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72



1.

고통 속에 눈을 떴다.

– 후두둑….

몸을 움직이자 파편과 잔해가 쏟아진다.

얼굴에 부스러기가 떨어지고 난 후에야 내가 무슨 상황에 처해있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무너진 건물. 박살난 파편과 잔해들. 그리고 압박감.

아무리 힘을 주어도 꼼짝도 안하는 몸뚱이.

등과 허리, 어깨로 전해지는 무게감이 내가 잔해 아래에 파묻혀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건물 잔해가 나를 짓누르며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에 저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아주 익숙한 상황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어떤 영웅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적이 한번 있었지.

그리고 결국 이겨냈었다. 어떻게 이겨냈더라?

“…….”

의지로.

신념으로.

그리고 영웅심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다잡으면서 이겨냈었지.

방금까지 보았던 환영, 아니 어쩌면 단순히 개꿈일지도 모르는 것들이 아직까지 아른거렸다.

충격적이었지만 동시에 짜증이 치밀기도 했다.

뭐? 내가 해야할 일을 행하라고? 이 시발놈이.

그게 뭔데. 뭔지는 알려주고 가라고.

“그럴싸한 말만 내뱉고 사라지기냐? 이 씹-”

혼란스러운 정신을 다잡았다.

어쩌면, 환영 속 장면들이 진실일지도 모른다.

현재의 내가 너무나도 위태롭게 행동하기에 충고하기 위해서 그런 것들을 보여줬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나 날 잘 알고 있다면……!”

이딴 상황에서 내가 보일 반응도 알고있겠지.

영웅의 고결한 가면따위는 벗고, 오로지 ‘나나시 히이로’라는 사람으로써 그에 답했다.

“꺼져라! 내가 할 일은 내가 정하니까!”

나는, 누군가가 나의 삶에 간섭하는게 싫었다.

추구하는 삶의 형태가 타인에 의해 휘둘리는 것이 끔찍하게 싫었다.

그렇기에 그러는 작자들 모두를 적으로 삼았다.

나를 건드리고, 내 주변을 건드리고.

하여, 나는 환영 속에 비춰진 모두를 바라보며 강렬한 의지와 감정을 품을 수 있었다.

바로- ‘분노’라 불리우는 형태의 것을.

뿌드득-

근육이 찢어지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끄으읍!”

억지로 힘을 불어넣으며 몸을 일으키려고 하니, 전신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전신이 그리 호소해오고 있었다. 허나, 나는 멈추지않고 어깨에 쌓인 잔해를 들어올리기 위해 근육에 힘을 불어넣었다.

쿠구구-

드드드드드-

스파이더맨이 신념과 의지로 각성했다지만.

아직 미숙하기 그지없고, 영웅을 추구하는 사람일 뿐인 나로썬 동일한 것을 연료로 삼을 수 없다.

그러니.

그와 비슷하면서, 결이 다른 무언가를 담았다.

누군가를 향한 증오이며, 누군가를 향한 애환을.

또한 나 자신을 향한 분노로.

“내가 해야할 일을 하라고? 지랄 마라. 누구 맘대로 내가 할 일을 멋대로 정하고 있는건데?”

이번엔 내 마음가는 대로 살아가겠다.

처음부터 그렇게 정했다.

고작 좆같은 환영으로 나를 흔들겠다고?

아주 지랄하고 자빠졌구나.

쿠구구구구-

저 멀리서 울려퍼지는 비나의 괴성과 총성음.

무언가가 무너지고, 박살나며, 치열하게 전투가 이뤄지는 소리가 저 너머에서 들려왔다.

지긋지긋한 갈등과 폭력의 소음. 난 저것이 싫었다.

허나, 그럼에도 내가 닿아야 할 장소이기도 했다.

왜냐고? 내가 영웅을 목표로 하고있기 때문에. 그러니 난 저것에 가까이가서 전부 끊어버릴 것이다.

고요한 침묵과 평화. 그게 내가 목표하는 바다.

환영 속에서 보았던 것들이 아닌, 그저 지독하기 그지없는 이 현실에서의 침묵만이 내 이상향이다.

그 형상들이 빛과 모래, 소리로 내게 다가왔다.

“그러니까!!!”

뚝. 뚝.

핏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안그래도 상처 가득한 몸이었는데 힘을 쏟아넣으니 다시금 상처가 벌어져 피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신경쓰지않고 더욱 힘을 쏟았다.

내 어깨에 실린 무게를, 구속을 끊어내겠다는 일념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나한테 간섭하지마라-!!!!!!”

그리고 이내.

분노에 찬 외침을 토해내며,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내 잔해에 몸을 부딪혔다.

콰아아앙!

폭발음과 같은 소리와 함께 강한 충격이 일었다.

몸을 짓누르던 가장 큰 잔해가 옆으로 넘어갔다.

그 순간을 기점으로 나를 압박하던 잔해들을 치워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 개판이네. 몸뚱이도, 주변도.”

아팠다. 하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정확히는 죽을 뻔 했었는데 ‘나아진’ 것이었다.

아무래도 치유력이 성장한 듯한 모양.

예전이었다면 이보다 곱절은 되는 시간이 걸리고나서야 상처가 아물었을텐데, 지금은 벌써 상처 몇몇이 아물어가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거기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한번 죽을뻔한 경험에 이른 작용인지.

혹은 환영을 보고 얻어낸 보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치유력 뿐만이 아닌 다른 것들도 성장한 모양이었다. 초감각을 제외하고 말이다.

“쯧.”

아니, 성장하는 느낌과는 조금 달랐다.

묘하게 익숙한 감각이었다.

마치 잊어버린 것을 되찾아가는 과정인 것처럼.

알지 못하는 과거가 존재하듯, 마찬가지로 내가 잃어버린 힘 또한 존재한다는 뜻일까.

…….

아직 잘 모르겠다.

상념을 접고, 현 상황을 점검해보았다.

“씹. 죄다 박살났네.”

웹 슈터? 박살났다. 용액 캡슐까지 싹 다. 그나마 왼쪽 웹 슈터가 멀쩡했으나 캡슐 용량이 적었다.

인피니티? 형태는 남아있지만 기능이 멈췄다.

톰 포드 슈트?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질 않는다.

그 외의 여러 장비들도 전부 박살이 났다.

남아있는 것이라곤 간신히 형태만 유지하고 있는 가면과 내 히어로 슈트 뿐.

허허. 절로 헛웃음이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왜 이렇게 됐는가?

“……병신같은 판단을 내렸으니까.”

10만 볼트로 비나를 제압하겠다?

비나를 혼자서 상대하겠다?

시발. 비나가 괜히 ‘총력전’ 보스라고 불리겠는가.

혼자서 싸운다는 전제 자체가 멍청했다.

아무래도 영웅 행세한답시고 이상한 습관이 들어버린 모양이다. 이건 고쳐야 할 필요가 있었다.

“진짜 뒈질 뻔했네…….”

잔해더미 바깥으로 기어나가며 그리 중얼거렸다.

아마 치유력이랑 그 외 여러 가지가 없었다면 정말로 죽었을거다. 어쩌면 진짜 죽고 살아났을지도 모르지.

이번 경험으로 나는 깨우쳐야 했다.

나는 신이 아니고, 모든걸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환영을 보면서 알게 되었지 않은가.

결국 나는 어딘가에 가로막혀 절망할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럴 생각인가?

“아니.”

당연히 반면교사로 삼아야지.

그러니-

“이길 방법. 아니, 죽일 방법을 찾는다.”

마음을 도려내고 그 속에 의지를 담았다.

영웅이 될 순간과 그렇지 않은 순간을 구분했다.

지금 나는 사냥꾼이 되어야만 했다.

그러니 찾는다.

비나. 저 뱀 새끼를 담궈버릴 방법을.

나는 놈을 물러나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을거다.

죽여야지. 완전히 기능을 정지시켜 끝내야지.

그래야 후환이 남지 않겠지.

먼지로 더러워진 머리칼을 털어내며 생각했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뭐가 남았지? 뭐가 가능하지? 무엇으로 놈에게 타격을 줄 수 있지?’

맨주먹으로 달려들기?

내 주먹이 먼저 깨질 가능성이 높다.

무기. 무기가 필요하다. 그것도 단단한 무기.

앞으로 나아가던 내 시야에 무언가가 닿았다.

“…….”

아무래도.

또 한번 미친짓을 해야할 순간인 듯했다.

2.

[Kraaaaaaa──!!!]

실크가 모습을 드러내자 반갑다는 듯 소리치는 비나.

부르르 몸을 떨어대면서 느릿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아하니 실크가 준 충격이 꽤나 큰 모양.

그에 실크는 웃음을 흘리며 놈에게 다가갔다.

“또 만났구나. 반갑다.”

실크는 헐렁거리는 가면을 고정시키며 눈을 빛냈다.

귀화가 일렁이듯, 가면 너머로 푸르른 기세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비나도, 선생도, 다른 학생들도 모두 소름이 등을 내달리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실크의 분위기가 평소와 다르다.

뭐라고 할까. 전에는 어딘가 신비로웠다면, 지금은 그 신비로움이 다소 무섭게 변해버린 느낌이었다.

“이제 슬슬 끝을 보자고.”

그리 말하며 실크는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거기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뭐지 저건? 철봉? 철근이라고 해야하나?

저걸로 뭘 하려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품은 순간.

타악-!

실크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전보다 더 빠르게, 그리고 무겁게.

각 학원의 최강자라 불리는 이들이 아니라면 눈으로 쫓아가기도 힘들 정도의 속도로 달려드는 실크.

그녀의 손에는 여전히 철근인지 쇠봉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들려있었다.

비나는 눈앞의 강적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본능적인 두려움에 입을 벌렸다.

그리고 ‘아칠루트의 빛’이라 불리우는 패턴을 발동시켰다. 입안에서 응집되기 시작하는 고열 에너지. 히나와 호시노는 그 위험성을 알고 소리쳤다.

“실크! 위험해! 저 패턴은……!”

“정면으로 가선 안돼……!!”

허나, 실크는 그녀들의 외침에도 우직하게 정면으로 나아갈 뿐.

거기서 그치지않고 오른팔을 치켜들기까지 했다.

소리가 닿지 않은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방법이 따로 존재하기라도 한 것일까?

그러한 의문 속에서 이윽고 실크는 입을 벌려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투창이란, 오래 전부터 인간의 유구한 사냥 방식이지. 힘과 속도를 실어 적을 제압하는, 아주 전통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비나가 꼬리를 휘두르면 닿을 위치에 도달한 순간, 실크는 다리를 굽혀 도움닫기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이내.

터어어어엉-!!

실크가 강하게 발을 박차자 콘크리트가 갈라졌다.

지면을 밟고, 하늘을 날았다.

비나의 몸체를 가로지르고 놈의 머리에 닿았다.

순식간에 건물 하나의 높이를 ‘점프’로 도달한 실크의 모습에 모두가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인간을 초월하기라도 한 것일까?

그런 생각을 들 무렵, 실크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과연 너는 사냥감일까, 너희의 말마따나 예언자일까? 이제부터 난 그것을 증명해보려고 한다.”

오른손에 쇠봉을 치켜들고, 왼손으로 웹 슈터를 쏜다.

그리고 비나에게로 빠르게 접근하여 마치 창을 내지르듯 팔을 휘둘렀다.

온 힘을 다해, 전력으로.

그렇게 실크가 들고있던 쇠봉은 순식간에 그녀의 팔에서 떨어져 비나에게로 쇄도하였고.

이내.

쩌어어어어어엉──!!!

비나의 안면을 부수고 입천장을 관통했다.

거기서 그치지않고 실크는 또 하나의 쇠봉을 꺼내들었다.

“자. 어디 한번 견뎌내보아라.”

그 베놈마저 스파이더맨의 쇠봉 공격에 무너졌다.

과연 자신을 예언자라 칭하는 네놈은 이 공격에서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

정확히는 음파 공격에 무너진 것이지만, 쇠봉으로 후려쳐도 소리는 나오니 이것도 음파 공격인 셈이다.

나는 궁금했다.

베놈과 비나.

어떤 녀석이 더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아주 흥미로운 주제였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가?

물론, 두 녀석을 비교하기엔 가진 능력과 특징이 다르고 약점 또한 다르다는 점이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그건 내가 알 바가 아니었다.

“움직임이 많이 느리네. 많이 지쳤구나, 비나.”

지금 중요한건 눈앞의 자칭 예언자가 과연 어느 정도의 공격을 받으면 죽음에 이를 것인가.

실크의 눈동자에 깃든 살의가 귀화가 되어 눈가에서 불길한 빛을 토해냈다.

많이 지쳐보이는 비나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타인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그녀가 보이는 모습은 가히 사냥감을 눈앞에 둔 포식자가 보이는 반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실크 본인은 몰랐지만.

3.

하늘을 나는 불길한 푸른 빛의 영웅과,

지상을 휩쓸어버리는 강철 뱀 괴물의 싸움.

이 둘의 싸움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이제 거기에 선생이 이끄는 학생들과, 아비도스와 게헨나의 최강이라 불리는 둘이 추가되었지만.

화면 너머의 시청자들은 오직 한 명만을 보았다.

흉악하기 그지없는 푸른 빛을 토해내며, 거대한 괴물을 죽일 생각으로 쇠봉을 꽂아넣는 작은 괴물을.

이제는 대충으로도 인간이라 부르기 힘든 힘을 선보이는 자신들의 영웅을.

“……미친.”

이제는 환호나 감탄도 나오지않았다.

그저 충격적이었다.

실크가 선보이는 기묘한 전투방식과 압도적인 능력 앞에 입을 떡 벌리는 것이 유일했다.

비나가 쏘아보내는 화포를 몸으로 받아내며,

비인간적인 신체능력으로 원하는 위치에 쇠봉을 꽂아넣는다.

지상에서는 물량과 화력으로 비나를 압박하고,

공중에서는 실크가 비나의 모든 공격을 읽어내며 쇠봉을 꽂아넣어 충격을 가한다.

이제까지 비나는 두려운 괴물이었다면, 현재 실크가 합류한 이후부턴 토벌당하는 짐승에 불과했다.

적어도 화면 너머의 시청자는 그리 느꼈다.

“미쳤네, 진짜…….”

하여, 그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평소 실크가 보여주는 영웅적인 모습이 아닌, 괴물을 상대로 보여주는 노련한 사냥꾼과도 같은 냉혹함.

실크의 또 다른 면모에 당황하면서도.

“존나 멋있어.”

“실크 언니, 날 가져요!!”

“와 씹, 몸매보소.”

이미 실크라는 존재에게 대가리가 깨져버린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녀가 보여주는 갭에 기뻐했다.

실크가 원하는 바는 아니었지만, 키보토스는 다크 히어로라고 표현할 수 있는 어두운 히어로의 모습에 열광하고 있었다.

표현하건데, 다크 모드 실크의 열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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