행이고.”
뭐랄까, 오히려 이렇게 낯간지러운 일을 하고나니까 오히려 긴장이 더 풀렸다.
함께 잠을 잔다는 상황 자체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것에 시선을 돌린 덕분이려나.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긴장도 풀렸겠다, 나는 어색하던 분위기를 집어던지고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히나에게 말했다.
“…무엇를?”
“후후후. 여자끼리 합숙이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 있잖아. 진실게임 아니겠어?”
“지, 진실게임……. 그렇구나…….”
……사실 만화와 소설로 수집한 정보라서, 이게 당연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친구 간의 거리를 좁히는 데에는 이보다 더 확실한 수단은 없지 않을까? 특히 여자애라면.
“으음. 들어본 적 있는거 같아. 수학여행에서 같은 방을 쓰는 아이들까리 그런걸 한다는 말이 있었지.”
“히히. 우리도 이 참에 ‘평범한’ 여학생처럼 서로의 마음이나 가까워져볼까?”
“응, 좋아…!”
예상했던 대로, 이런 일들에 흥미가 있었는지 눈동자를 빛내며 내 제안을 승낙하는 히나였다.
나는 씨익 웃으며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히나를 향해 이불을 들추며 말했다.
“이리로 들어오도록 해, 아가씨.”
흐흐흐.
자. 우리 몸도 마음도 가까워지자.
야광공룡은 없지만, 모두의 친절한 이웃은 있다고.
“……푸흣. 뭐래. 너 말투 이상해.”
“참 나. 그러는 히나도 평소 선도부장 때랑 지금이랑 말투 엄청 다르면서!”
“그, 그건……! 그렇게 따지면 히이로도……!”
우리는 서로를 향한 고로시를 시작으로 동거 첫날밤의 막을 올렸다.
3.
그 시각.
“선도부장이라, 쉽지 않은 강적인데. 어떻게 생각해, 히마리?”
[조, 조용히 하세요, 치쨩.]
히이로가 선도부장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히마리의 반응이었다.
후배 사랑이 지극한 히마리인 만큼 아무래도 히이로가 걱정되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과연 그게 걱정의 감정 뿐일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걱정하지마. 조만간 돌아올거야. 지금은 상처 치료 겸, 휴식을 취하고 있는거라고 했잖아. 히마리 네가 생각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니까?”
[하, 하지만 만약 게헨나가 히이로의 정체를 알아채고 그 아이를 놓아주지 않는다면……!]
“어휴.”
히마리의 불안 가득한 외침에 치히로는 고개를 저었다. 이럴 때면 천재 미소녀라는 이명도 다 소용이 없구나, 하면서.
“히이로는 그 비나도 쓰러뜨리고 왔는데?”
[…….]
거기까지 말하자 히마리는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히이로가 게헨나에게 쉽게 붙잡힐 실력이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
뭐, 아직까지 연락이 닿지 않은건 불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만…….
“싹 다 전기에 타버렸을텐데 어쩔 수 없지.”
[…….]
핸드폰이고 뭐고, 연락할 수단이 사라졌는데 뭐.
치히로는 대답하지 않고 뚱한 표정을 짓는 히마리를 보며 쓰게 웃었다.
“아무튼 그리 신경쓰지 마. 히이로도 분명 조만간 다른 수단으로라도 연락을 취하려고 할테니까. 시간도 늦었는데 어서 자, 히마리.”
[……알겠어요. 고마워요, 치히로.]
“별 말씀을.”
그리 말하며 치히로는 히마리와의 통신을 종료했다.
“…인기가 많아도 고생이구나, 히이로.”
치히로는 그리 중얼거리며 혀를 찼다.
히이로의 먼 미래가 벌써부터 그려지는 듯하다.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 인기있는 삶이라.
흠.
“뭐, 나와는 상관없나.”
킥킥. 치히로는 웃으며 침실로 향했다.
이만 자러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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