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52



1.

대책위원회는 쉽사리 내 제안을 승인해주었다.

단순히 승인하는 것을 넘어 자신들이 내 활동을 지지한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 구두로 한 약속에 불과했지만, 나는 그녀들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고마워요, 모두.”

“차, 착각하지 말라고! 그저 우리한테 피해가 없다고 생각해서 들어주는 것 뿐이니까!”

“히이로 씨라면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건 저희 모두의 의견입니다!”

“으헤~ 이 아저씨를 감동시킨 보답이라고~?”

이유는 뭐, 간단하다.

아까 전 나누었던 대화 탓이었다.

아비도스에 방문한 목적을 밝힌 뒤에 그녀들과 이어서 나누었던, 속내를 담지 않고 그저 진심만을 담아서 꺼낸 여러 이야기들. 목적을 위해서가 아닌 말 그대로 사이가 가까워지기 위해서 나눴던 대화들.

그것 덕분에 나와 대책위원회 아이들의 사이는 순식간에 부쩍 가까워질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그녀들을 아비도스의 ‘학생회’로 인정해줬다는 희미한 감동 뿐이었겠지만, 이어진 대화에서 우리는 서로의 진심과 우정을 나누었다.

헤어질 때,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됐을 정도로.

“그럼 오늘은 이만 돌아가볼게요. 시간도 늦었고, 여러분도 모두 돌아갈 시간이 된 것 같으니.”

“저기 그, 내일도 올거야?”

아비도스의 정문 앞에서 모두에게 손을 흔들고 있으니 돌연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세리카가 내 소매를 붙들며 그리 물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이 마치 버려진 아기 고양이 같았다.

어딘가 보호욕을 자극하는게 묘하게 장난기가 들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입가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아마도요? 우선은 아비도스에 대한 지리나 기록들을 먼저 찾아보려고 하거든요. 아무래도 당분간은 여러분들과 함께 하면서 정보를 캐낼 생각입니다. 킥킥.”

“풋. 뭐야, 그 재미 없는 농담은.”

“와아, 히이로는 사실 밀레니엄의 스파이였군요!”

내가 과장되게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자 농담이라는 것을 바로 알았는지 대책위원회의 모두는 피식 미소를 짓는 모습.

노노미까지 합세해서 장난스런 대화를 이어가던 중 어느덧 해가 완전히 저물어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하늘을 보며 이제 헤어질 순간이 되었음을 직감하였다.

“오, 노을.”

“이야~ 멋있는 풍경이구만~”

태평하기 그지없는 호시노의 말.

나 또한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건 몰라도 풍경 하나만큼은 정말 이쁜 세계였다.

“아, 맞다. 세리카.”

“응?”

나는 여전히 아쉬워하는 세리카에게 다가가 팔을 활짝 벌려서 품 안에 안아주었다.

고양이의 분리불안은 해결하고 가야지.

“뭐, 뭐뭐뭣?! 무, 무슨 짓을……!”

“전 오늘 새로운 친구를 잔뜩 만나서 즐거웠어요. 그러니 전 내일도 여러분과 만나고 싶을 거에요. 혹시 세리카는 아닌가요?”

“으, 으읏…. 그건…….”

안다. 말하기 쉽지 않다는 것.

입 밖으로 내뱉기 쑥스럽다는 것.

원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는 것은 쉽게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그것이 애정이라면 더욱 쉽지 않으리라.

세리카의 성격을 표현하는 ‘츤데레’ 또한 그러한 감정 표현을 어려워하는 이를 일컫는 말이지 않은가.

하지만, 어려운 것과 싫어하는 것은 다르잖은가?

아주 약간의 추진력만 실어준다면 감정 표현이 어려운 이라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다.

“아, 정말-! 그래, 나도 좋았어! 좋았다고! 부끄럽게 정말…! 이제 좀 놔줘……!!”

바로 이렇게 말이다.

세리카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소리쳤고, 제발 놓아달라며 내게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헤헤. 알겠어요.”

이 정도로 만족한 나는 헤프게 웃으며 세리카를 힘껏 껴안았던 팔을 풀며 그녀를 해방해주었다.

“히윽?!”

“오, 말랑말랑.”

물론, 떨어지기 전에 고양이 귀는 만져보고.

감상평. 세리카의 고양이 귀는 말랑거렸다.

얼굴을 붉게 물들인 세리카가 화를 내면서 쫓아왔으나 나는 웃으며 그녀에게서 도망쳤다.

“다들, 내일 봐요~! 안녀엉~!”

“거기서! 거기서라고, 이 자식아!”

“세리카 귀 말랑거려서 기분 좋네요! 헤헤헹!”

“야!!!”

다음엔 시로코 귀도 만져봐야지.

2.

모두가 잠든 밤, 세상이 어둠에 잠기고 처연하게 빛나는 달만이 하늘을 어스름히 빛내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쌀쌀한 바람이 부는 밤이었다.

길거리의 인공적인 빛이 닿지 않는 아비도스의 뒷골목에서 달빛을 유일한 등불로 삼아 바쁘게 일을 하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들은 마치 밤이야말로 자신들에게 있어 낮이라고 말하는 듯, 어둠이 내리앉은 순간에서야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일을 하였다.

빛을 피해서 어둠으로 숨어든 이들.

마치 벌레와도 같이, 내리쬐는 빛과 시선을 피하여 자신들의 그릇된 목적과 돈을 위해서 움직이는 이들.

그런 이들은 어느 도시에나 있는 법이었고, 이는 아비도스도 마찬가지였다.

이곳 아비도스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이곳이 카이저의 둥지라고 불리게 될 정도로 카이저의 손길이 수많이 뻗쳐있는 장소라는 것.

그렇기에 이곳에서 활동하는 이들 대부분은 아비도스 자치구에서 카이저가 개입하는 부분이 참 많다는 것을 어렴풋이 혹은 대놓고 알게 될 정도였다.

더 나아가, 하나의 불문율마저 생길 정도로.

카이저의 둥지에서 카이저에게 대항하지 말아라.

그런 내용의 불문율은 아비도스의 모두에게 새겨진 일종의 각인과도 같았다.

낮이 아닌 밤을 주역으로 삼는 모두는 카이저를 두려워했고, 그들에게 감히 대적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 존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실크, 실크, 실크! 또 네놈이냐, 실크으으으──!!”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자신들의 앞길을 방해하기 시작하는 불청객.

다른 이들은 영웅이라 칭송하지만, 카이저에게 있어 실크란 그저 방해꾼이자 숙적에 불과했다.

자신들의 ‘대업’을 방해할 가장 큰 걸림돌이자, 언젠가는 무너뜨리는 것을 넘어 사멸시켜야 할 적.

“왜, 도대체 왜 이런 시기에 나타나는거야!!!”

카이저 PMC의 이사는 크게 노호성을 내뱉으며 책상을 뒤엎었다. 우당탕 소리와 함게 쏟아지는 물건. 이사의 사무실에 함께하던 병사들의 몸이 움찔거리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이사의 감정이 격양돼있었다.

다만 그곳에 있는 병사들 중 이사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는 없었다.

단순히 카이저에 소속된 병사로써의 입장에서 실크는 명명백백한 카이저의 숙적이자 방해꾼이었으니.

“하아, 하아. 빌어먹을.”

“……괜찮으십니까, 이사님.”

“실크가, 우리 카이저의 꼬리를 쫓고 있다고 했나….”

“예. 그렇습니다.”

“허허. 흐흐흐. 흐하하하하─!!”

“…….”

이사는 너털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카이저는 아비도스에서 명실상부한 폭군이었다.

언젠가 아비도스 자치구를 손에 넣겠다는 대목표를 위해 꾸며놓은 일이 한두 개던가.

현 시점에 이르러 그것들이 효력을 발휘하여 그 누구도 카이저에게 반기를 들지 않는 것이 당연해질 정도로 그들은 철저했고, 또 압도적이었다.

“자그마치 십여년을 넘게 세워놓은 계획이었다. 프레지던트의 꿈을 이룩하기 위한 첫 발판이었단 말이다! 그 프로젝트가, 단 한 녀석에게 틀어막힐 위기에 처한다고?! 우리 카이저가 말이냐-!!”

그렇기에 어이가 없었다.

아주 긴 시간동안 아비도스를 손에 넣기 위해서 꾸며놓은 계획이었고, 그것이 발휘하며 대업의 달성이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저 실크가 자신들을 쫓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들은 쉽사리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간악한 놈들이라고 평하곤 하지. 하! 우스운 이야기지 않나! 오히려 실크야말로 법을 완전히 무시하면서 키보토스를 놀이터마냥 다루는데!”

어느 순간부터일까, 실크라는 인물은 키보토스에서 법 위에 선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에는 실크가 항상 일관적이게 악당들만 벌해왔다는 것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분명 시민들을 위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이리라.

친절한 이웃. 모두의 영웅. 정의의 상징.

그런 점에서 실크의 발걸음이 닿은 아비도스의 소식이 키보토스 전체로 울려퍼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그가 이전과 다르게 오직 ‘카이저’를 지목하여 아비도스에서 활동한다는 이질적인 모습이 모든 시민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이다.

“왜 하필 우리냔 말이다──!!!”

카이저 코퍼레이션 입장에서는 단순히 과거에 저지른 일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나 보구나, 하면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을 뿐이었다.

“기다리면 될 것이다. 우리가 자치구를 손에 넣고자 한다는 것만 들키지 않는다면 해결될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아무리 실크라고 할지라도 그들이 꾸미고 있는 ‘대업’에 대해서 알고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도 않는 반응. 일반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긴 했다.

그 어느 곳에서도 드러내지 않았던 목표를 알아챈다는 건 사실상 예언의 경지에서나 가능한 일이었기에.

다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밀레니엄으로 돌아가기 전에 폭탄 하나는 터뜨려야지 않겠어?”

실크는 카이저의 기둥마저 뽑아버릴 기세로 놈들을 몰아칠 생각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은 그 맛보기이지만 말이다.

“자, 입 벌려라. 폭탄 들어간다.”

이제부터 난 다양한 방법으로 카이저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예정이다.

남의 불행을 제물삼아 쌓아올린 탑을 무너뜨리기 위해선 그만한 무기가 필요한 법이니까.

그렇기에 지금껏 수많은 힘을 쌓았고, 이 순간에 이르러 그것을 활용하기로 하였다.

이번에 내가 사용할 무기는─.

[속보) 대기업 카이저 코퍼레이션, 블랙마켓서 불법 군수품 밀매 의혹 불거져…]

[카이저 사의 불온한 행적 밝혀져, 카이저는 불가능한 목표를 꿈꾸고 있나? 카이저 인더스트리부터 PMC까지, 시민들 사이에서 “합리적 의심” 반응.]

[카이저 코퍼레이션의 불법 군수품 밀매 의혹으로 민심이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세간에서 친절한 영웅으로 알려진 ‘실크’가 아비도스 자치구에서 카이저를 뒤쫓고있다는 소식이 들려와 시민들에게 다시금 의혹을 품게…….]

[충격, 공포, 실화) 카이저는 사실 수십년 전부터 아비도스 자치구를 손에 넣기 위해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수십년 전부터 보였던 카이저의 자치구 지배의 조짐!밀레니엄이 놀라고, 트리니티가 기겁하며, 게헨나가 오열하는 카이저 코퍼레이션의 어두운 속내를 밝히다!]

언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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