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51



1.

나는 엄연히 말해 불청객이다.

[블루 아카이브] 세상 바깥에서 건너 온 이방인.

이야기 속에 기록되지 않은 변수나 다름없는 존재.

그것이 바로 나였다.

그렇기에 나는 행동을 취할 때마다 변화해가는 키보토스를 바라보며 우려를 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연, 나는 어느 영역까지 개입해도 되는가.

내가 겉잡을 수 없을 곳까지 이야기를 바꿔버린다면, 내가 그 모든걸 감당할 수 있겠는가.

다른 무엇보다 메인스토리의 근간 자체를 뒤틀어버린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하고 판단을 내려야하는가.

빙의자의 약점은 이러한 것이었다.

아니, 빙의자 뿐만이 아닌 ‘회빙환’에 속한 모든 이들이 같은 고충을 품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과거의 역사와 지식을 알고 변화를 추구하나.

그 변화의 반동을 몹시 두려워해 조심스레 행동한다.

자신의 이점이, 정보가 무너지는 것을 우려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항상 고민한다.

과연.

나는 어디까지 개입해도 되는가.

그 과정에서 본래의 이야기가 망가진다면, 변화에 따른 여파를 내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얼마 전, 친해졌던 친구이자 내가 가장 ‘어른스럽다’라고 생각하는 누군가에게 전했던 의문이자 고충.

“오만한 이야기네.”

내 고민을 들은 ‘누군가’는 그리 답했다.

오만하다고.

네가 모든걸 다 안다는 듯 굴지 말라고.

원래 세상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신이 아닌 이상 알 수 없는 법이니, 고작 정보 몇 개를 알고있다고 모든 사건을 통제하려고 하는건 멍청한 짓이라고.

그런게 가능했다면 세상이 이토록 복잡해지지는 않았으리라. 그녀는 그리 한탄했다.

이내 그녀는 말했다. 만약, 네가 바라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을까 두렵다면──.

“때로는 모든 것을 뒤엎고 다시 써내려가도 되겠지.”

기존의 이야기가 변화하는게 두렵고, 네가 바라는 전개로 흘러가지 않을까 우려된다면 그냥 모든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그만인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적어도,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림을 그려나갈 수는 있겠지.”

그녀는 그리 말했다.

나는, 그럴싸한 이야기라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2.

무정부 사태가 발생하며, 이 키보토스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대상은 과연 누구일까.

행정과 치안이 마비되며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 된 불량학생들?

생텀타워가 마비되면서 자신의 야망을 실현할 수 있게 된 시라누이 카야?

발키리와 SRT가 힘을 잃으면서 세력과 힘을 키울 수 있게 된 블랙마켓?

아니. 전부 틀렸다. 정답은─.

“카이저 코퍼레이션. 그리고 다른 기업들.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이들은 법과 윤리의 제약에서 벗어난 기업들이죠.”

약 한달이라는 시간동안 이어진 인프라의 마비였지만 카이저와 같은 대기업에겐 회사가 기울어질 정도의 타격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애초에 이번 사태에 휘말린 것이 그들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과 학원, 그리고 키보토스의 시민 전원이 포함된 만큼 기업의 손해는 그저 인프라의 마비로 인한 정체 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에 카이저, 그리고 그 외에 불법을 이용하던 많은 회사들이 무정부 사태의 사각을 이용하여 이득을 다양하게 챙겨나갔다.

카이저는 그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고.

“히이로는 그들을 모두 벌할 생각인가요?”

“아뇨. 제가 무슨 권한이 있다고 불법을 저지른 모든 기업들을 벌하겠어요. 제가 하려는건 그저, 평소와 마찬가지로 경고를 남기는 것 뿐이죠.”

“경고?”

“선을 절대로 넘지 말라는 경고. 그를 무시한다면 내가 언젠가 찾아가서 전부 부숴버리겠다는 경고죠.”

“…….”

나는 언제나 활동을 하면서 내 신념과 상징을 담아 메시지를 남겨왔다.

선은 선으로 남고, 악은 추락하리라는 단순하고도 명료한 이치. 그것을 이 세계에 실현하겠다는 것.

나에겐 그것을 실현시킬 힘이 있으며, 내 시선은 어디에나 닿아있다는 의미를 모두에게 실감시키고자 꾸준히 악을 벌하고 또 벌해왔었다.

그러니.

밀레니엄에서도, D.U에서도, 게헨나에서도. 그리고 아비도스에서도 마찬가지로 경고를 남길 것이다.

단순히 말만이 아닌, 모든 수단을 통한 경고를.

“카이저를 상징으로 삼아 모든 기업에 전할 겁니다.”

나는 여전히 이곳에 있음을.

너희가 업보를 쌓는다면, 이리 될 것임을.

카이저는 억울한 일이라 생각할지도 모르나, 나는 그들이 쌓았던, 쌓아갈 업보를 모두 기억하고 있었기에.

‘억울해하고, 후회해야지. 그게 너희의 죄니까.’

그저,

이번에 내가 가르킨 악당이 기업이었을 뿐이다.

놈들은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히이로, 참 무서운 사람이었네요.”

“엥. 제가요?”

“저는 당신이 나쁜 마음을 먹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착하게 자라줘서 고마워요, 히이로.”

“……예? 갑자기요?”

내 선언에 히마리의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

뭐라고 할까, 지금껏 자신에게 착하게 굴던 고양이가 다른 사람에게는 살벌하기 그지없는 맹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의 표정이라고나 할까?

놀라움과 안심의 눈빛이 공존한다.

내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서마저 그 감정이 느껴질 정도로 히마리는 내 모습에 안심하고 있었다.

물론 나는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역시 정의로운 히이로가 제일 멋있어요.”

“그, 그래요?”

대뜸없지만 기분 좋은 히마리의 칭찬에 헤프게 웃은 나는 몇분동안 이어진 쓰다듬을 마음껏 만끽했다.

“그러고보니 히이로. 분명 전에 아비도스에서의 활동을 샬레와 세미나 양측에 승인을 받았다면서요? 이번 방문이 바로 그것인가요?”

“으음. 아뇨, 이번에는 개인 활동입니다. 정식 활동은 선생이 아비도스에 도착한 후, 진행할 생각입니다.”

“사전 답사, 같은거군요. 그리고… 이번에는 주로 실크로서 활동할 생각인가 보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아무래도 제 동선과 실크의 동선이 겹쳐지지 않으려면 미리 움직이는게 나으니까요.”

“확실히. 나쁘지 않네요. 제가 도울 일은 있을까요?”

히마리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괜찮습니다. 전처럼 ‘비전’으로 보조나 살짝 도와주셔도 충분해요.”

이번 활동은 어디까지나 ‘사전 답사’다.

그러니 히마리의 도움은 나중에 받도록 하자.

“알겠어요. 조심히 다녀오도록 해요, 히이로.”

“네. 다녀오겠습니다. 선배.”

나는 히마리의 배웅을 들으며 아비도스로 향했다.

3.

“쿠로미 세리카야. 만나서 반가워.”

“이자요이 노노미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히이로!”

“전 오쿠소라 아야네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스나오오카미 시로코야. 잘 부탁해.”

대책위원회의 멤버들은 예상 외로 손쉽게 나를 학교 내부로 받아들여주었다.

처음부터 친근하게 다가간다는 내 작전이 먹혀들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내가 신분이 확실하다는 사실엔 안심한 것인지 다들 큰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아니, 다들은 아니었다.

“그, 이쪽은?”

여전히 한 명은 꿈나라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는지 책상에 엎드린 채로 잠들어있는 모습이었기에.

내가 쓰게웃으며 가르키자 시로코를 제외한 모두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정말… 선배! 손님이 오셨는데 잠들면 어떡하냐고!”

“음냐~?”

호시노를 깨우려고 다가간 세리카였지만 의자에 앉은 채로 고개를 까딱거리며 잠결에 취해있는 모습. 절로 웃음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미안! 이쪽은 3학년인 타카나시 호시노 선배. 봤듯이 매번 낮잠만 자는 게으름뱅이인 사람이라서, 용서해줘….”

“푸흣, 괜찮아요. 저희 학교에도 괴짜인 사람이 좀 많아서. 어디든 다양한 사람이 있는 법이죠.”

“이해해줘서 고마워…. 너 착한 애구나……?”

나는 작게 미소지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빈말은 아니다. 애초에 내가 속한 동아리에도 매번 옷을 벗어던지는 사람이 한명 있지 않은가.

‘그거랑 비교하면 약과지.’

아비도스 아이들은 다들 착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게임에서도 보았지만, 실제로 만나니 다른 학원의 학생임에도 나에게 다들 친근하게 대해주었으니까.

물론, 그것과 별개로 다른 학원 소속이라는 것에서 오는 거리감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히이로, 그래서 우리 학원에는 무슨 일이야?”

“아. 다른건 아니고, 아비도스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여러분의 동의를 좀 받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동의인가요? 저희한테?”

“네.”

대뜸 동의를 구한다고 하니 어딘가 꺼림칙하게 느꼈는지 표정을 굳히는 그녀들이었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그녀들에게 준비했던 자료를 건넸다.

바로, 초현상에 관한 조사 자료를.

내가 건네준 자료를 읽어내려가던 그녀들은 이내 자신들의 의심이 착각이었음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그곳에 적힌 내용은 그녀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학교에 피해가 가는 내용이 전혀 아니었기에.

“초현상 조사, 인가요……?”

“헤에~ 뭔가 엄청난 이야기를 들은거 같은데에~?”

“초현상이라니, 그런게 이 세상에 실존하는거야?”

대책위원회의 모두는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여러 의문들을 품은 표정들에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하며 자료를 가르킬 수밖에 없었다.

이건 단순히 초현상특무부의 조사 자료일 뿐만 아니라 세미나에서 공식적으로 그 내용을 인정하고 연구 가치를 승인한 ‘보증된’ 자료였으니까.

초현상과 같이 어려운 부분은 모르더라도 ‘세미나’의 위용은 알고 있는 그녀들이었기에, 내 이야기가 단순히 허풍이나 거짓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지, 진짜라고? 이 이야기들이?”

“사막에 저런 뱀이 잠들어있다니, 놀라워.”

“역시 밀레니엄이네요. 스케일이 확연히 달라요….”

누군가는 경악하고, 누군가는 신비로워하고, 누군가는 복잡하다며 신경을 거두는 모습.

예상했던 반응들이었기에 작게 미소짓고 있을 무렵.

“…….”

나는 어딘가 묘한 반응을 보이는 소녀를 보았다.

정확히는 소녀‘들’이라는 표현이 맞겠지.

평소처럼 귀찮아하는 반응이 아닌, 미소를 머금은 채 마치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모습의 호시노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노노미.

두 사람의 과거를 어렴풋이 아는 나이기에 그녀들이 왜 저런 모습을 보이는지는 짐작했지만, 무슨 감정을 품었는지까진 알 수 없었다.

그저 내가 멋대로 간섭할 일은 아니라고 여겼기에 그저 시선을 돌리고 하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무튼, 자료에 나온 뱀을 조사하기 위해서 아비도스에 찾아온 거에요. 물론 이번에는 사전답사라는 명목으로 찾아온거고, 본격적인 활동은 이후에 일정을 잡고 진행하게 되겠지만요.”

“…그래서 우리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한거구나?”

“네. 아비도스에서 학생회라고 할만한 분들은 여러분들 밖에 없으니까요.”

“…….”

“…….”

내 대답에 대책위원회 멤버들은 다들 감동한 듯한 눈빛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사실상 학교에 대한 애정으로 폐교를 막기 위해 모여있는 것에 불과했지, 실제 학생회는 아니었으니까. 다만, 다른 이의 입에서 학생회라고 불리우니 실제로 인정받은 듯한 기분이리라.

실제로 인정하고 있기도 하고.

“학교에 대한 애정으로 모이신 분들이 학생회가 아니라면 무엇이겠어요.”

아비도스 대책위원회. 그녀들이 자신들의 것이 아닌 책임을 지고 있음을 안다.

선생을 만나기 전까지 그녀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얼마나 고통받았고, 힘겨운 일들이 가득했었는지.

내가 한시라도 빠르게 아비도스에 오고자 한 이유도 저것이었을 것이다. 고생하기만 한 그녀들에게 약간이라도 평화를 안겨주고자, 보상을 주고자.

그리고 끝내,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었기에.

“그러니, 저희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봐요.”

나 또한 너희가 학교를 지키는 모습을 보고싶다고.

이것이 내가 너희에게 전하는 문장이었다.

[!– Slider main container –]


[!– Additional required wrapper –]






Tip: You can use left, right, A and D keyboard keys to browse between chap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