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74



1.

“돈코츠 라멘 하나 주세요.”

“주문 받았습니다! 마스터, 여기 돈코츠 하나!”

“알았다!”

비나의 습격이 발생하고 며칠이 지났다.

세간에서 아직까지 ‘강철 뱀’이라고 불리우는 비나의 등장은 키보토스에 큰 이슈를 불러왔지만 정작 그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아비도스는 평화로웠다.

아니, 평화를 넘어 간만에 여유를 느낄 수 있을 정도라고 해야할까.

이렇게 세리카 자신이 맘편히 다시 알바를 시작할 수 있게 될 정도로 말이다.

가까운 곳에서 전투가 발생해서 시바세키 라멘집이 무너질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모래 폭풍으로 유리창이 깨지고 실내가 더러워진 것을 빼면 가게는 멀쩡한 상태라고 했으니까.

‘그 게헨나 선도부가 이런 부분까지 도와줄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어쩐 이유에서인지 선도부장은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를 자신이 일부 부담해서 해결해주겠다고 했다.

오히려 불온한 의도로 찾아와서 본의 아니게 비나와 전투를 치러야했던 게헨나가 더 바빴을 따름.

그쪽은 어째서 사건 발생 당시에 선도부가 아비도스 자치구에 있었는지도 해명해야 된다고 했었으니.

물론, 비나를 함께 격퇴했다는 결과를 내었기에 여러모로 참작될 여지가 충분한데다 똑똑한 선도부장이 있는 곳이기에 잘 해결될 것으로 생각된다.

어찌됐든, 아비도스가 평화로운 이유는 간단했다.

아비도스는 주변 건물이 조금 부서진 것을 제외하면 그렇다 할 피해를 입지 않았으니까.

모래 폭풍으로 시내가 더러워진 것과 안그래도 좋지 않던 치안이 더욱 불안해진 정도였지만…….

‘아니, 오히려 더 좋아진건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카이저가 더 이상 이자를 청구하지도 않고 자신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는 점, 실크가 한번 방문했다는 이유로 인근의 불량배들이 눈치를 보며 쉬이 행동하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이번 사태를 직관한 시민들이 아비도스 자치구를 응원한다는 이유로 기부금을 보냈다는 점.

이들 대부분이 실크의 행동에 감화되어 한번이라도 그녀에게 기부를 해보았다는 것으로 보아, 이 또한 실크의 덕분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러는데 안좋아할 수가 있겠어?’

실크는 비나를 물리쳐준 일로도 모자라, 아비도스에 즐비했던 수많은 일들을 해결해주었다.

아직 많은 문제가 남아있지만 이제껏 대책위원회를 괴롭게하던 카이저나, 불량학생, 그리고 막대한 이자까지 사라졌으니 그야말로 기쁜 일이었다.

하여,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현재 아비도스는 전례 없는 평온함을 느끼고 있는 셈이었다.

“그래서, 네 친구들은 잘 지내고 있나?”

이렇게 라멘집 일이 마무리되면 바쁘게 다음 알바를 하러 달려가는게 아닌, 사장님과 짧게 여유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을 정도로.

마스터 시바는 행주로 주방을 청소하며 마찬가지로 좌석을 정리하는 세리카에게 물었다.

“헤헤, 네. 많은 것들이 해결됐으니까요. 선생님 덕분에 정식 동아리가 되기도 했고, 모두들 기뻐하며 아비도스의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어요.”

“그동안 고생했으니 그에 대한 보상인 거겠지. 고생했다, 세리카. 앞으로도 열심히 해.”

“그럴게요, 마스터.”

해맑게 웃으며 대답하는 세리카의 모습에 마스터 시바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청소를 이어갔다.

평소엔 하루하루 살기위해 노력하는 아이였다면 지금은 아이다운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며, 속으로 뿌듯함을 달래는 마스터 시바였다.

“허, 그러고보니 틀린 말이었구나.”

“네? 어떤게 말이에요?”

그렇게 기분 좋은 침묵 속에서 청소를 이어가던 때, 돌연 마스터 시바가 탄식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세리카는 갑작스런 마스터 시바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이내 마스터 시바의 입가에 내걸린 미소와 눈빛에 담긴 경외감을 엿볼 수 있었다.

“실크 말이다. 그녀가 전에 내게 말했었다. 이 자치구가 더 나아질 순 없더라도, 더 나빠지게 하지는 않겠다고. 결국 나아지고 있으니 틀린 말인 셈이지.”

마스터 시바는 그리 말하며 허허 웃었다.

틀린 말이지만, 기분 좋은 틀린 말이라면서.

하지만 세리카에겐 다른게 더 중요했다.

“네, 네? 실크가 전에 이곳에 왔었어요?!”

“그랬지. 처음엔 실크인지 몰랐지만… 밖에서 싸움이 나더니 가면을 쓰고 바깥으로 나서더구나. 그리고 아까의 대화를 나누었지.”

“네에?! 그, 그럼 실크의 맨 얼굴을……?”

“음. 보긴 했지. 하지만 말해줄 생각은 없다고?”

“………!!”

무, 물론 조금 기대하긴 했지만!

세리카도 실크의 사정을 알기에 그냥 넘어갔다.

친분을 이용해서 자신이 동경하는 영웅의 정체를 까발리는, 그런 비열한 짓은 하고싶지 않았기에.

“다, 다음에도 또 올까요……?”

“그건 모르겠다만… 본인 말로는 우리 가게의 라멘을 참 마음에 들어한거 같더군. 아마 언젠가 찾아올 날이 오겠지.”

“그렇군요…….”

정확히 언제 올지는 모르는건가.

아쉬운 일이었지만 괜찮았다. 언젠가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으니.

그보다-

“그러고보니 지금 실크는 괜찮은 걸까요…….”

“……나도 걱정되는군. 분명 많이 다친 것으로 보았는데. 아직까지도 소식이 없으니 불안해서 원.”

실크의 이야기가 나오니 자연스레 실크의 안위에 대한 걱정으로 대화의 주제가 흘러갔다.

그도 그럴 것이, 전투의 막바지에 실크가 보여준 상태는 빈말로도 ‘괜찮다’라고 표현할 수 없는 몰골이었으니까.

가장 가까운 게헨나 학원으로 이송해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소식이 없었다.

키보토스의 전 시민이 실크를 걱정하는 상황, 게헨나 응급의학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표만 할 뿐 제대로 된 상황을 설명해주진 않았다.

일각에선 게헨나가 실크를 확보하고 놓아주지 않으리란 불길한 예측도 하고 있다지만…….

‘그 선도부장이 과연 그럴까?’

세리카가 눈으로 본 선도부장은 그럴만한 인간군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설령 그런 일이 발생하더라도 선임행정관이라는 사람의 독단이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하아, 그러고보니 히이로는 또 어디로 간거람.”

같은 시각,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자신의 친구.

나나시 히이로에 대한 행방마저 모르는 실정에 세리카는 한층 더 우울한 한숨만을 내뱉었다.

호시노 선배의 말로는 바쁜 일이 생기는 바람에 연락도 못하고 있다지만, 괜스레 신경이 쓰였다.

‘뭔가, 감이라고 해야하나.’

자신이 놓치고 있는 무언가가 있는 느낌.

처음엔 공교로운 타이밍에 사라진 히이로를 의심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저 의문과 궁금증이 남았다.

세리카는 그저 기도했다.

히이로가, 그리고 실크가 빨리 돌아와주기를.

2.

그 시각, 실크는…….

“드디어 이 날이 왔네요, 히이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기에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보인 것은 익숙한 소녀.

매번 자신을 밀레니엄 최고의 천재 미소녀 해커라며 소개하는 나의 든든한 아군이자, 믿음직한 선배가 눈앞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곤 지금 이 순간이 한없이 행복하다는 듯, 해맑게 미소짓는 모습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길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조금, 부담스럽고 당황스러울 정도로.

“앞으로도 저와 함께 해주실거죠?”

“…….”

나는 무어라 말을 하려다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여기서는 말을 꺼내기보단 행동으로 보여줘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그렇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히마리의 곁으로 다가갔고, 히마리는 그런 내 행동이 마음에 든다는 듯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내 손을 붙잡았다.

우리는 서로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다 이내 서로의 얼굴을 점점 가까이…….

…….

……?

응?

아니, 뭐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괴리가 눈에 들어왔다.

“선배, 어떻게 걷고 계세요?”

“그게 중요하나요, 히이로? 중요한건 조만간 저희의 결실이 곧 이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이죠.”

“…………예?”

결실? 태어난다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단어의 연속에 표정을 구기고있으니 히마리가 내 턱을 한 손으로 감싸더니 이내 고개를 아래로 천천히 끌어내렸다.

그곳에 히마리의 맨들맨들한 배가 있었다. 그녀는 한손으로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이 안에 저와 당신의 결실이 담겨있답니다?”

?

“아니 이게 무슨 소리에요?!!”

“당신의 아이랍니다. 히이로. 책임져주세요.”

그니까 그게 뭔 미친 소리냐고!!!

“지금 전 여자잖아요! 여자끼리 애가 어떻게 생겨!!”

“노력하면 가능한 일이에요. 알잖아요?”

“그게 뭔……!”

내가 남자로 변해있다면 모를까, 여전히 여자인 몸으로 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도저히 따라가기 힘든 전개에 머리를 싸매고 있던 그 순간이었다.

쾅-!

어느새 결혼식장으로 변해버린 주변 환경.

방금까지 나와 히마리가 가로질러온 대문을 박차고 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시발 아니겠지?

“난 이 결혼 반대야!!!!!”

“헉…….”

분노한 소녀의 감정에 반응하듯 흩날리는 백발.

흉흉하기 그지없는 보랏빛 시선이 나를 꿰뚫듯이 주시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쿵쿵 거세게 지면을 밟으며 내게 걸어왔다.

“감히 게헨나의 선도부장을 이런 꼴로 만들어놓고 도망갈 생각은 아니겠지, 히이로?”

“그, 혹시 너도?”

“응. 나도 너의 아이를 가졌어. 그러니 책임져.”

“…………와 시발. 전개 레전드.”

“그러니까 저런 여자는 버리고 나랑 결혼해.”

“뭣.”

“네에-?!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당신이야말로 물러나세요! 히이로는 저랑 결혼할거에요!”

쾅-!

“아니요!!! 혼인은 저랑 하셔야돼요, 당신!!!!!!!”

“시발?”

이번엔 와카모였다.

마찬가지로 웨딩드레스 차림이었다.

세 사람은 내게 다가와 소리쳤다.

“당연히 저, 아케보시 히마리를 믿어주시겠죠?”

“날 믿어, 히이로. 선도부장인 나를 믿어야 해.”

“저의 애정을 의심하지 말아주시어요, 당신.”

누구를 믿을까?

아무래도 내 업보가 큰 모양이다.

세 명의 미녀를 모두 임신시키-

“염병. 진짜 지랄하고 있네.”

아니 미친.

임신은 개뿔! 머리에 마구니라도 꼈나!

그제서야 깨달았다.

“하. 개꿈이구나, 이거.”

그 말을 내뱉은 순간, 괴상한 꿈에서 깨어났다.

3.

“…….”

모르는 천장이다.

기괴한 꿈을 꾼 직후, 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당황스러웠지만 방금 꾼 꿈에 비하면 나았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

‘병실이, 아니야……?’

어째서 자신이 깨어난 곳이 병실로 추정되는 새하얀 타일의 천장이 아닌, 일반 가정집에서나 볼 법한 벽지와 천장인 것일까.

그리고 왜… 자신은 낯선 침대에 누워있는가.

자신의 것이 아닌 향기가 코를 스쳤다. 묘하게 포근한 향기가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

킁킁.

뭐라고 할까, 햇살 냄새라고 해야하나?

계속 맡고 싶어지는 향기였다.

그래서 이게 무슨 상황임? 진짜 모름.

“일어났어?”

그 의문에 대한 답은 곧바로 나왔다.

“히나? 네가 왜 여기에…….”

“그야, 여기가 우리 집이니까 그렇지.”

“……예?”

뭐지? 납치당한 건가? 그게 아니면…….

‘아이 싯팔. 이상한 생각 멈춰!’

방금까지 개꿈을 꾼 탓인지 이상한 방향으로 생각이 흘러가기에 억지로 정신줄을 붙잡았다.

이상한 쪽으로 상상을 이어가려는 정신을 다잡고 있을 때, 히나가 가까이 다가오며 물었다.

요리라도 하고 있었는지 앞치마 차림이 인상적이다.

존나 이쁘네…….

“몸은 괜찮아? 아픈 곳은 없고?”

“으음. 멀쩡한거 같은데. 나 그렇게까지 오래 기절해있었나?”

“조금? 사흘 정도는 잠들어있었어.”

사흘이라.

긴거 같으면서도 짧은거 같기도 하고.

그 고생을 했는데 정신이 멀쩡한게 이상하다.

아니, 그것보다 더 중요한게 있지.

“…그럼 내가 왜 병실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거야?”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 널 게헨나로 데려오고 몇 시간이 지나니까 외상이나 내상이 나아있던데. 딱히 치료를 하지도 않았는데도 말이야.”

“…….”

“세나가 환자 아니면 관심없다고, 그냥 우리 집에서 재우라고 해서 데리고 온거야.”

세나세나야, 그게 무슨 소리니.

그보다.

치유력이 그렇게까지 빨라졌다고? 미쳤네.

이러다가 나중엔 데드풀 수준까지 가는거 아냐?

근데 이거 취조라도 당하는거 아닌-

“아마, 너의 또 다른 능력이겠지? 딱히 묻지는 않을게. 우리 학원은 그런 신비한 것에 좀 약해서 말이야. 아마 너희 학원에서 잘 조사하겠지.”

“그건 그렇긴 한데…….”

나에 대한 신뢰도가 의외로 높은건지 히나는 그냥 날 믿는다는 것으로 대화를 종료했다.

내가 얼빠진 표정을 지으니 작게 미소를 지은 히나가 문 바깥을 가르키며 내게 물었다.

“아, 맞다. 죽 끓여놨는데 먹을래?”

뭣. 히나가 해준 죽?

이건 못참지.

나는 곧바로 대답했다.

“응애. 밥 줘.”

“……무슨 말투야, 그건?”

“밥 줘.”

나는 침묵하며 히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거 묻지 말아다오.

그런 내 간절함이 그녀에게 닿은 것일까?

“흐흣. 알겠어. 조금만 기다려.”

“넹.”

피식 미소를 지으며 방에서 나가는 히나.

나는 그대로 다시 배게에 머리를 묻으며 생각했다.

이거 좀, 남친 간호하는 여친 같지 않냐?

“…….”

생각해보니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은거 같다.

음. 이대로 며칠동안 휴가나 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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