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66



1.

동경은 이해에서 가장 먼 감정이라 했던가.

추구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실현하는 것은 어렵다.

더 나아가,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사람은 타인에 대해 알 수 없고, 자신이 동경하는 무언가도 결국엔 타인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내가 영웅을 동경하고, 우상을 쫓고자 할지라도 그것과 완전히 같아지는 것은 불가능했다.

닮아가더라도 내가 온전히 그 존재가 될 수는 없다.

하여, 고민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잘해왔더라도 나중에는?

이후에 수많은 일들을 겪으면서도 내가 지금의 마음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다고 어떻게 장담하는가.

사람은 매순간 변화하고, 매순간 탈피한다.

그 결과가 진보인지 혹은 퇴보인지는 사람 각자의 선택과 판단에 따른 결론이겠지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사실은 그 변화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도 성립된다는 것.

나는 과연 어떠한 두려움 앞에서도 용기를 낼 수 있는가.

두렵고 아득하기만 한 적을 앞에 두고 영웅으로써 행동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나 자신이 건넨 의문이었고,

지금껏 결론 내리지 못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전신에 강철을 두른 뱀 괴물의 등장은.

내게 확신과 함께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개연성 따윈 없는 급작스러운 전개.

원작 스토리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적.

나의 본능적인 판단들까지.

‘아. 그렇구나.’

저것은 분명 누군가가 수작을 부린 결과다.

그 원흉이 누구인지는 쉽게 예상이 갔다.

짜증이 났지만, 한편으로는 내 감각에 감탄했다.

저것은-

나 자신을 시험하기에도 한없이 적합한 적수였으니.

내가 지금껏 품었던 의문을 풀어낼 수 있는 상황.

그렇기에 나는 여기서 물러서선 안된다.

내가 동경하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라도!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랐을 순간, 어느새 발걸음은 저 괴물- ‘비나(BINAH)’에게로 나아가고 있었다.

발을 박차고 나아간다. 손을 뻗어서 웹 슈터를 발사한다. 모래 폭풍을 뚫고 놈에게 닿는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전력을 다해──.

놈에게 공격을 가한다.

투콰아아아앙──!!!

섬광이 터져나오며 충격파가 상공을 휘젓는다.

내가 가로질렀던 모래 폭풍이 충격파에 밀려나며 흐릿하던 하늘은 순식간에 맑아지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아비도스에 암운을 드리우던 모래 폭풍이 걷히고, 태양빛이 도심을 내리쬐자 폭풍 너머의 풍경이 현장에 있던 모두에게 드러나게 되었다.

괴물을 향해 주먹을 꽂는 영웅과-

영웅에게 공격당해 고개가 꺾이는 괴물의 모습.

그 모습은 지켜본 모두는 생각했다.

“영웅…….”

아비도스에 희망이 도래했음을.

2.

아비도스의 소식은 순식간에 전파됐다.

그 시작은 키보토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게시글로부터 시작했다.

[시발 이거 뭐냐?]

(아비도스 시내에 나타난 거대 기계 뱀.jpg)

시발시발시발시발 이거 뭐냐고

갑자기 뭐 터지는 소리나더니 이새끼 쳐 나왔는데

왜 우ㄹ 가게앞세어 나타난ㄴ고 지라ㄹ이냐 시ㅂ

지금 도망가는 중이라 질문 못받는다

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

=[댓글]=

[???? 저거 뭐임??]

[딱 봐도 구라 아니냐? ㅈㄹㄴㅋㅋㅋ]

└ [근데 묘하게 생동감 넘치지않냐.]

└ [다른 게시글 ㅈㄴ 올라오는데 이거 구라 맞음?]

[와 시발 ㅈㄴ 살벌하게 생겼네 뭐냐]

[미친새끼야 이딴 글 쓸 시간에 도망가라고;;]

[아비도스 좆됐네. 저딴게 쳐 튀어나와???]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아비… 뭐였지?]

└ [몰?루]

└ [아비오도스임 ㅇㅇ]

아비도스의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과 함께 다급한 상황임을 알려주는 게시글.

이때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소처럼 어그로성 게시글이거나 혹은 지어낸 거짓말일 확률이 높다며 무시하는 편이었다.

커뮤니티에는 온갖 인간군상이 모여드는 법이었으니.

동시다발적으로 동일한 내용으로 게시글 몇 개가 올라오는 광경을 보며 소수의 인원은 ‘혹시…?’ 하는 마음을 품었으나 어디까지나 의혹에 불과했다.

이후에 올라온 한 게시글이 아니었다면.

[얘들아 빨리 TV 틀어라. 큰거 왔다 ㅇㅇ]

(비나의 소식을 전하는 뉴스 화면.jpg)

진짜 큰거임;;;;;;;;;;

시발 아비도스 좆됐는데? 저기 어떡하냐;;

=[댓글]=

[시발 이게 진짜라고??]

[아니 구라가 아니었음????]

[저거 뭔데 그래서. 왜 갑자기 쳐 튀어나옴.]

└ (작성자) [내가 어케 알아 ㅅㅂ;]

└ [모르면 알아와야지]

[와 도시 개판난거 봐라]

[근데 저기 왜 게헨나 애들 있는거 같냐 뭐임?]

[어? 방금 화면에 스쳐간거 선생 아니었냐??]

[……실크도 있는데?]

뉴스 장면을 캡쳐해서 올라온 한 게시글에 뒤이어 저것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몇몇 인증글까지.

수많은 게시글이 범람하며 아비도스의 사태가 거짓이 아닌 실제임을 증명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대부분은 이게 왜 진짜냐는 반응과 함께 자연스레 TV에서 전하는 아비도스의 소식에 귀를 기울였고, 몇몇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뉴스 화면이 누군가가 해킹한 것임을 알아차렸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들은 비상한 눈치로 그들의 목적을 알아냈기에.

화면에 나타나는 장면은 하나였다.

뱀 괴물의 등장. 그리고 그것에 적대하는 누군가.

이내 화면 너머에서 키보토스에서 가장 유명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모두는 알았다.

방송을 해킹한 이들의 목적은 하나.

한시라도 빠르게 키보토스에 소식을 전파하는 것.

그리고-

영웅의 위업을 모두에게 드러내는 것.

그것이었다.

[오늘자 실크 위치 브리핑]

(비나에게 공격을 가하는 실크의 모습.jpg)

뱀 때려잡으러 이미 출동하셨다 ㅇㅇ

아아… 또 당신입니까 GOAT…..

=[댓글]=

[ㅁㅊ 저긴 어떻게 알고 간거야]

[근데 최근에 실크가 아비도스에서 주로 활동하긴 하던데. 이번 사건 벌어질거 알고 간건가?]

└ [근데 그렇다고 하기엔 가서 카이저만 찾았잖아.]

└ [흠. 저 뱀 새끼 나온게 카이저가 원인이라면? 그래서 실크가 카이저를 쫓고 있었다면??]

└ [어?]

└ [어? 시발?]

[카이저 네이놈들!!!!!! 또 너희냐!!!!!!!!!!]

[아오 또 너야 카이저???]

[이새낀 그냥 분탕의 신임ㅋㅋㅋ]

[카이저 <<< 이새끼들 당장 파산시켜야 하면 개추]

└ [개추ㅋㅋㅋㅋㅋ]

└ [개추를 벅벅]

└ [나 카이전데 나도 파산 지지한다]

└ [카이저는 그런 말투 안써요…]

[그래서 실크 이새끼 저거 이길 수 있다고 보냐? 아무리 생각해도 저 괴물 새끼 못이길거 같은데;]

└ [새끼? 실크 님이 니 친구냐?]

└ [쓰니 어디살아???]

└ [ㅋㅋ 살다살다 실크를 의심하는 새끼가 있네]

└ [아니 솔직히 거대 괴물이랑은 싸운거 본 적 없잖아;; 저걸 상식적으로 어떻게 이길건데;;;]

└ […..]

└ [흠…..]

[일단 다른건 모르겠고 실크 등장해서 기분 째지면 개추ㅋㅋㅋㅋㅋ]

└ [ㄹㅇ 진짜 실크 등장하기 전엔 두려웠는데 갑자기 ㅈㄴ 든든함ㅋㅋㅋ]

└ [그저 존재만으로 안정감을 주는 GOAT….]

└ [언제나 감사합니다…..]

실크의 등장에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키보토스 전역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평소에도 매번 미담만 전해지는 영웅의 등장에 방금까지만 해도 어둡던 분위기가 밝아졌다.

절망하던 이들은 영웅의 등장에 희망을 품었고,

두려움을 느끼던 이들은 실크를 보며 환희하였다.

이내, 실크가 비나에게 정권을 먹여 모래폭풍을 일시에 몰아냈을 순간에는 그야말로 경탄을 내뱉었다.

실크가 또 보여주는구나.

키보토스의 영웅은 어디서나 나타나는구나.

그녀라면 믿을 수 있다. 기대할 수 있다.

아득하기만 한 체구를 자랑하는 메카 스네이크.

정확한 명칭이 알려지지 않았기에 뱀 괴물이라 불리던 녀석의 몸이 실크에게 얻어맞아 휘청거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신화의 재현과 같았다.

“믿고 있었다고 젠자아앙!”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같은 시각, 아비도스에서 실시간으로 뱀 괴물의 등장을 목도한 이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

그들은 빠르게 커뮤니티와 뉴스 소식을 전해들으며 어딘가에 모여있다는 게헨나 선도부의 진영을 찾았다. 어째서 그들이 이곳에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선 강자에게 붙어야하는 법.

인근 벙커나 대피소로 가기엔 거리가 있는 이들은 자연스레 게헨나와 아비도스 학생들이 모여있는 장소로 향했고, 그곳에서 볼 수 있었다.

“으헤~ 선도부 쨩. 날 믿을 수 있겠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타카나시 호시노. 이번만큼은 임시동맹으로 하지. 저것들을 정리하기 전까지.”

“흐흐. 좋아. 저 괴물은 실크 쨩에게 맡겨두고, 우리는 우리가 해야할 일을 해야겠지~?”

“지휘는 나에게 맡겨줘. 최선을 다해서 서포트할게.”

각 학원의 최강자가 서로에게 등을 맡기는 장면이.

그리고 화제의 선생이 모두를 지휘하는 장면이.

더 나아가,

쿵- 쿵- 쿵- 쿵-

테러화 병사.

도심 어딘가에서 기괴한 푸른 빛을 띤 오토마타가 자신들에게로 다가오는 장면을 보았다.

바라보기만 해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적들의 등장에 한 소녀는 귀기스럽게 눈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참 공교로운 타이밍이군. 저 괴물이 등장하자마자 우리 쪽으로는 저 파란 병사들을 보내다니.”

마치, 우리들의 발을 묶으려는 모양새가 아닌가.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배치다. 누군가 인의적인 간섭이 없었다면 이런 배치는 나올 수 없다.

즉, 이번 습격은 자신들이 아닌 한 존재를 노리고 발생한 습격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지도 모른다.

바로, 실크를 말이다.

게헨나의 선도부장- ‘소라사키 히나’는 불온한 빛이 감도는 오토마타를 바라보며 그리 결론지었다.

“…쯧. 빠르게 정리하고 도우러 가겠어.”

“으헤~ 나랑 생각이 겹쳤네? 선도부 쨩.”

자신과 마찬가지로 판단을 내렸는지 살벌하게 오드아이를 빛내는 타카나시 호시노를 바라보며 히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실크랑 친분이 있어보이던 그녀다.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해도 이상하진 않으리라.

“빨리 정리하고 가지.”

“흐흐. 좋아. 가볼까, 선도부 쨩.”

아비도스의 최강자와 게헨나의 최강자.

두 최강은 동일한 순간, 적들에게 달려들었다.

자신들을 위해 싸우는 영웅을 돕기 위해서.

3.

“개씨발!”

그 시각,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있는 영웅의 입에선 걸걸하기 그지없는 욕설이 튀어나왔다.

“지렁이 새끼, 진짜 좆같네!!”

아무도 없는 장소였던 탓에 영웅이라는 가면이 벗어던진 실크는 감정을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 다른 학원의 도심지와 달리 웹 슈터를 사용할 지형이 마땅치않다는 점과 저 빌어먹을 비나가 생각 이상으로 움직임이 재빠르다는 점에 분노했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잖아! 이걸 어떻게 사용하냐고!’

자신의 강점인 기동성을 쉬이 사용할 수 없다.

비나를 묶고 공격하는 방식은 사용이 불가능하다.

‘인피니티’는 한번 한번 공격을 가할 때마다 쿨타임이 있을뿐더러 자신도 피해를 입는 공격이었기에.

지금 실크가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은 오직, 신체능력과 초감각 그리고 톰 포드 슈트 뿐이었다.

이 상황에서 내가 비나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후우…. 진정, 진정하자…….”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겨내야 진정한 영웅이지 않은가.

그러니 분노하지 말고 침착하게 상황을 분석해 승리로 향할 길을 찾아야만 했다.

콰앙!

비나가 휘두른 꼬리를 피해내며 생각을 이었다.

원작에서의 싸움법은 이미 머릿속에서 지워냈다.

남아있는 건 비나의 패턴 혹은 특성과 같은 정보들.

그것들과 더불어 초감각이 있었기에 아직까지 비나에게 공격을 허용한 적은 없으나, 전투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의 체력은 급격히 낮아지리라.

빠르게 승부를 봐야만한다. 그게 내 결론이었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

내 전신을 불살라서라도.

하나의 방법론이 떠올랐다.

이 뱀 새끼- 그니까 비나가 결국 기계인 이상, 한 가지 성질에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전류. 혹은 전기.

나는 불안한 눈빛으로 톰 포드 슈트를 내려다봤다.

이 슈트에 탑재된 기능을 과부하시킨다면?

비나에게 타격을 주는 것이 가능할까?

반대로 충전되는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

모르겠다. 그냥 해보지 뭐.

괴물을 죽이려면 나도 괴물이 되어야 한다고 했던가.

그 말이 참으로 진실이었다.

“내가… 토르가 될게.”

이제부터 난 천둥의 신이 될 예정이었다.

파지직!

톰 포드 슈트에서 스파크가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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