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55



1.

“우선 이것 하나만 물어보자.”

“무엇인가요, 실크?”

본격적으로 대화를 시작하기 앞서 궁금증을 드러내자 오히려 기껍다는 듯이 꼬리를 살랑거리는 와카모.

몸과 마음을 바친다는 말이 사실인지는 몰라도, 나를 굳게 신뢰하고 있는 모양인지 처음부터 가면을 벗고 있었던 와카모의 황금빛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났다.

내가 질문해주어서 기쁜 것인지, 아니면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순간 자체가 즐거운지는 모른다.

그저, 사람의 눈동자 속에 저렇게나 선명한 행복감이 담길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신기할 따름이었다.

“우리 집은 어떻게 알아낸 거야? 아니, 정확히는 내 정체를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온거야?”

“아아, 그것 말씀이시군요. 그리 어렵진 않았답니다.”

어떻게 와카모는 내 거처와 정체를 알았는가.

그리고 왜 찾아왔는가, 에 대한 질문.

이에 대해서 와카모는 이리 대답했다.

“사랑의 힘이랍니다.”

“……뭐?”

사랑의 힘? 러브 파워? 그게 도대체 뭔데.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내비치자 와카모는 잠시 눈을 지그시 감더니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작된 그녀의 나지막한 회고.

“폭발과 같이 맹렬하고 강렬했던 당신과의 만남 이후, 저는 느꼈답니다. 저와 당신 사이에 붉은 실이 연결되었다는 감각을. 이것은 붉은 실로 이어진 운명의 인도…, 때문에 저는 당신을 찾을 수 있었답니다.”

“…….”

“당신께서 주셨던 가르침을 몸에 새겨넣으며 지금껏 그 어떤 악행도 쌓지 않았답니다? 그 보상인지 어느 날, 붉은 실의 인도에 따라 움직이다보니 어느덧 이곳에 도착해있었답니다.”

그저, 그 뿐인 이야기다.

와카모는 그렇게 설명할 뿐이었다.

이야기를 마치자 와카모의 눈동자가 다시금 드러났다. 황금빛 위로 더해진 분홍빛을 품은 안광이 나를 주시하는 것이 보였다.

눈동자에 하트가 그려진 건 내 착각이겠지?

나는 애써 와카모의 시선을 무시하며 생각했다.

‘운명의 인도, 인가.’

솔직히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지만 내가 지니고 있는 ‘초감각’마저도 그야말로 초능력, 혹은 신비라 불러 마땅한 수준의 능력이었기에 애써 수긍하였다.

다만, 운명의 붉은 실이라는 표현이 조금 어색했다.

“그, 붉은 실이라는 말은 대체 뭐야?”

“후후후, 있는 그대로의 표현이랍니다. 저와 당신의 인연, 그리고 운명을 잇는 연결. 저희의 사랑이지요.”

“…….”

“아아…. 너무 그렇게 빤히 바라보시면, 몸 곳곳에서 안타까움이 흘러넘쳐버려요…….”

진짜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와카모의 애정 어린 한마디한마디에 쓴웃음을 머금은 나였지만 그래도 그녀가 꺼낸 이야기를 듣곤 칭찬이라도 해줘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이야기를 듣고 악행을 단 한번도 저지르지 않았다지 않은가. 솔직히 이건 칭찬해줘야지.

“잘했어, 와카모. 기특하다.”

“……!!”

그런 의미로 와카모에게 다가가 손을 붙잡고 설핏 미소 지어주자 단숨에 눈동자를 키우는 와카모의 모습.

깜짝 놀랐는지 꼬리와 귀마저 쫑긋 솟아오른 모습.

꼬리와 귀가 본디 동물의 감정을 드러내는 부위라고 했던가, 그 말대로 와카모의 표정은 이내 풀어지며 한없이 행복한 것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음. 귀엽긴 하네.

세리카도 그렇고, 수인 학생들의 저 귀와 꼬리는 한번씩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들게 한단 말이지.

“……우후후. 후후후후후♡”

“?”

뭐임?

방금 뭔 소리임?

하지만 그런 충동조차 가라앉게 만들 정도로 불길한 낮은 웃음소리를 내뱉는 와카모.

내가 당황하며 손을 빼내려고 하니, 와카모가 콱- 소리가 날 정도로 내 손을 붙잡는 것이 아닌가.

“와, 와카모?”

“아아…. 당신께서 저를 이렇게나 원하고 계시다니. 이 흘러넘치는 행복. 몸을 가득 이루는 환희. 저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책임, 져 주세요?”

“예?”

와카모의 황금빛 눈동자가 살벌하게 빛났다.

이내, 와카모는 내 손을 붙잡은 채 내게로 천천히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자아, 부디 이쪽으로- 좀 더 좀 더 제 곁으로…….”

“야, 야아! 왜 갑자기 이러는……!”

그녀는 사냥감을 노리는 포식자의 눈빛을 하며 내게로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곤─.

-포옥.

“……?”

“아아, 기쁘네요. 당신의 따뜻한 온기가 몸 이곳저곳에 스며들어서, 무척이나 안심되는 기분이에요.”

내 품에 안겨들어서 얼굴을 묻는 와카모.

등으로 양 팔을 감아 힘껏 껴안은 모양새가 되었다.

그것도, 달려든 와카모에게 떠밀려 침대에 걸터앉은 채로 말이다.

“후후후. 행복하네요.”

처음부터 품에 안길 생각이었는지 이대로 내 가슴에 연신 얼굴을 비비기만 하는 와카모의 모습이다.

그와 반대로 조금… 부끄러운 상황을 생각했던 나로썬 그저 사과처럼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로 얼굴을 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것과 별개로도 와카모의 몸 이곳저곳이 전신에 밀착해있는 상황마저 내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기에.

예를 들자면 그, 가슴이라던가, 배라던가.

진짜로 여자끼리는 이게 평범한 스킨십인거냐?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이건 좀 아닌거 같은데!

‘신이시여.’

결국 나는 속으로 신을 부르짖으며 평온을 유지하기 위해서 애쓰는 수밖에 없었다.

부디 그녀가 빨리 만족하고 품에서 떨어져주길 빌면서 나는 마음 속으로 정신 안정화 주문인 애국가를 수없이 제창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늘은 내 애원을 듣지 않았다.

와카모는 무려 10분이라는 시간을 안겨 있었으니까.

2.

“……아무튼, 내가 부탁할 일은 이거야. 이번 사건에서 내 활동을 도와줬으면 좋겠어.”

“후후. 좋답니다. 뭐든지 말씀해주세요.”

“그래…. 적극적이어서 고맙구나….”

전에도 이야기했듯 나는 와카모를 내가 앞으로 키보토스에서 꾸릴 히어로 전선의 일원으로 삼을 것이다.

‘디펜더스’가 아닌,

‘썬더볼츠’라 지었던 이름의 집단.

원작에서 썬더볼츠는 시기나 작품마다 드러나는 성향이 참 다양한 집단이었다.

때로는 슈퍼 빌런들의 팀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빌런들이 모여 안티히어로 역할을 하는 팀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히어로들이 타락하여 적으로 돌아선 팀이기도 한다.

보편적으로는 히어로나 빌런 한 측에 속하지 않은 제 3세력이라 칭하는 것이 옳으나 대체로 ‘선하지 않은 존재’가 나름의 정의를 실현하는 팀- 이라 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와카모가 속하게 될 그룹을 썬더볼츠라 칭한 것도 있었다. 객관적으로 와카모는 불량학생이었고, 지금껏 행해온 일들이 선하진 않았기에.

다만,

지금은 당장 활동하기엔 이르다는게 내 판단이다.

현 시점에서 와카모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불량학생이자, 수배자, 그리고 테러범 정도일 것이다.

그런 아이가 갑작스레 실크를 뒤따라 히어로 활동을 시작한다고 해도 갑자기 모두가 반길리 없다.

아직 와카모의 힘이 어디까지 닿는지도 알 수 없는데다, 내가 구상해놓은 계획에 따르면 디펜더스나 썬더볼츠와 같은 히어로 팀의 본격적인 출범은 이번 메인스토리가 아니었기에.

“이번에는 ‘사이드킥’으로 활동을 도와줬으면 해.”

“뭐든 좋답니다. 다만… 사이드킥, 이 무엇인가요?”

사이드킥.

‘조수’라는 뜻을 가진 영단어이지만 슈퍼히어로 장르에서는 히어로와 함께 활동하며 보조하는 일종의 아마추어 히어로를 뜻하는 경우였다.

“아아, 이해했답니다. 제가 당신의 조수가 되어 당신의 등을 지키는 것이로군요? 그런 일이라면 저에게 맡겨주시길. 제가 전력을 다해 지켜드리겠사와요.”

“으응. 고마워…….”

“후후후, 별말씀을. 애정에 대한 보답이랍니다.”

부담스러운 시선을 보내오는 와카모의 눈빛을 애써 무시한 채, 나는 이어서 계획을 설명했다.

모두 치밀하게 짜여진 계획은 아니었다.

애초에 와카모를 ‘사이드킥’으로 삼겠다는 것도 계산 하에 내려진 판단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선명히 느껴지는 초감각에 따른 결정에 가까웠으니까.

카이저는 반드시 움직일 것이고,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적 또한 나타날 것이다.

초감각은 그리 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대비할 수 있는 건 해놔야지.”

와카모의 사이드킥, 히마리와 베리타스의 보조, 엔지니어부의 장비, 샬레와 아비도스의 연결점, 그리고 내가 지니고 있는 수많은 정보까지.

기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할 것이다.

그리고 바라는 결말을 만들어야지.

그 어떤 적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더라도.

3.

그 뒤로 며칠이 지났다.

나는 빠르게 아비도스로 향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세미나와의 협의를 통해 공식적인 파견 활동을 승인받았고, 지원 또한 받게 되었으며.

선생과의 연락을 통해 선생이 무사히 아비도스에 도착했다는 말을 전해들을 수도 있었다.

“조난 당할 뻔한 건 여기서도 마찬가지인가.”

그 과정에서 험난한 여정을 겪었다는 것과, 시로코와의 첫 만남이 성사되었다는 것도 전해들었고 말이다.

나름 원작대로 인연이 시작되는 모습에 뿌듯함도 드는 한편, 불안감도 드는 대목이기도 했다.

어쩌면, 내가 기존의 이야기를 비틀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조금 들었으나 금세 사그라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다녀오셨어요, 당신? 밥부터 드실래요, 아니면 목욕부터 하실래요? 아니면, 사랑이 담긴 포옹인가요?”

“…그, 와카모야. 한 가지 궁금한게 있는데.”

“네? 무슨 일인가요?”

“너, 집에는 안가는거니? 왜 여기 있는거야?”

그야말로 원작에서 한없이 멀어졌다 평가할 수 있는 광경이 매일 눈앞에서 펼쳐졌기에.

어째서인지 와카모는 재회한 그 날부터 계속 집에 남아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요리와 집안일을 도맡아 수행하면서 말이다.

대체 왜 여기서 이러는거야.

내 의문에 와카모는 입가를 가린 채 웃으며 답했다.

“우후후, 분명히 전에 말씀드렸었죠?”

“…뭐를?”

“당신께 몸과 마음을 모두 바치겠노라고. 당신의 곁에서 함께하며 당신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

“…….”

“그러니 저는 언제나 당신과 함께할 생각이랍니다.”

와카모는 말하고 있었다.

내가 그녀에게 가르침을 주었고, 앞으로도 가르침을 받을 생각이니 그 보답으로 내 곁에서 봉사하겠다고.

즉,

간단히 말해서 이제부터 동거하겠다는 말이었다.

‘아니. 대체 어떻게 하면 곁에서 지켜보는게 그, 신혼부부마냥 동거하면서 날 보살피는게 되는거야?’

이해할 수 없었기에 물어보니 와카모는 답했다.

“사랑에는 사랑으로 답한다. 당연한 일이랍니다?”

음. 그렇구나.

그냥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문제였구나.

“그러니 당신, 무엇으로 하시겠어요? 식사? 목욕? 그것도 아니면… 포옹?”

“…….”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이걸 어떻게 선택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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