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64



1.

실크의 등장 직후, 대책위원회는 물론이고 아비도스 자치구에는 ‘평화’라 부를 만한 것이 찾아왔다.

일반적인 사건의 해결 과정이 발생 직후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초감각으로 사건의 발생 자체를 감지해 활동하는 실크의 움직임은 빌런들에게 있어 예지능력을 사용하는 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거기다 실크가 선보이는 압도적인 무력과 기교들을 눈앞에서 직관한다면 대부분의 빌런들은 거기서 심지가 꺾인다.

실크라는 거인을 앞에 두고 이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닫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연스레 빌런들은 실크가 활동하지 않는 시간대나, 실크의 위치 등을 파악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등의 행동 패턴을 보이게 되었다.

실크라는 거인을 상대하기보단 발키리를 상대하는 것이 더욱 맘 편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키보토스 전역에서 일어나는 것이었고, 중소규모 학원 및 자치구에서 실크의 방문을 갈망한다는 것도 저러한 이유에서였다.

실크의 존재감이 커진 만큼, 실크가 활동하는 지역에서는 자연스레 범죄가 한없이 줄어들었기에.

실크의 영역에선 범죄를 저질러선 안된다, 는 일종의 불문율과 같은 것이 빌런 사이에서 나돌았다.

그 파급력 때문에 세간에선 이러한 현상을 두고 ‘실크 효과’라는 이름마저 붙일 정도였다.

일종의 범죄를 통제하는 토템이나 다름없는 셈.

현 상황에서 이와 같은 ‘실크 효과’를 톡톡히 보고있는 것은 그 누가 뭐래도 아비도스였다.

그렇기에 대책위원회의 서기이자, 지원 오퍼레이터인 아야네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

경악을 담은 목소리가 돌연 부실에 울려퍼졌다.

평화롭게 부실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나머지 부원들-호시노를 제외한-은 순식간에 이야기를 멈추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본능적으로 아야네의 목소리에 담긴 당혹스러움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아야네의 브리핑에.

“저, 전방 10km 반경에서 폭발 감지! 가까워요!”

대책위원회의 모두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폭발, 이라고?”

“10km라면… 설마 시내? 습격인가?!”

“충격파의 형태가 포격이나 폭격에 가까워요! 좀 더 확인해보겠습니다…!”

방금까지만 해도 훈훈하던 부실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으며 모두의 시선이 아야네에게 향했다.

선생마저도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아야네의 브리핑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비도스 자치구, 그것도 시내를 향한 폭격은 그야말로 그들을 향한 전쟁 선포라고 해도 좋았기에.

만약 그 원흉이 타 학원의 학생이라면 더더욱.

“폭발의 위치 확인, 시내에요! 정확한 진원지는… 시바세키 라멘집……?! 아니, 정확히는 그 인근에서 연쇄적인 폭발이 발생하고 있어요……!”

“뭐?! 마, 말도 안돼! 거기는 노릴 이유가 없는 곳이잖아……! 거기다, 실크가 있는 이 시기에 아비도스에서 폭격이라니……!”

“전략적 요충지도 아니고, 주요 교통로도 아니야. 대체 누가…….”

“서, 설마 나를 노리고?”

카이저가 아비도스를 노리고 여러 일을 꾸몄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들이었기에, 자연스레 그녀들의 생각은 카이저의 공격 쪽으로 생각의 방향이 틀어질 수밖에 없었다.

실크가 카이저를 공격했다는 사실은 불과 며칠 전에 일어날 일이고, 세간에 공표된 것도 아니었기에.

카이저는 자신들의 학원을 노리고 있다.

그 목적을 위해서 온갖 수단을 활용했었다.

설마, 이번에도?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한 세리카의 안색이 창백해지려는 무렵, 잿빛 머리칼의 소녀가 입을 열었다.

“추측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아. 일단 선 조치다!”

“맞아요! 지금 그럴 때가 아니에요! 당장 가봐요!”

“호시노 선배한테도 연락해두겠습니다, 출동하죠!”

다른 부원들도 호응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리카는 그제야 자신의 시야가 좁아졌음을 깨닫고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중얼거릴 뿐이었다.

“마스터…… 무사해야 돼……!”

그녀는 속으로 기도했다.

부디, 실크가 나타나 마스터를,

그리고 우리 부원 모두를 구해주기를.

2.

그렇게 재빨리 움직이며 도착한 시내.

세리카는 그곳에서 펼쳐진 광경을 보며 환희에 찬 표정을 짓는 한편, 놀란 표정마저 짓게 되었다.

왜냐하면…….

[게, 게헨나 학원?!]

“저게 다 몇 명이야……?”

“……설마, 혼자서 저 인원을 전부?”

포격으로 박살이 난 도시의 풍경 사이로, 안전한 곳에서 대피하고 있는 마스터와 멀쩡한 라멘 가게가 보였으며 그들의 앞에 선 익숙한 영웅이 보였기에.

그리고, 그 영웅의 정면에 쓰러져있는 학생들.

게헨나 학원의 선도부로 추정되는 복장과 완장을 차고있는 학생들이 경악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이내 세리카는 들었다.

거칠게 숨을 토해내는 영웅, 실크가 내뱉는 선언을.

아비도스를 습격한 악마들에게 보내는 경고를.

“부디, 이 이상 실수를 범하지 마라.”

단 한 문장.

실크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그것으로 힘이 되어 모두가 숨을 참게 만드는 효과를 내었다.

영웅이 내뱉은 경고는 그것만으로 적들에게 두려움을 품게 만드는 카리스마가 깃들어있었다.

일찍이 실크를 동경하던 아루나, 세리카를 비롯한 학생들은 눈을 빛냈지만, 막상 적진에 선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흉포한 기세에 이를 악물었다.

마치 포식자가 자신들의 눈 앞에서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는 듯한 환각이 아른거릴 정도였다.

그 순간이었다.

치직-!

[……또 당신이군요, 실크.]

게헨나 학생들이 있는 곳에서 날아든 드론이 홀로그램을 지면에 비추더니 학생 한 명의 형상을 그렸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푸른 머리칼, 총명함이 깃든 눈동자, 목에 걸려있는 카우벨을 연상케하는 무언가에 가슴 양옆에 뚫려있는 요상한 생김새의 복장, 전체적으로 과감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한 소녀.

그녀는 오른손으로 머리를 짚더니 난처하다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자신을 가로막은 영웅을 노려봤다.

[오랜만이네요, 실크. 저는 게헨나 학원 선도부 소속 선임행정관 ‘아마우 아코’라고 합니다. 직접 만나는 건 이번에 처음이죠?]

“아코 쨩……?”

“행정관이라면……, 선도부의 2인자……?”

실크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무시하며 아코의 물음에 대충 고개를 까딱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성의없는 실크의 대답에 짜증이라도 난 것인지, 잠시 표정을 굳힌 아코였지만 그녀는 이내 차근차근 말을 이어갔다.

[지금 상황에 대해서 잠깐의 설명을 드렸으면 하는데, 괜찮을까요?]

“하. 설명이라고.”

아코의 태연자약한 모습에 기가 찬 것인지 헛웃음을 흘린 실크는 잠시 가면을 매만졌다.

고민에 잠기기라도 한 듯, 잠시 가만히 서있던 실크는 이내 아코에게 대답했다. 그것도…….

“너는, 이 상황에서 나를 설득하려고 하는구나.”

[네……?]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기세를 토해내며.

“이곳은 아비도스다. 나는 이곳의 주인도 아닐뿐더러, 너희가 허락을 구해야하는 대상도 아니지.”

[……….]

“이 도시의 주인은 이 자치구에서 생활하는 시민들이자, 학원의 학생들이지. 내가 아니란 이야기다. 그러니 네가 무슨 짓을 하려거든 내게 말하지 마라.”

아코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행동은 명백한 월권이자, 자치권을 위반하는 침략 행위 라는 것을.

일반적인 학원이었다면 지탄받는 것을 넘어 자치구 간의 외교적 갈등으로 이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일.

그저, 행정력이 마비된 아비도스였기에.

자치구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아비도스였기에.

아코는 힘의 논리가 통하는 곳이라 판단하였다.

그렇기에 이번 일을 저질렀고, 이 지경에 이르렀다.

이 모든 걸 아마우 아코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감히, 나에게 허락을 구해?

“도시 곳곳에 게헨나 병력을 숨겨놓고, 잘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구나. 아마우 아코.”

내 감각에 붙잡힌 무수한 수의 게헨나 병력들.

그것들은 아코가 명령만 내린다면 곧바로 튀어나와 이곳을 일제히 습격할 것이다.

이 모든걸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태연하게 말을 걸었나 본데, 그 행동이 더 점수를 깎아먹었다.

[……후우, 역시 마음에 들지 않네요. 되도록이면 당신과 친해지고 싶었는데 말이죠.]

“하. 친구는 등 뒤에 칼을 숨겨 놓는 일 따위 하지 않는다, 아마우 아코.”

[후후, 친구 사이에도 나름의 비밀이 있는 법이죠.]

“히나에게도 그런 말을 꺼낼 수 있나?”

[……부장님을 함부로 입에 담지 말아주실래요?]

평행선을 달리는 대화가 이어진다.

애시당초 각자 추구하는 바가 다른 이상 성립될 수 없는 대화였다.

결국 우리는 대화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남은 건 아코가 무슨 선택을 내리느냐겠지.

힌트는 건네주었다. 이 힌트를 알아듣고 말고는 아코의 역량이겠지. 못 알아듣는다면… 싸우는 거고.

하지만 내 경고는 귓등으로 들었는지, 아코는 대책위원회 멤버들을 불러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충 명분은 원작과 비슷했다.

게헨나의 교칙위반자인 흥신소를 체포하기 위해 왔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아직까진 불법의 영역은 아니기에 선도 집행에 협조 바란다.

“…쯧.”

결국 파국으로 이어질 대화임을 알았지만 굳이 참견하지 않았다.

이 모든 행위에 대한 업보는 아코가 짊어질 일이다.

그렇기에 내가 한발짝 뒤로 물러나 그들을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만나서 반가워, 실크… 라고 했나?”

어느새 다가온 선생이 내게 인사를 건네왔다.

아니, 당신은 저 대화에 껴있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맞긴 합니다만, 저 대화에 참여 안 하십니까?”

“괜찮아. 다 듣고 있으니까.”

“……뭐, 그러시다면야. 처음 뵙겠습니다, 선생님.”

“반가워.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예에. 저도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하하. 그건 기쁜데. 아, 그리고 상황이 다급해서이야기하지 못했지만, 시바세키 라멘집과 사장님을 구해줘서 고마워.”

선생의 말에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지금은 초감각이 예민해진 상태인지라 신경을 쏟지 못하는 상태였기에.

그런 내 상황을 이해했는지, 선생을 더 이상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이야기한 대로 그는 대책위원회와 함께 대화를 나누러 떠나갔으니까.

‘……뭔가 찝찝한데.’

왠진 모르겠는데 선생이 갑자기 내게 말을 건 것이 묘하게 찝찝했다. 초감각이 이상한 신호를 보냈다. 위험을 알려오는 것은 아닌데… 뭔지를 모르겠다.

여전히 맹렬히 울리는 위험 신호 위에 또 하나의 신호가 얹어지자 더욱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이다.

이럴 때마다 초감각이 참 거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대로 키고 끌 수도 없으니까.

나는 침착하게 심호흡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아마 조만간이면 총성이 울려퍼지며 개판이 벌어질…….

퍼퍼퍼퍼펑─!!

아. 지금이구나.

나는 살며시 눈을 떴다.

잠시 둔해진 감각을 키니 들려온 것은…….

“싸울 수밖에 없겠네요.”

경고를 알아듣지 못한 아코의 선언.

이어진 하루카의 깽판. 아코와 카요코의 대립.

그리고…….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사방에서 몰려오는 게헨나 선도부의 추가 병력들.

그것들을 바라보며 나는 한숨을 내뱉었다.

“히나가 참 고생이 많네…….”

실력과 별개로 제멋대로인 부하 탓에 많은 고생을 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히나였다.

나중에 한번 찾아가서 휴가나 같이 가아겠어.

나는 그리 생각하며 손바닥을 펼쳤다.

이번에는 왼손이 아닌, ‘오른손’에 부착된 시계를 툭툭 터치하곤 이내 손등 쪽으로 감아올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오른손을 감싼 빨간색의 손가락 장갑이 완성된다.

정확히는, 장갑의 형태를 한 부분 파츠 슈트였다.

엔지니어부에 의뢰해서 개발한 변신 시계.

아이언맨이 시빌워에서 사용했던 시계의 재현이다.

장착이 완료되자마자 하늘 높이 팔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이내──.

쩌어어어어어엉──!!!

공간을 찢는 듯한 고음의 파동이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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