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53



1.

영웅은 언론을 경계시해야만 한다.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활동하는 영웅에게 정보라는 매체를 무기로 쓰는 언론은 필연적으로 경계하며, 멀리해야 마땅한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진실이라는 명목 아닌 명목 하에 남들이 관심 가질 모든 정보들을 수집하고, 전달한다.

때로 시민들을 구원한 영웅마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서 그 정체를 밝혀내며, 만인의 시선에 들도록 만들기까지 하기에 영웅은 언제나 언론을 기피한다.

압도적인 힘과 권력을 지녔거나, 정체가 드러나도 영향을 받지 않을 극히 일부의 영웅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영웅들이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양면성을 지니는 이유가 있다.

일상적인 영역마저 영웅의 의무가 침범하여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기에.

스파이더맨을 예시로 들어보자, 그가 처음으로 정체가 까발려졌을 순간 어떤 일을 당했던가.

그야말로 평범한 생활은 사라지고, 도시 전체를 적으로 둔 것마냥 힘겨운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며, 가치관이 다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당하며 괴롭힘을 수없이 당하게 된다.

이토록 언론이란, 펜으로 사람을 가볍게 죽일 수 있는 한없이 무서운 수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어째서 그 수단을 사용했느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의 시선을 저에게 집중시킬 겁니다.”

“시선을, 말인가요?”

때로는 언론이란,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기에.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죠. 아비도스의 상황은 제가 무엇을 하든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카이저가 제게 칼을 겨누게 할 수는 있겠죠.”

“…….”

“언론에 정보를 약간 흘린다고 놈들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카이저는 그런 의혹따위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거인입니다. 자치구 하나를 자신의 영토로 삼고자 하는 탐욕스러운 거인이죠.”

그렇기에.

그 거인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집중시킬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내가 너희들의 가장 큰 적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나에게 공격을 하도록 만든다.

아비도스도, 다른 자치구도 아닌.

오직 나에게.

“어째서죠?”

내 말에 히마리가 물어왔다.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있나요? 자칫하면 히이로 당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아비도스 사람들이 위험하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네?”

큰 이유는 없다. 그저-

누군가의 위기를 알고도 무시하고 싶지 않았다.

타인에게 기꺼이 손을 뻗는 존재가 되고 싶었기에.

그렇기에 나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그들을 위해 모든 수단을 활용하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영웅’이라 부르고 있잖아요. 그런데 다른 누구도 아닌 ‘영웅’인 제가 그들을 외면한다면, 그 누가 다시금 저를 믿어주겠습니까.”

사람은 누구나 동경하는 바가 있다.

어떤 사람은 절대적 존재인 신을 동경하며,

어떤 이는 자신이 믿고 따르는 사람을 동경하며,

또 누군가는 도시를 구원해준 영웅을 동경한다.

동경은 어디에서 올까.

누군가는 동경이란 우리의 영혼이 완전하고 아름다운 이상을 추구하기에 생기는 것이라 하였고,

또 누군가는 인간의 욕망이 억압된 초기 감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동경이란 근본적인 것이며, 또 본질적이다.

그렇기에 사람은 누구나 동경하는 바가 망가지거나 뒤틀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만인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을 수는 없어도, 저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진 않네요.”

때문에 나는 그들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영웅’이니까요.”

영웅이란 본디 그런 존재라고. 나는 말하고 있었다.

당신들이 나를 동경한다면, 나는 마땅한 모습을 재현할 것이고 그만한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당신들이 나를 사랑한다면, 나 또한 당신들을 사랑하며 외면하지 않고 구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더 나아가 당신들이 나를 추앙한다면, 나는 기꺼이 당신들을 위해 기적이라도 일으키리라.

그것이 내 신념이었고, 이상향이었다.

더 나아가 나의 동경이었다.

2.

카이저의 불법 밀매 소식이 키보토스 전역을 강타한 후, 아비도스의 상황은 이전과 사뭇 달라진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블랫마켓과 더불어 뒷세계의 활동은 활발하게 이루어졌지만, 일반 시민이나 아비도스 학생들을 건드리는 이들이 확연하게 줄어든 것이다.

마치, 누군가가 지시를 한 것처럼 말이다.

함께 상황을 지켜보던 히마리는 이 현상을 두고 카이저가 시민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음이라 평했고, 대책위원회의 멤버들 또한 마찬가지로 최근 아비도스의 치안이 꽤 좋아지고 있음을 실감할 정도.

물론,

“두더지가 땅을 파고 숨은 것이나 다름없네요.”

[네. 어디까지나 ‘눈치’만 보고 있는거죠.]

카이저의 활동은 자신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영역에서 꾸준히 벌어지고 있겠지.

바퀴벌레에게 빛을 비추면 어두운 곳으로 숨어들 듯, 카이저도 마찬가지로 언론에서 한번 상처를 입었으니 더욱 철저하게 숨어들어서 작업을 진행하리라.

지금은 단순히 몸을 사리고 있을 뿐이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금 나타나서 일을 벌이겠지.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다.

어쩌면 일부로 이 상황을 유인했다고 해도 무방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히이로는 이 상황을 만들고 싶었던 거군요?]

히마리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의 말대로 원하던 상황인건 맞지만, 내가 모든걸 계획했다고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존재했기에.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결과는 나름 만족스러웠다.

내가 터뜨린 폭탄이 잠시 동안은 효력을 발휘할테니.

이제 쉽사리 아비도스가 위험에 빠지지는 않으리라.

이 정도라면, 당분간은 안전하겠지.

“목적도 달성했으니 슬슬 돌아가겠습니다.”

돌아가서,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해도 되리라.

나는 그리 생각했다.

[원하던 바는 모두 이루셨나요?]

“네. ‘탐색’도, ‘조사’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좋네요. 그럼 저도 미리 준비해놓을게요.]

“감사해요, 히마리 선배.”

그렇게 나의 복귀가 결정되었다.

며칠만에 이별하게 되는게 아쉬울 따름이지만 나는 상관없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아비도스의 방문은 금방 또 이루어지리라.

내가 아비도스에 방문한 목적은 두 가지.

하나는, 초현상특무부의 활동을 승인받기 위해서.

또 하나는, 대책위원회에게 평화를 안겨주기 위해서.

오직 그뿐이었다.

아비도스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비도스를 찾아온 게 아니었다.

이는 아무리 샬레의 선생이라고 할지라도 불가능하다. 초법적인 권한으로도 그녀들의 채무는 상환할 수 없으며, 아비도스의 사막화를 해결할 수는 없다.

비판적으로 보자면 남들이 말하는 해피엔딩은 결코 얻어내기 힘들다고 생각해야겠지.

하지만, 남들은 모르는 한 가지 사실.

아비도스는 앞으로도 꾸준히 빛더미에 시달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대책위원회는 그것을 불행이라고, 절망적인 현실이라고 비관하지 않는다.

그저 이겨내야 할 시련으로 여기고, 끊임없이 돈을 벌며 학교를 지켜내고자 한다.

대책위원회의 멤버들과의 인연과 우정.

그것이 학교에 남아있는 것으로, 평소대로의 일상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만으로 그녀들은 만족하기에.

“원래 각자 생각하는 해피엔딩이 다른 법이지.”

그렇기에 내가 선생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는 나와 다르게 아비도스에게 적법한 권한을 부여하고, 그녀들을 지킬 ‘어른’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존재였기에.

선생이야말로 대책위원회가 생각하는 ‘해피엔딩’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존재였으니까.

‘그 아이들에겐, 나같은 영웅보단 어른이 필요해.’

때때로 아이들에겐 공격을 막아줄 방패보다도, 자신을 꾸짖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법이다.

영웅의 강인한 등보다, 어른의 보드러운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는 법이다.

그렇기에.

메인스토리의 전개는 오롯이 선생과 함께하는 것으로 그 가치가 생겨나는 법이다.

그래야만 내가 기억하고, 좋아하는 [블루 아카이브]의 주제를 실현시키는 것이 가능할 테니까.

“그러니 돌아가서 준비하도록 하죠.”

선생님을 돕기 위한 준비를.

3.

[최근 카이저 코퍼레이션에 관한 의혹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비도스 자치구에서 그 행적이 포착되었던 실크의 발언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카이저는 아비도스에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친절한 이웃이라는 이름으로 세간에 알려져있던 실크의 발언이 주목을 받게 되면서 혹여나 실크가 카이저가 저지르는 불법 행위를 사전에 알아챈 게 아니냐, 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허나 이러한 대중들의 의문과 해명 촉구에도 카이저 코퍼레이션은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요즘 아비도스가 시끌시끌하네.”

뉴스를 시청하는 누군가는 쓴웃음을 머금으며 그리 중얼거렸다.

한 손에는 타블랫 PC를 든 채로 잠시 침묵하던 그는 이윽고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금 말을 이었다.

“안 그래도 가볼 생각이야.”

“네가 보여준 편지들도 있으니까 말이야.”

혼잣말과는 어딘가 다른, 누군가와 대화하는 듯한 말투였으나 그가 위치한 사무실에는 그를 제외하곤 어느 누구도 존재하지 않고 있었다.

다른 이가 보았다면 정신 이상을 의심해 볼 상황.

하지만 놀랍게도 사내의 정신은 아주 멀쩡한 것을 넘어, 그 누구보다도 또렷하기 그지없었다.

“그건 그렇고, 실크인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사내는 옷을 챙겨입으며 잠시 고민에 빠져들었다.

뉴스에서 보았던 누군가와,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 또 한 명의 존재를 동시에 떠올리면서.

그는 자신의 앞에 놓인 ‘두 장’의 편지를 보았다.

하나는 아비도스 대책위원회에서 온 것이고,

또 하나는…….

[From. 친절한 이웃]

하하. 사내는 웃음을 터뜨렸다.

“어쩌면 재밌는 학생과 만날 수 있겠는걸.”

이 도시의 유일한 영웅.

시민들을 구원하기 위해 활동하는 학생.

자신이 키보토스에 오기 전부터 나타나 많은 사람들을 구원하고 희망을 전파한 희망과 선의의 상징.

사내, 아니 ‘선생’은 아주 오래 전부터 그녀와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번에 그 기회가 찾아왔다.

“가자, 아비도스로.”

학생을 돕기 위해서 나서는 발걸음 위로.

아주 약간의 기대라는 또 하나의 이유가 더해졌다.

[!– Slider main container –]


[!– Additional required wrapper –]






Tip: You can use left, right, A and D keyboard keys to browse between chap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