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62



1.

히마리는 제 귀를 의심했다.

‘……방금, 뭐라고 한거죠? 기업도시? 그게 무슨-’

이해할 수 없는 단어였고, 성립할 수 없는 단어였다.

정확히는 ‘성립해서는 안 되는’ 단어였다.

일개 기업이 도시를 장악한다고?

그것도 ‘그’ 카이저 코퍼레이션이 말인가?

남들보다 많은 걸 알고 있는 히마리인 만큼 히이로가 프레지던트와 나누었던 대화는 농담으로도 쉬이 넘겨듣기 어려운 말이었다.

카이저 코퍼레이션이 도시를 장악한다는 말은, 그야말로 도시의 명운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했다. 다소 과장해서 말한다면 그때는 정말로 도시가 멸망했다고 해도 좋으리라.

‘그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인가요?’

카이저 코퍼레이션이 키보토스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기업인 건 사실이나, 그 영역이 총학생회와 비견될 수준은 아니었기에.

거기다, 히이로가 꺼낸 이야기에는 히마리가 놀라게 된 이유는 또 하나 있었으니.

‘…저 말이 사실이란 건가요? 저초자도, 아니 도시의 어느 누구조차도 알지 못한 사실이에요. 일개 기업의 도시 장악과 같은 계획을 대체 어떻게-’

히이로의 확신에 찬 말투.

당황한 듯한 반응의 프레지던트.

그리고 결국 성사된 거래.

그것들이 두 사람이 나눈 대화가 ‘진실’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것이 히마리를 놀라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서일까, 히마리는 거친 말을 내뱉는 히이로를 두고도 평소처럼 태클을 걸지 못했다.

아니, 그녀뿐만이 아닌 이 순간에 히이로를 조력하던 모든 사람들의 움직임과 목소리가 멎었다.

그 침묵은 히이로가 카이저 PMC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초현상특무부와 베리타스라는 밀레니엄 최고의 두뇌들이 모였음에도 방금 눈앞에서 벌어진 대화는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저 그녀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의문만 휘몰아칠 뿐이었다.

‘대체, 어떻게 알아낸 거지?’

‘히이로가 카이저를 해킹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 요상한 직감으로 알아챘다는 것도 이상해.’

대체 히이로는 저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가.

그녀는 어떤 비밀을 우리에게 감추고 있는건가.

어쩌면 이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을 알고있지 않을까.

그것은 호기심이자, 동시에 의심이었다.

히이로가 지닌 능력에 대한, 그리고 비밀에 대한.

…….

침묵하던 히마리는 이내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아니. 어쩌면 그리 꽁꽁 감췄던 비밀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천둥이 내리치듯 번뜩인 생각은 그녀의 사고를 확장시켰다. 전지(全知)의 이명답게, 히마리는 함께 히이로를 지켜보던 그 누구보다 빠르게 판단을 마쳤다.

순간적으로 히마리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

가장 그럴듯한 가설이면서, 가장 당혹스런 가설이기도 했지만 히이로가 보여준 지금까지의 행보에 걸맞는 것이기도 했다.

‘예언, 이라고 했던가요.’

신비(神祕)의 한 갈래.

각 학원의 주축으로 여겨지는 힘.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능력.

시야의 경계를 넘어, 성천의 영역에서 모든 것의 흐름을 내려다보는 초월적인 힘. 누군가는 예지(豫知)라 하며, 누군가는 예언(豫言)이라 부르는 힘.

과연 히이로는 예언의 힘을 지니고 있는가.

히마리는 높은 확률로 그렇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증거로, 히이로는 언제나 앞날을 내다보듯 행동해왔었으니까.

이상할 정도로 카이저를 적대하고,

예지에 가까울 정도로 뛰어난 감각을 보여주며,

사건의 발생 시기를 귀신같이 맞추는 모습들.

지금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미래를 안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 당시에는 농담으로 초현상이라 부르며, 미래를 안다고 히이로를 놀려댔지만, 아무래도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히이로는 생텀타워가 복구되기도 이전부터 게헨나 활동 계획을 세우고 있었죠. 처음부터 조만간 생텀타워가 복구되리라는 것을 알았던 건가요?’

물론, 진짜로 모든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이라고 하기엔 예측하지 못하는 사건들이 많은 느낌이었지만 다른 학원에서 기록되는 예언의 신비도 모든 내용을 적중시키지 못했다고 했었다.

아마 히이로도 그런 경우이지 않을까?

히마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가 예언자라면, 혹은 그것에 버금가는 비밀을 지닌 존재라면 그녀가 자신들에게 진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도 설명이 되었으니까.

여러 가지 의문점은 존재했으나…….

[히이로. 다음 계획은 뭐죠?]

그녀는 그저 히이로를 믿는 것을 택했다.

히이로가 먼저 밝히지 않는 이상, 무언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을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히마리가 지켜봐 온 히이로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아이였으니 말이다.

‘무언가 이유가 있었겠죠.’

갑작스레 자신들에게 비밀을 드러낸 것도.

카이저 PMC를 습격하고, 녀석들을 협박한 것도.

그리고 아비도스라는 험지에 찾아온 것도 모두.

그녀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그러니 믿을 뿐이다.

이것이 히마리가 내린 선택이었다.

“……그, 궁금한 거 없으세요?”

[많아요. 엄청나게 많지만, 지금 당장은 묻지 않을게요. 나중에 설명해주실 거라고 믿어요.]

그 선택은 당사자인 히이로마저 당황스러운 것이었지만 히마리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지금껏 보아온 히이로의 모습들이 그 이유였으니.

“선배…….”

[후후, 감동하셨나요?]

히이로는 감동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진짜 사랑합니다, 선배. 고마워요. 믿어주셔서.”

[………….]

새삼스럽지만, 히마리는 다시금 그녀를 의심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게 되었다.

2.

터벅터벅-

한 소녀가 키보토스의 모처를 거닐었다.

분홍빛 머리칼에 오드아이를 지닌 소녀는 자신의 정면에 세워진 건물을 음영진 눈동자로 쳐다보았다.

그리곤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힘겹게 그곳으로 발을 들였다.

소녀는 생각했다. 마치 자진해서 괴물의 아가리로 발을 들이는 것만 같다고, 말이다.

그렇게 기억하는 대로 차근차근 발걸음을 옮기며 걷기를 수 분, 소녀는 원하던 장소에 도달하게 되었다.

끼익-

소녀가 문을 열고 도달한 곳은 건물의 최상층.

도시의 풍경이 한 눈에 담기는 곳이자, 지금까지 수없이 자신에게 제안을 건넨 ‘누군가’가 있는 장소였다.

“아, 오셨군요.”

소녀- 타카나시 호시노는 주홍빛과 푸른빛을 발하는 오드아이로 상대방을 시야에 담았다.

상대는 검은 정장에 검은 신체에 흰색 금이 간 그야말로 기이하기 그지없는 외형을 하고 있었다.

다만, 명백히 사람이라 볼 수 없는 존재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낯선 남성의 목소리. 체구도 자신이 학교에서 보았던 선생과 어렴풋이 비슷해보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새벽의 호루……, 아니, 호시노라는 이름이었죠. 실례했습니다.”

“……이번엔 무슨 일이야, 검은 양복?”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는 검은 양복의 말을 무시하고 묻자, 그는 익숙한 큭큭큭 웃음 소리를 내었다.

그리곤 눈을 연상케하는 새하얀 원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가 더욱 짙어지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변했으니까요. 키보토스 최고 신비를 지닌 호시노 씨에게 다시금 제안을 드리려는 겁니다.”

“제안? 웃기지 마! 그건 이미……!!”

“아아. 조용. 조용히 해주시길 바랍니다. 제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호시노 씨.”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제안을 건낼 생각이라 판단한 호시노는 격분을 토하며 소리쳤지만, 검은 양복은 손을 들어올려 호시노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그는 턱을 어루만지며 다시금 웃었다.

“참 흥미로운 일이지요. 본래는 당신에게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할 생각이었는데 말이죠.”

“……뭐?”

“저는 나름 영화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 대사를 인용하며 오늘의 대화를 이끌어 갈 생각이었죠. 하지만… 어떤 거미 한 마리가 제 입을 묶어버렸군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아무래도 이번 일에서 당신을 확보하는건 아무래도 불가능할 듯 싶군요.”

“……?!”

섬뜩하기 그지없는 검은 양복의 말에 호시노는 본능적으로 검은 양복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당장이라도 검은 양복에게 달려들어 공격을 가하려는 듯, 전투 자세를 취한 호시노였지만 이어진 검은 양복의 말에 표정을 콱 구길 수밖에 없었다.

“불가해한 존재가 둘이나 있는 상황에서 당신을 손에 넣는 건 쉽지 않지요. 그것도, 정의롭기 그지없는 거미가 당신에게도 실을 엮어놓았으니.”

“…실을 엮어놓았다고?”

“당신에게 누군가가 말을 건네지 않았습니까? 이 제안을 거절하도록 말이죠. 큭큭큭.”

“……?! 너……!!”

그제야 검은 양복이 말하는 ‘거미’를 이해했다.

검은 양복이 이야기하는 거미, 이 도시에서 거미를 상징할 만한 존재는 한 명 뿐이지 않은가.

실크. 그녀였다.

검은 양복은 히이로에게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봐온 그의 성향을 볼 때, 이건 위험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야.”

“호오. 이거이거, 무서워서 몸이 다 떨리는군요. 큭큭큭.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이제 당신이 아닌 거미에게 깊은 흥미를 지니고 있으니.”

“무슨 개같은 소리야!”

호시노는 분노를 쏟아내며 검은 양복을 노려봤지만 그는 태연하게 미소를 흘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너, 만약 그 아이에게 무슨 짓이라도 저지른다면 용서하지 않……!”

“저지르다뇨. 큭큭. 이미 이야기는 시작됐습니다.”

“……뭐? 이 미친놈이!!”

“부디, 저희에게 비의와 진리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를. 키보토스의 영웅이시여.”

쩌어엉─!!

검은 양복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호시노에게 정체 모를 무언가를 던져 깨부수자, 터져나오는 섬광.

이내 시야가 회복되었을 때에 검은 양복은 이미 귀신처럼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지 오래였다.

건물에 홀로 남게 된 호시노는 이를 악물며 건물을 빠르게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소중한 조언을 해주고, 아비도스를 지켜준 영웅이 위험하다. 그 사실을 깨달았기에.

“히이로……!”

호시노는 이제 친구라고 생각할 정도로 가까워진 소녀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빠르게 달렸다.

3.

그 시각, 시바세키 라멘집.

뭔가 불안해서 가게로 찾아온 나는 그곳에서 라멘을 시켜먹다가 소란을 피우는 흥신소 일행을 보았다.

“내가 제대로 된 악당이 되려면 이런 가게부터 없어져야 한다고! 나에게 필요한 건 냉혹과 무자비와 철혈이지, 이런 달콤함이 아니야!”

“아니,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는 건…….”

“그러니까… 이 가게가 없어져야 한다는 얘기죠, 아루 님?”

아 시발.

이건 왜 원작대로 흘러가는데.

나는 남들 모르게 가면을 쓰며 한숨을 쉬었다.

다른 건 몰라도 여기 터지는 건 막아야지.

나는 천천히 기폭장치를 꺼내드는 하루카에게 웹 슈터를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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