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69



1.

“오, 오오- 저것은, 저것은……!”

아비도스 시내에서 솟아오른 한 줄기의 빛.

시야에 담는 것만으로 숭고와 경이로움을 단번에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그야말로 불가해한 빛이었다.

그러나 때로는 그 불가해함이 누군가에겐 위대함으로, 더 나아가 극찬해 마땅한 물건으로 보일 때도 있는 법.

이번 사태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누군가’의 입에서는 극찬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가. 저것이 예의, 그 「카드」인가! 삶과 시간을 대가로 지불하고 얻게 되는 힘… 근원도, 한계도, 우리조차도 알 수 없는 불가해한 힘……!”

목각인형의 외견을 하면서 사람 마냥 반응하는 존재- ‘마에스트로’가 환희에 차 소리질렀다.

“아아, 도저히 참기 힘들군. 같은 공간에 내게 영감을 안겨주는 존재가 둘이나 존재하다니! 당장이라도 나의 작품을 선보이고 싶을 따름이다.”

“큭큭큭, 부디 참아주시죠. 마에스트로. 이번 계획에서 당신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최강의 신비를 지닌 두 사람을 막아내는 것이었지 않습니까.”

그런 마에스토로의 외침에 검은색 양복을 입은 채 검은 피부에 새하얀 균열이 새겨진 듯한 모습을 한 존재- ‘검은 양복’이 낮게 웃음 지으며 대답하였다.

그는 화면 너머에서 펼쳐지고 있는 광경들을 지켜보며 흡족스럽다는 듯 입가의 균열을 말아올렸다.

마치 미소를 짓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더니, 이내 검은 양복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머지않아 에덴조약이 다가옵니다. 당신의 차례는 그 순간이 될테니 조금만 더 기다리시죠.”

“알고 있다. 알고 있으니 더욱 참기가 힘들군. 영웅과 선생이라. 우리로썬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다. 허나 그렇기에 우리가 환희할 수 있는 것이지. 저들이 보여주는 의지와 품격은, 그야말로 신비로우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검은 양복?”

“큭큭, 딱히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보다-”

“음?”

마에스트로의 물음에 검은 양복은 무정한 웃음만을 지을 뿐이었다. 그는 입가의 미소를 내건 채 머릿속으로 떠오른 궁금증을 마에스트로에게 건넸다.

영웅이 괴물에게 공격받아 쓰러진 이 상황.

마에스트로라면 분명 이러한 상황에서 크게 놀라거나 보다 격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리 소중히 여기시던 뮤즈가 걱정되지는 않으십니까? 예상하던 것과 반응이 다르군요.”

검은 양복의 물음에 방금까지 환희에 찬 목소리를 내뱉던 마에스트로는 침묵하였다.

아니, 정확히는 어떤 감상에 빠지기라도 한 듯 아비도스 시내를 비추고 있는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마치 화면에서 사라진 무언가를 상상하듯.

그리고 이내.

“이 또한 나의 뮤즈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이니.”

마에스트로는 돌연 그런 말을 툭 내뱉었다.

잠시 이해하지 못한 검은 양복이었지만 이내 마에스트로이 추구하는 ‘숭고’가 무엇인지를깨달은 검은 양복은 낮게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굳게 신뢰하고 계시는군요, 실크를.”

“나의 뮤즈라면, 그 자가 이야기하던 영웅이라면 고작 이 정도의 일로 무너질 리가 없으리라. 그저 그 뿐인 생각이다.”

“큭큭. 그렇습니까.”

검은 양복은 마에스트로의 말을 이해했다.

정확히는, 그의 사고방식을 깨달았다.

검은 양복이 평가하기로 마에스트로는 한없이 ‘예술가’적인 측면이 강한 존재다. 그렇기에 이익이나 이해관계와 같은 따분한 이야기는 그의 가치 판단 기준에 들어있지 않다.

그저 마에스트로가 추구하는 예술의 길에 부합하는 힘을 실크가 보여주었기에 의심하지 않는다.

하여, 비나에게 공격받은 일 따윈 그저 과정에 불과하다고 본다.

‘이 또한 참으로 흥미로운 시선이군요.’

마에스트로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그것을 개념으로 표현하자면 ‘예술’, 그리고 ‘작품’이었기에.

모든 작품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에는 고뇌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창작은 고통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듯, 마에스트로는 이 상황을 그저 완성으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해할 수 없기에 흥미를 가지고, 그렇기에 되려 불신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영감과 깨달음을 안겨준 이를 존중하고, 또 추앙하는 모양새.

검은 양복에게는 도저히 불가능한 판단이었다.

“큭큭. 그것이 당신의 방법론이라면야.”

그럼에도 검은 양복은 마에스트로를 같은 소속의 조력자 및 동업자로써 존중하기로 하였다.

각기 다른 ‘숭고’를 추구하는 동료이기도 한 만큼,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필요했기에.

그리고 이제 검은 양복은 마에스트로와 나누던 대화를 잠시 중단하기로 했다.

현재로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

“…결국 사용했군요. 저 「카드」를.”

화면 너머에서 피어오르는 황금빛 여명.

그야말로 현실을 뒤바꾸는 불가해(不可解)한 힘. 그것이 이 순간, 아비도스 시내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2.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란 사람은 왜 이런 멍청한 선택을!

그야말로 난장판이라 할 수 있는 아비도스 시내의 상황을 황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한 소녀.

그녀는 아직까지 이곳에 머물러 있는 자신의 양발을 내려다보며 속으로 새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수많은 테러화 병사.

그리고 저 뒤에서 자신들을 노려보는 압도적인 크기의 강철 뱀.

또한 어느새 자신과 같은 공간에서 전투를 하고있는 선도부장까지!

이건, 지옥이다.

도대체 난 왜 이런 곳에?!

‘끼야아아악-!’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다는 충동이 잇따른다.

사장으로써의 품격과 학생으로써의 공포가 충돌했다.

‘으, 으으으……!’

물론, 그러한 여린 마음과 달리 소녀의 행동은 그야말로 베테랑 용병다운, 적을 섬멸하기 위해 기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살기 위한 몸부림에 가까운 것이었기에.

타타타타탕─!!

그도 그럴 것이, 괴상한 기류를 토해내며 달려드는 불길한 오토마타와 빌딩만한 크기의 강철 뱀이 날뛰는 이 현장에서 살기 위해선 그저 앞서서 적을 공격하는 것이 유일한 수단이지 않은가!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도 있듯이!

소녀- 리쿠하치마 아루는 자신의 안위, 그리고 자신을 따르는 사원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함이었으니.

‘히나가 왔을 때 도망갔어야 했어! 괜히 실크를 돕겠다며 겉멋을 부리지만 않았다면……!’

실시간으로 적과의 교전이 이어질수록 그 행동에 대한 후회가 쌓여가는 실정이었지만 그럼에도 소녀가 행동을 멈추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큿…! 여기서 물러나는 건 멋이 없잖아!”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이유도 한몫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녀가 추구하는 무법자의 길을 위함이었다.

선택을 내린 일은 반드시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것이 아루가 정한 행동의 원칙이기도 했으니.

타앙─!!

아루가 치켜든 스나이퍼의 총구가 불을 뿜는다.

음속을 뚫고 일직선으로 뻗아나간 총알은 순식간에 대전차화기를 어깨에 걸치고 있던 테러화 병사의 안면에 직격하였다.

포격을 가하려는 자세 그대로 무너진 병사가 지면에 쓰러지고, 뒤이어 시작되는 2차 폭발.

콰아앙-!

게임 상으로는 EX스킬이라 표현되는 폭발탄의 습격이 인근에 위치해있던 테러화 병사들을 덮쳤다.

무너지는 진열을 보고 순식간에 환하게 미소짓던 아루였지만 그녀는 이내 헛기침을 내뱉으며 평소처럼 허세를 부리기에 이르렀다.

“우, 우후후! 이 정도는 간단하지!”

“나이스! 아루 쨩!”

“아루 쨩이 아니라 사장이라고 부르라니까!”

…그런 사장의 고충을 이해하지 않는 실장 탓에 하드보일드 무법자라는 가면이 깨져버리기 일쑤였지만.

어쨌든!

아루는 이왕 이렇게된거 실크와 선생을 열심히 도와 이번 일을 정리하기로 했다.

아직까지도 두렵고 떨리는 일이었지만 이 상황에서 물러나는 것도 ‘멋’이 없는 상황이었으니.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꺼내보고 싶었던 말도 하나 있고 말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이라는 말도 있잖아?”

“사장. 애초에 우린 아비도스 애들이랑 적이었던 적이 없잖아. 될 뻔하기는 했지만.”

“……….”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아, 아무튼! 우리는 이제부터 저들을 도와 아비도스 공방전에 참여한다!”

아루의 선언에 흥신소 멤버들의 표정이 풀어졌다.

하루카를 제외한 둘은 아루가 이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알았지만, 그녀가 용기를 냈다는 사실 또한 알았다.

하여, 그들은 대답했다.

“아하핫! 재밌어 보이네! 난 좋아!”

“…그게 보스의 선택이라면.”

“저, 전 언제나 아루 님의 뒤를 따르겠습니다…!”

흥신소68의 사장- 아루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이 순간만큼은 진지하게 화답해주는 자신의 직원들을 보며 감동 받은 아루 또한 마찬가지로 미소지었다.

이전과 같이 푼수처럼 해맑게 짓는게 아닌, 그야말로 카리스마 넘치는(아루가 판단하기로) 미소를 지으며 적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실크가 보았다면 한시가 바쁜 상황에서 또 폼을 잡는다며 핀잔을 주었을 순간이지만, 아루는 그럼에도 진정한 무법자(아루가 판단하기로)의 기세를 드러내며 전투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이내.

“흥신소68, 이제부터─.”

파아앗─!!

“에, 에엣-?! 어째서 이 타이밍에 선생님이?!”

“아하하! 아루 쨩, 타이밍이 안 좋았네!”

“어, 어어어. 뭔가요? 습격인가요? 공격할까요?”

“……이건.”

흥신소 멤버들이 있는 장소와 조금 떨어진 곳으로부터 황금빛 여명이 하늘 높이 치솟아올랐다.

방금까지 출전 명령을 내리려던 아루의 입장에서는 타이밍이 안좋다 표현할 순간이지만, 어찌보면 그야말로 완벽한 타이밍이라 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야말로 현실을 뒤트는 불가해함이 신비를 지닌 학생들의 위로 얹어진다.

이는, 선생의 의지였고 동시에 권능이었으니.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대가를 지불하여 얻어낸 일종의 개변(改變)이었다.

“어, 어?”

그 순간, 일대의 모든 학생은.

아주 약간이라도 신비를 지닌 이들은 느꼈다.

그들이 지닌 힘과 신비, 그리고 운명에 이르기까지.

무언가가 변했다. 무언가가 얹어졌다.

또한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그들을 도왔다.

어떠한 형태의 힘인지, 무엇을 대가로 하였는지, 우리에게 무엇을 더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선생이 쏘아올린 빛이 그러한 형태임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지식도, 경험도 아닌 그저 깨달음.

“이제, 서로 공평한 위치에서 싸워보자고.”

그것을 선사받은 학생들의 귓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황금빛 카드를 치켜든 선생의 말이 닿았다.

학생들은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선생을 보았으나, 선생은 그들의 의문에 딱히 답해주지 않았다.

그저-

“걱정 마. 내가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테니. 이제부터는, 우리의 턴이야.”

학생들을 돌아보면서 ‘선생’으로서 그리 대답할 뿐이었다.

학생들을 독려하고, 응원하며, 조력하겠다는 말.

여전히 의문은 남았지만, 그들 모두는 선생의 말에 감화되어 고개를 치켜들 수밖에 없었다.

선생의 말대로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또한 학생들은 생각했다.

이 순간만큼은 이렇게 이해하기로 하자.

시간과 공간을 넘어, 한계를 넘어, 그저 신비롭게 이 순간 자체에 새겨넣는 일종의 축복.

하여, 우리는 그것을 ‘기적’이라 불렀다.

3.

선생이 ‘어른의 카드’를 사용한 순간.

이 순간을 기점으로 전황은 변화를 맞이했다.

무언가 큰 변화가 생겨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겠어!”

“하아아앗-!”

그저, 학생들에게 새겨진 기적이 그들로 하여금 더욱 앞으로 나아갈 힘을 부여했을 따름이었으니.

선생의 지휘 능력과 같은 무형의 힘이 또 하나 학생들 사이에 작용한 셈이었다.

하여, 그들은 묶여 있던 전장을 넘어서 다음 수를 내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났다.

새겨진 기적 덕분에 내릴 수 있는 선택지의 폭이 넓어졌다.

이를테면 적의 빈틈을 찌를 수 있을 정도의.

딱 그 정도의 여유는 생겨났다.

“부탁할게, 두 사람 모두!”

“으헤- 이 아저씨한테 맡겨만 달라고.”

“후우. 끝이 안나네. 그래. 맡겨만 줘. 반드시 완수할 테니.”

그렇기에 선생은 두 사람에게 그 역할을 맡겼다.

아비도스의 최강이라 불리는 타카나시 호시노와,

게헨나의 최강이라 불리는 소라사키 히나에게.

이 전장에서 그 누구보다 강력한 신비를 갖추고, 그만큼 기적의 영향을 받은 두 사람이기에.

적들의 포위망을 뚫고, 저 괴물에게 닿을 수 있으리라. 그리고 맞서 싸울 수 있으리라.

그러한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이번에도 잘 부탁한다고, 선도부 쨩.”

“……그래. 잘 부탁하지. 타카나시 호시노.”

어찌보면 두 사람에게 무거운 짐을 맡기는 셈이었지만 두 사람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애시당초, 선생의 말이 없었더라도 기회만 있었다면 저 괴물에게 한방 먹이고 싶다는 것이 두 사람의 마음이었으니까.

실크를 다치게 만든 원흉이자, 혼란을 낳은 괴물.

놈에게 제대로 된 공격을 먹이고야 말겠다.

각 학원의 최강자의 생각이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내.

“지금이야!”

선생의 신호에 따라 두 사람은 달렸다.

투쾅─!!

지면을 밟고, 바람을 가르며.

비슷한 체구의 두 사람이지만, 마찬가지로 비슷한 속도로. 그 누구도 쫓아가지 못할 속도로.

[Kraaaaaaaa──!!]

새로운 적수의 등장에 비나가 울부짖었다.

이번에는 하나가 아닌 둘이었다.

두 명의 최강이 강철을 두른 예언자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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