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63



1.

세상엔 이따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하곤 한다.

혹은, 신비롭다고 여겨지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우주의 기원이라는 빅뱅이 바로 그러했고, 수많은 별들이 떠오르고 지는 순환이 그러했으며, 더 나아가 티끌과 같은 인류가 품은 신비로움이 그러했다.

혹자는 말한다.

그것들이 신비롭고, 이해할 수 없다 여겨지는 이유는 단순히 우리의 지식이 부족한 탓이라고.

과거 우리가 이해하지 못했던 현상은, 훗날 수많은 지식들을 탐구한 끝에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때문에 ‘불가해(不可解)’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지식의 부재’라고 할 수 있겠다.

미지에 대한 공포야말로 가장 큰 두려움이라는 말이 있듯이 말이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을 숭상했고, 또 두려워했다.

원시시대의 인류는 지상의 불꽃과 하늘의 달을 보면서 신비로움을 느꼈다. 하늘에서 춤추는 오로라, 해와 달이 겹치며 찾아오는 일식, 일정한 순간에 찾아오는 해수면의 갈라짐, 그리고 영원한 죽음까지도.

우리는 과거, ‘아직’ 이해하지 못한 지식을 두고 신비롭다 여겼다.

그렇기에 이해할 수 없음은, 다른 말로 ‘아직 밝혀내지 못한’ 현상이라고도 규정할 수 있음이다.

모든 마법적이고 환상적인 현상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영역에 속한다. 극에 다다른 과학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하던가? 그 말이 진실로 맞았다.

비밀. 신비. 기적.

그렇기에 우리는 이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지혜’를 추구했다.

알 수 없는 것이란 곧 두려움이었기에.

두려움을 떨쳐낼 빛을 추구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렇기에 생각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두고, 신비롭다고 여겨지는 일을 두고, 우리가 품어야 할 감정은 다른 무엇도 아닌 탐구심이라고.

신비(神祕)란, 그저 신기해하고 두려워할 것이 아닌 우리가 탐구해야만 하는 대상이다.

이것이야말로 초현상특무부의 방향성이었다.

내가 속한 동아리의, 앞으로 추구할 가치관이었다.

그렇기에.

이제는 나의 ‘신비(神祕)’라고 해도 좋을 초감각이 전해오는 이 위험 신호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리라.

탐구하자. 그리고 끝내 밝혀내자.

때문에 나는 초감각이 전해오는 모든 신호를 해석하고자 했다.

막연히 다가오는 감각에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저 본능적으로, 감각적으로 초감각이 이끄는 방향으로 나아가 결국 한 장소에 도달하게 되었다.

“……시바세키 라멘집?”

그곳에 도달하니 이해할 수 없던 초감각의 인도를 어렴풋이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신비가 내게 전해오는 듯했다.

‘아직 네가 바꾸지 못한 이야기가 남아있다.’

마치, 그렇게 말이다.

2.

촤악─!

무언가가 발사되는 소음에 시끌벅적하던 라멘집엔 순식간에 침묵이 감돌았다.

손님이라곤 나와 흥신소 멤버가 전부였으나, 같은 시각 라멘을 조리하던 마스터 시바마저 조리를 멈추곤 침묵하며 이쪽을 바라볼 정도였다.

왜냐하면, 방금까지만 해도 잘 느껴지지 않던 인기척이 갑자기 엄청난 기세를 토해내며 드러냈기에.

그리고 그 주인을 마주한 흥신소 멤버들의 눈동자는 희둥그레하게 떠질 수밖에 없었다.

“시, 실크?”

“……왜 이곳에 실크가?”

“아핫, 깜짝 놀랐어! 뭐야뭐야?”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나 흥신소 멤버들의 공통된 감정은 당황과 놀라움이었다.

갑자기 하루카의 팔에 거미줄을 발사한 것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가게에 있던 손님이 실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는 느낌이었다.

“어, 으어, 이, 이게…….”

하루카는 당황하며 자신의 팔을 바라봤지만 아무리 안간힘을 써봐도 떨어지지 않는 거미줄에 점차 울상으로 표정이 변해가는 모습.

실크는 자신을 바라보는 마스터 시바를 포함한 다섯쌍의 시선을 태연하게 받으며 면발을 흡입했다.

“츄르릅.”

마치 손님처럼 행동하는 실크의 모습에 흥신소 멤버들은 순간 차올랐던 긴장감이 누그러지며, 당혹감이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을 느껴만 했다.

하루카가 폭탄을 터뜨리려고 해서 막은 거잖아.

왜 저렇게 태연하게 라멘이나 먹고 있는 건데?

“음?”

그런 흥신소의 눈빛을 알아챘는지, 잠시 면발을 흡입하던 것을 멈춘 실크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자리에 놓인 티슈로 입가를 닦아내더니 입을 열었다.

흥신소는 실크가 무슨 말을 꺼낼지 긴장하며 그녀의 입가에 시선을 집중했으나…….

“거, 밥 먹으러 왔으면 쓸데없는 짓 마세요.”

“…….”

“…….”

그녀는 그리 경고하더니 다시 라멘을 입에 가져다 댈 뿐이었다. 무츠키의 웃음 소리를 배경 삼아 모두가 벙찐 표정으로 실크를 바라보았다.

마스터 시바마저 적응하기 어렵다는 듯, 이빨마저 드러내며 쓰게 웃음을 지을 정도였다.

그렇게 다시 몇 분간 침묵이 이어지자, 이제는 실크가 신경쓰였는지 다시 고개를 들어올렸다.

“식사들 안하세요?”

그리 묻자, 아루가 당황해하며 물었다.

“우, 우리를 잡으러 온 거 아니었어?”

“……제가요? 당신들을?”

아루에 대답에 이번에는 내가 당황할 차례였다.

“혹시 테러라도 일으키셨습니까?”

“아니?! 그런 적 없는데?!”

“그럼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기라도 했습니까?”

“가, 가끔 그럴 뻔하긴 하는데 아니야!”

“……제가 그럼 왜 당신들을 잡습니까. 방금은 저기 검은 머리 분이 조금 과격한 행동을 하려고 하길래 막은 것 뿐입니다. 여러분이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제가 여러분과 싸울 이유도 없죠.”

“그, 그런가……?”

내가 그리 설명하자 아루는 안심한 기색으로 환한 표정을 짓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 옆에서 무츠키는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소악마적인 미소를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그리곤 큰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아루를 울상으로 만들기 위한 이야기를 말이다.

“아루 쨩! 일일일악(一日一惡)이 우리 회사의 모토라고 하지 않았어?”

“무츠키?! 왜 갑자기 그 이야기를……!!”

“언젠가 키보토스 최고의 하드보일드 무법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었잖아! 도망치지 마, 아루 쨩!”

“꺄아아악! 제발 입 좀 다물어, 무츠키이이!!”

자신들의 정체를 들킨다면 내가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당황해하며 무츠키의 입을 틀어막는 아루.

그 모습에 쓴웃음을 머금은 내가 말했다.

“무법자십니까?”

“아, 아, 아닌데요오……?!”

“사장. 조금 진정해. 그러니까 더 의심스럽잖아.”

“아루 사장님! 무법자다운 모습 빨리 보여줘!”

“으으, 제바알……!!”

이야, 고로시 실력이 대단하네.

갑자기 아루 놀리기로 대화 주제가 바뀌었다.

무츠키의 대화 유도 실력에 감탄하길 잠시, 뭔가 재밌어져서 나도 그녀들의 대화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거 싹 다 붙잡아야겠네. 나쁜 사람들이었어?”

“히익……?!”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아하하핫! 꺄악! 실크가 우리 체포해간대~!”

“하아……. 이게 뭔 난리인지…….”

내가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로 그리 말하자, 진짜로 붙잡아간다 생각했는지 아루와 하루카의 표정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는 모습이다.

“아루? 라고 했나. 이리로 와봐요.”

“네, 네에?!”

절로 웃음이 흘러나오는 광경에 나는 턱을 괴며 아루에게 손짓했다.

아루가 당황하며 자신의 직원들을 돌아봤지만, 무츠키와 카요코는 내가 장난치고 있음을 알아챘는지 그저 관객마냥 구경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루는 배신감에 찬 반응을 내었지만, 내 손짓에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이내, 내가 정면에서 빤히 그녀를 바라보자 아루는 포식자 앞에 선 피식자가 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곤 천천히 아루에게로 손을 뻗어…….

“흐엑……?!”

아루의 머리 위로 손을 얹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했는지 게임에서나 보던 깜짝 놀란 아루의 표정이 드러났다.

나는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여기 라멘 맛있어요. 그러니 자주 먹으러 와요. 가게는 터뜨리지 말고. 나도 단골이니까.”

“에, 으에? 무, 무슨……?”

“풋. 아까 그거 농담이었어요. 그러니 긴장 안 해도 돼요. 아루 씨 반응이 너무 재밌어서 그만.”

“……?!”

“전 이만 가볼게요. 식사 맛있게 해요.”

내 이어진 말에 아루는 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가게에 단골이라는 말에 놀란 건지, 아까 그 말이 농담이었던 것에 놀란 건지, 아니면 자주 먹으러 오라는 말에 놀란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를 나설 준비를 했다. 마스터 시바에게 계산을 마치고, 거기에 얹어 흥신소 애들의 음식 값도 계산했다.

“에엣? 어, 어째서?!”

“아핫, 고마워! 잘 먹을게~”

“고맙게 받을게.”

“가, 감사합니다……!”

당황하는 아루를 내버려두고, 각자 인사를 건네는 흥신소 멤버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가게를 나섰다.

하루카에게 가게를 터뜨리지 말라고 해야 하나, 싶었지만 내가 단골이라는 말 하나로도 충분하리라.

그리고 무엇보다…….

“음. 금방 가게에서 나와야겠는데. 저 애들.”

가게에서 나서자 쏟아지는 시선들.

감각에 붙잡히는 수많은 인기척과 소음.

절로 웃음이 터져나오는 상황의 연속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전의 웃음은 즐거움에 따른 웃음이었고 지금은 기가 차서 나오는 것이리라.

“하.”

아무래도 내가 바꾸지 못한 이야기는 흥신소 뿐만을 말하는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처럼, 초감각이 전해오는 위험 신호는 사람의 생각으로 판단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니 내가 신비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따금 초감각이 전해오는 신호는, 단순히 감각과 본능의 영역을 넘은 ‘무언가’였으니까. 초월했다고 표현해야 할까, 아니면 기이하다고 표현해야 할까.

그저, 내가 말할 수 있는건 초감각은 언제나 나의 의지를 읽고 신호를 전달해 온다는 것.

어느 평범한 소녀가 기형적인 세상을 보며 평범함을 부르짖어 ‘주인공’으로 거듭났듯이.

한 미약한 어른이 선생으로써 모두를 지키기 위해 내뱉은 문장이 학생과 이야기를 바꾸었듯이.

이곳 [블루 아카이브]에서 사람이 표하는 의지는, 일련의 신비와 구분하기 힘들다고도 할 수 있었다.

나에게 있어 미지 그 자체인 이 세상에 떨어져 지혜를 얻기를 갈구했기에, 이 세상을 알아가기 위한 수단이 손에 쥐어진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은 그저 가설에 불과한 이야기였지만, 그만큼 초감각은 내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능력이자, 신비였고, 동시에…….

나를 목표로 이끄는 이정표와도 같았기에.

“저것들은 내가 막아야 할 적이란 뜻이지.”

내가 해야 할 일은 언제나 동일했다.

시야의 끝에 머물러 있는 적들을 바라보았다.

머리 위로 자라난 뿔. 등허리에 난 날개와 꼬리.

그리고 내가 있는 장소로 향해 있는 박격포까지.

익숙한 장면. 익숙한 상황. 익숙한 전개.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알던 그 전개가 이어진다.

바라지않던 원작의 이야기가 말이다.

쿠웅-!

마치 지면을 짓밟듯 강하게 발을 내리찍었다.

그것은 분노의 표출이었고, 동시에 준비이기도 했다.

내게 날아드는 적들의 공격을 쳐낼 준비 말이다.

소리를 들었는지 저 멀리서 나와 눈을 마주친 어두운 피부의 악마 소녀가 보였다. 그녀의 눈동자에 당혹이 깃드는 것이 보였다.

그녀 뿐만이 아닌, 모든 악마 소녀들이.

내가 흉포한 기세를 드러내는 것에 당황하며, 이내 자신들이 실수했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왜냐하면.

콰아아아아앙──!!

이미 박격포에서 쏘아진 포탄이 내게로 쇄도하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것을 향해 내 발이 휘둘러졌기에.

포탄이 깨지고, 폭발이 일었다.

그것도 한 발이 아닌, 여러 발의 포탄이 모두 내 공격에 부서지거나 지면에 떨어지며 파편을 튕겼다.

웹 슈터와 초감각을 이용해 여러 발의 포탄이 날아가는 궤적을 틀어 모든 공격을 막아낸 것이었다.

몇 개는 주먹과 발로 부수고, 몇 개는 웹 슈터로 포탄끼리 충돌하게 만들고, 몇 개는 방향만 틀어서.

그 기예에 가까운 모습에 꽤나 놀랐는지 선도부원들과 이오리, 치나츠의 벙찐 표정은 꽤나 즐거웠다.

지금처럼 적으로 만나지만 않았다면 더 즐거웠겠지.

“뭐야! 무슨 소리- 히익……?!”

“젠장, 저 녀석들이 왜 이곳에……!”

“저 녀석들?”

“게헨나 선도부 녀석들이야!”

“에엑……?!”

흥신소68 멤버들과 마스터 시바는 어느새 놀란 표정으로 바깥으로 빠져나온지 오래였고,

주머니의 휴대폰으로는 아마 아비도스 친구들이 보내는 연락으로 추정되는 진동이 이어졌다.

다만, 받을 수는 없었다.

어차피 이곳으로 찾아올 테니 상관없겠지.

지금은 그저-

“내가 분명, 히나에게 전달해 두었을 텐데…….”

내 경고를 무시한 악마에게 벌을 줘야겠다.

가슴만 큰 게 아니라 간도 엄청나게 큰 모양이지?

그렇다면 한번 시험해봐야지 않겠는가.

내 중얼거림에 가면 속 푸르른 눈동자가 더욱 불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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