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70



1.

원작에서 일종의 치트키로 활용되는 기물(奇物).

어른의 카드.

그 진정한 능력에 대해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지만, 메인스토리에서 카드를 사용한 뒤 나타나는 현상을 본다면 그 능력의 일부를 추측할 수 있었다.

같은 공간에 없는데도, 선생이 ‘학생 명부’에 등록했다면 그 학생을 불러올 수 있는 것부터.

청휘석이라는 재화를 통하여 학생의 능력과 기술, 더 나아가 신비를 성장시키는 것까지.

요컨대, ‘어른의 카드’는 일종의 현실 개변 장치였다.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고 선생의 삶과 시간- 어쩌면 수명마저도 대가로 삼아 원하는 바를 이 세계에 구현해내는 것.

이것이, 나나시 히이로가 판단한 선생이 지닌 ‘어른의 카드’의 능력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오컬트에 더 가까우며, 마법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능력을 실현시킨다.

강력한 능력인 만큼 대가도 적지 않겠으나, 그렇기에 작중에서 어른의 카드를 사용함은 곧 선생의 승리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였기에.

선생이 어른의 카드를 사용한다.

이는 즉, 선생이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도 현재의 싸움을 이기고야 말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그렇기에.

타타타타탕─!!

콰아앙─!!

그 상대가 아무리 테러화 상태인 오토마타라 하여도, 선생의 힘이 깃든 학생들을 상대로 버텨내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뜻이었다.

하물며.

“노노미! 전방에 연막을 형성시켜!”

“세리카와 하루카는 산개해서 두 사람을 엄호! 방패병을 우선해서 제거해! 그리고 치나츠는 후방에서 부상자를 치유!”

“선도부원들은 각자 현재 위치에서 시민들을 호위하면서 적 포병과 드론을 노려!”

“아루와 카요코는 두 사람이 나아가는 방향을 저격하고, 무츠키는 2시 방향에 폭발 가방 투척! 그리고 이오리와 시로코는 두 사람을 뒤따르며 진로상에 있는 적들을 쓸어버려!”

거기에, 선생의 지휘가 더해진다면.

아무리 마에스트로가 재현시킨 과거의 망령이라 할지라도 파도 앞의 모래성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선생이 이 순간 학생들에게 내린 지시는 그리 특별하지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각자가 할 수 있는 것을.

학생 개인이 지닌 개성과 특기를 살리라는 것.

그리고, 그 특기를 한 곳에 모아 호시노와 히나, 두 사람이 나아갈 활로를 열라는 것.

“네, 선생님……!”

“응, 그렇게 할게. 맡겨만 줘.”

“큿…! 알겠다고……!”

선생의 지시를 받는 학생들은 이 순간, 선생이 내리는 지휘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선생이 내린 지시가 정확했기에 감탄하며 그를 인정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전장 속에서 선생이 그 누구보다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한 존재임을 알고 있었기에, 더 나아가 지휘계통의 분산이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고 있는 그녀들이었기에.

그리고 선생이라면- 그라면, 모두를 위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 판단하였기에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하여, 선생의 선택을 따랐다.

그리고 변화하는 전장을 보며 그제서야 감탄했다.

선생의 눈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홀로그램에 대한 놀라움은 둘째치고, 선생은 마치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감지하기라도 한 듯이 매 순간마다 변화하는 전황에 맞춰 지시를 내리고 있었으니까.

어떤 변수가 생겨나더라도, 어떤 이변이 발생하더라도.

적재적소에 맞는 인물을 배치하고, 필요한 방법을 곧장 생각해내며 상황을 돌파해낸다.

엄청난 전략이 아니더라도,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이런 능력 덕분에 선생은 ‘지휘’라는 능력 면에서는 키보토스의 누구보다도 뛰어나다고 표현되었다.

그렇게.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테러화 오토마타와의 전투는 점차 선생과 학생들에게로 저울이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선생은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었다.

“지금이야! 두 사람 모두 달려!”

끊임없이 몰아치는 포화 속을 비집고 어떻게든 찢어내며 만들어낸 단 한 순간의 빈틈.

적들의 모든 시선이 분산되고,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을 유일한 순간. 찰나의 순간을 만들었다.

그를 놓치지 않고 선생은 소리쳤다.

선생의 외침에 적들의 분산된 시선이 점차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지만, 선생은 걱정하지 않았다.

투콰아앙─!!

신호를 입에 담아낸 직후, 두 소녀는 번개처럼 전장을 뚫고 강적에게로 달려나갔으니까.

2.

[호시노 선배! 피하세요!]

귓가에서 울려퍼지는 아야네의 외침에 호시노는 따지지 않고 곧장 발을 박차서 몸을 빼냈다.

콰앙-!!

방금까지 위치해있던 장소로 떨어지는 거대한 강철로 이루어진 꼬리가 보였다.

비나- 강철 뱀이 휘두른 꼬리였다.

호시노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놈을 상대로 그렇게까지 했다고?’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알겠다.

압도적인 크기. 살벌하기 그지없는 흉포한 기세. 짐승에 가까운 반응과 공격성까지.

한 방이라도 맞는 순간 전신이 박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하는 육중한 무게가 느껴진다.

퍼엉-!

“큿……!”

호시노는 공격을 피하기 무섭게 또 날아드는 공격에 다시금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멈춰서 생각할 틈도, 자신의 판단을 고민할 틈도 없이 호시노와 히나는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강철 뱀의 벌어진 입 안에서 쏘아지는 화포.

실크와의 싸움에선 그다지 보지 못했던 패턴이다.

쾅!

쾅!

콰앙!

고열의 에너지가 지면에 닿자 콘크리트 바닥이 가루가 되어 박살나는 모습이 이어진다.

호시노와 히나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갈라져 시선을 분산시켜 쏟아지는 화포 공격을 피했다.

패턴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키이잉─.

콰아아아아아아아──!!!!!

비나의 입 안에서 거대한 에너지가 응집되더니 마치 빔의 형태로 강력한 에너지파가 쏟아졌다.

“이런!”

“무슨……!”

히나와 호시노는 본능적으로 위기를 직감하고 몸을 날리다시피 하여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두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이 공격에 닿은 것들이 검게 타들어간 모습을.

일직선상에 있는 모든 것들을 문자 그대로 태워버리는 압도적인 공격. 히나와 호시노는 경악하며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화포 패턴, 레이저 패턴… 지금껏 관측되지 않은 패턴들이에요! 실크와의 싸움에선 보지 못했던 패턴이 어째서 이 순간에……?]

[거기다, 비나의 반응도 이전보다 더 격해졌어요. 실크에게 큰 피해를 입은 탓일지도 몰라요.]

지금 겪었던 이 패턴들 모두 실크와의 전투에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의문이 떠올랐으나, 그것을 궁리하고 있을 시간따윈 없었다.

정확히는, 이런 고민은 자신이 할 필요 없었다.

[아코 씨,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무래도 이전의 전투 상황과 지금의 차이점을 중점으로 판단해야겠죠. 결정적인 차이점이라면-]

[지상과 공중의 차이?]

[네, 아마 그 정도인 것 같네요.]

호시노와 히나를 서포트하는 오퍼레이터들.

아야네와 아코가 대신 고민해 줄 테니.

그러니 호시노 자신과 히나가 할 일은 간단하다.

직접 뛰어다니며 저 괴물을 처리하는 것!

하지만 어떻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비나가 쏘아대는 저 화포 탓에 가까이 접근할 수 없다는 점.

알아내지 못한 패턴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비나에게 그럴싸한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

이내, 호시노는 한 소녀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과 달리 저 괴물에게 타격을 입힌 한 영웅을.

그리고, 자신에게 깨달음을 주었던 한 소녀를.

자신과 똑같이 방패를 사용하면서도, 신기하기 그지없는 전투법을 선보이는 한 소녀의 방식.

“하하, 이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이 방식은, 지금껏 자신이 채택하던 전투방식을 전부 갈아엎는 수준이나 다름없었다.

총기가 아닌, 방패를 주력으로 쓰는 방식.

도저히 따라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형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래. 시도는 해 봐야지.”

이미 소녀에게 큰 감명을 받은 호시노다.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른 이상, 한번쯤은 시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야 말았다.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한번쯤 도박이라도 해 봐야하지 않겠나!

꾸드득-

호시소는 방패를 쥔 왼팔에 강하게 힘을 주었다.

그리고 방패에 달려 있는 방탄 유리를 통해 자신에게 쏟아지는 무수한 화포를 보았다.

한 방이라도 직격한다면 무사하지 못하리라.

그런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열기가 점차 다가온다.

저 멀리서 선도부장의 경악에 찬 표정이 보이기도 잠시, 그녀는 호시노가 하려는 일을 깨달은 듯 표정을 잠재우더니 이내 결심에 찬 표정을 지었다.

호시노는 마찬가지로 결의에 찬 표정을 지으며.

이내.

호시노는 화포를 향해, 방패를 ‘휘둘렀다’.

마치 날아오는 공들을 쳐내듯이.

터어어엉──!!

손목과 팔에 다가오는 무게감과 저릿한 통증.

본래라면 몸을 보호하는 수단으로만 사용하던 방패를 이젠 공격의 수단으로도 써먹기 시작한 반동이었다.

하지만.

그런 고통에 걸맞은 결과가 나왔다.

방패에 튕겨나간 화포가 지면을 때리며 폭발했다.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았다.

“후우……!”

그 대가로 방패가 조금 찌그러졌지만 상관없었다.

자신의 방패가 히이로가 지닌 것처럼 특수소재를 사용한 것이 아닌 이상에야 저 공격을 무한하게 버텨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건 안다.

콰앙-!!

또 한번 공격을 막아내며 호시노는 발을 내딛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고 했던가?’

나의 방패를 대가로 삼아 괴물에게 공격을 가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남는 장사였다.

애시당초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흉내’였으니.

호시노는 입꼬리를 씨익 말아올리며 더욱 박차를 가해 비나에게로 달려들었다.

“시선은 내가 끌어줄게! 그러니 뒤는 맡긴다고, 선도부 쨩……!!”

3.

실크가 추락하는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히나에게 있어 실크란 누구보다 강력한 초인이었다.

어떤 고통과 역경에도 무너지지 않고, 그 모든 시련을 끝내 이겨내는 문자 그대로의 ‘영웅.’

그런 실크가 비나에게 얻어맞아 추락하던 순간의 기억은 아직까지 히나의 뇌리에 새겨져있다.

그 순간 느꼈던, 음울하고 어둡던 감정.

소위 말하는 ‘절망’이라는 감정은 히나의 정신을 점차 갉아먹었지만 또한 그녀를 분노하게 하였다.

어느 순간부터 실크를 우상으로 삼던 히나였기에, 그런 실크에게 상처를 입힌 비나에게 적의를 품었다.

이것은 친구가 상처를 받아 느끼는 감정일까.

아니면 절망을 덮기 위한 몸부림일까.

그 감정을 정리할 시간도, 여유도 히나에겐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실크가 있는 장소를 바라보게 된 히나에겐 이제 그녀를 대신해 달려나가는 선택지가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이었기에.

하여, 히나는 달려나갔다.

자신이 내심 대단하다고 평가하는 타카나시 호시노와 함께 강적이 있는 전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보았다.

실크가 얼마나 처절했는지에 대한 흔적을.

그리고 한 학원의 최강이라 불리우면서도 무력하게 적의 공격에 휘둘리는 자기 자신을.

또한, 나름의 방식을 찾아 난관을 해쳐나가는 타카나시 호시노의 모습까지.

빠득-

절로 이빨이 갈리는 광경이었다.

그토록 갈망하는 복수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부장 님! 지금이에요! 호시노 씨가 시선을 끌고있는 이 타이밍에 강철 뱀에게 공격을……!]

“…….”

[부, 부장님?]

“…그래. 해야겠지. 어떻게든.”

아코의 부름에 히나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리곤 발걸음을 옮겨 나갈 수밖에 없었다.

히나는 이를 악물며 발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초인적인 신체능력으로 포탄처럼 쏘아진 히나는 단숨에 강철 뱀에게로 거리를 좁혔다.

콰앙!

발을 한번 박찰 때마다 폭발이 일어나는 듯한 소음이 울려퍼졌다.

히나는 이 순간 만큼은 머릿속에서 휘몰아치는 상념을 지우며 그저 적을 쓰러뜨리겠다는 일념을 품었다.

호시노가 만들어낸 이 기회를.

허무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일념이었다.

콰앙!!

콰앙!!

콰아앙!!

평소에 늘어놓기만 하던 날개를 활짝 펼치고,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써서 히나는 뛰었다.

아니, 다른 이가 본다면 비행한다고 생각할 만큼 그녀의 행동은 순식간이었다.

비나 또한 중간에 히나의 접근을 알아채며 방해를 하기 시작했으나 호시노의 공격으로 인한 시선의 분산과 히나의 센스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나아가고, 나아가며, 도달했다.

히나는 어느 순간 비나의 코앞까지 도달하였다.

그리고.

“타켓 확인. 공격한다!”

히나는 날개를 활짝 펼치며, 보랏빛 자안을 빛내며 흉흉한 기세를 토해냈다.

히나의 거대한 총이 비나의 허리를 겨누었다.

반드시 저 허리를 끊어내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로 총구에서 모여드는 에너지는 압도적이었다.

비나를 향한 히나의 적의가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로.

그야말로 비나를 향한 적의가 신비로써 기화시킨 듯한 상황.

[Kraaaaaaaaa─!!!]

비나 또한 이를 느꼈는지 황급히 고개를 틀었으나 이미 히나의 손가락은 방아쇠에 올려진지 오래였고.

이내, 보랏빛 섬광이 비나에게 쏟아졌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일전에 실크가 푸른빛 섬광으로 시내를 뒤덮듯.

이번에는 히나가 쏘아올린 섬광이 시내를 보랏빛으로 뒤덮었다.

그리고 거기서 그치지않고.

“으헤~! 날 잊으면 섭섭하다고~!!”

비나는 보고 말았다.

보랏빛으로 가득한 전장 속에서 분홍빛을 휘감은 소녀가 뒤를 이으며 비나에게 총을 겨누는 것을.

그에 고통에 찬 비명을 흘리면서도, 공격을 감행하려던 비나였지만.

“소용없다고?”

순식간에 표정을 굳힌 호시노의 선언과,

“놓치지 않아.”

강력한 공격을 쏟아붓고도 지치지 않고 또 달려들기 시작하는 히나의 모습에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껴야만 했다.

또한.

[─────?!!]

저 멀리서 다시금 느껴지는 자신의 숙적의 기척에.

비나는 전신이 얼어붙는 듯한 감각을 느껴야만 했다.

만일 저 자가 여기서 합류해 적이 셋으로 늘어나게 된다면, 아니 저 ‘괴물’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자신은 패배하고,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 자명한 바.

여기서 빠르게 두 소녀를 물리쳐야만 한다.

혹은, 도망가야만 한다!

비나의 결정은 빨랐고, 이내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빨랐다.

“어?”

“어?”

비나가 땅 속으로 숨어버렸다.

당혹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에 얼빠진 표정을 짓던 히나와 호시노였지만 이내 그녀들을 알아챘다.

쿠구구구구…….

지면 아래서 울려퍼지는 진동이.

비나가 아직 포기하지 않았음을 알려주었기에!

그리고 이내.

퍼어어어어어어엉──!!!!

순식간에 지면으로 치솟은 비나에 의해.

아비도스 시내에 다시금 모래 폭풍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게 말이 되냐고!”

호시노의 억울함 가득한 외침이 그곳에 있던 모두의 마음을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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