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50



1.

회귀, 빙의, 환생.

일명 ‘회빙환’이라 불리는 창작물의 단골 소재.

보통 주인공에게 부여되거나, 혹은 주인공에 버금가는 조주연이 지니는 설정인 저 셋은 어떤 방향으로든 작품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는다.

왜? 어째서 그들은 모두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지니며, 남들보다 더 앞서가는 존재로 묘사되는가.

무슨 이유로 그들은 남들보다 더 드높은 존재이며, 남들보다 앞선 존재로만 묘사되어야만 하는가.

이유는 간단했다. 실제로 그러했으니까.

셋 모두 공통적으로 남들보다 우위에 선 존재니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혹은 무력적으로. 어느 분야에서든 저 개념에 속한 인물들은 이야기 속에 그 흔적을 새겨넣으며 자신만의 변수를 창출한다.

‘삶’ 자체에 대한 중첩. 남들이 알지 못하는 지식. 남들이 겪지 못하는 경험을 통한 사고의 확장.

혹은, 치트에 가까운 능력의 활용이나 기연까지.

자신만의 이점을 살려서, 그들은 강해진다.

그렇다면.

“나의 이점은 무엇일까.”

내가 첫 계획을 세울 때부터 들었던 근본적인 생각.

이 세상에서 유일한 ‘빙의자’가 된 내가 가질 수 있는 이점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정답은 생각 이상으로 간단했다. 애초에 이것은 오직 나에게만 국한된 요소가 아니었으니까.

회귀자든, 환생자든, 혹은 나처럼 빙의자든 동일하게 부여받는 이점이 하나 존재한다. 남들에게는 없는, 오직 ‘회빙환’을 겪은 이들만이 지니는 유일한 이점.

정보.

나의 계획은 모두 저 단어로부터 시작됐다.

메인스토리 1장의 주역인 아비도스 고등학교.

그곳의 학생회 역할을 수행하는 ‘대책위원회’ 멤버들.

그들은 무슨 경위로 이 세계의 주인공인 ‘선생’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는가.

어째서 선생과 그들이 만나게되며 메인스토리가 시작되었는가.

내가 계획을 막 세우기 시작했을 무렵에 품었던 의문. 그때 당시에는 내 머릿속에 담긴 기억에만 의존하며 메인스토리의 내용들을 추적해나갔기에 계획 하나를 세우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게 긴 시간동안 기억력에 의존하며 계획을 세우고, 지우기를 반복한 끝에 내리게 된 결론.

“기록을 남기자.”

그것은 바로 이 세계의 이야기를 적어놓는 것.

내가 기억하고 있는 [블루 아카이브]의 스토리를 적어 나만이 읽을 수 있는 일종의 기록서를 만들었다.

그렇게 ‘스토리라인’이라 부르는 기록이 완성됐다.

이 ‘스토리라인’은 1장부터 최종장 그 이후까지의 내용을 내가 기억하는 대로 순서와 내용을 적어놓은 것으로, 나름의 조사를 통해 사건의 발생 시기까지 추측해서 적어놓은 기록이었다.

중간 중간에 있을 이벤트는 모두 적지 못했지만, 황륜대제나 수영복 이벤트 등의 굵직한 이벤트는 대충 시기를 짐작해서 적어놓았다.

오직 ‘한국어’로.

이 세상에서 나만이 읽을 수 있도록.

그렇게 아비도스로 출발하기 며칠 전,

나는 기록해놓은 ‘스토리라인’을 다시금 정독했다.

대충 사건의 전개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내가 개입해도 될 부분과, 개입해서는 안될 영역을 가늠한다.

나무가 가지를 뻗어나가듯 생각을 거듭할수록 계획의 갈래는 더욱 많아지고 내가 내릴 수 있는 선택의 폭도 함께 넓어지기에 이른다.

그렇게 내린 결론.

“우선, 환경부터 만들어야겠네.”

아비도스에서 내가 활동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한다.

그것이 내 계획의 첫 발자국이었다.

2.

아비도스 대책위원회가 처한 상황은 다음과 같다.

극심한 사막화로 인한 자치구의 황폐화.

그녀들의 선배가 빌리게 된 채무에 대한 책임.

온갖 불량학생들에 의한 괴롭힘.

그 외에도 수많은 문제들이 즐비한 장소이나, 대체적으로 메인스토리에서 비춰진 문제는 저러했다.

카이저 코퍼레이션의 ‘자치구 소유’라는 목적 하나만을 위해 생겨나게 된 문제들.

사막화 자체는 카이저가 원인이 아니었으나, 그 현상을 이용하여 아비도스를 결국 파멸에 이르게 한 것은 녀석들의 관여도 분명히 존재하였다.

그런 점들에서 내가 해야할 일은 단순했다.

카이저에게 직접적으로 철퇴를 가할 수 없는 이상, 그놈들이 아비도스에서 활개칠 수 없도록 하여라.

카이저가 아비도스를 압박하기 위해 사용하는 패를 잃어버리도록 만들면 그만이다.

바로,

“시, 실크가 왜 이곳에……!”

“으아아아악!”

불량배, 혹은 헬멧단이라 불리는 녀석들에게.

카이저와 협력하는 것을 두려워하도록 만들면 된다.

아비도스에서 카이저를 불운의 상징으로 생각하게 만들면 그만이다.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돈이지만, 자신의 일상과 안전에 큰 위협을 받는다면 돈을 포기하기 마련이다.

나는 아비도스에 도착한 첫날부터 아비도스 인근에 위치한 모든 헬멧단의 정보를 수집하고, 카이저와 약간의 커넥션이라도 있는 녀석들을 습격했다.

단순히 쓰러뜨리는 것에 그치지않고 놈들을 붙잡아 정보를 캐내며, 내가 ‘카이저’와의 연결점을 지닌 헬멧단 혹은 불량배를 찾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이 소식을 키보토스 모두에게 전했다.

이번에는 소식이 자연스레 전파되길 기다리지않고 베리타스와 히마리에게 부탁해 키보토스 곳곳에 내 소식이 전달되도록 유도를 부탁하였다.

‘실크가 이번엔 아비도스에 나타났다.’

‘아비도스에서 실크가 카이저를 쫓고 있다.’

‘카이저가 아비도스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건가?’

자연스레 그리 연상되도록.

지금껏 쌓아온 나의 인지도를 이용해 자연스레 시민들의 관심이 카이저에게 집중되도록 만들고, 더 나아가 의구심을 품도록 여러 떡밥을 뿌린다.

“카이저가 이곳에서 뭘 하고 있는거지?”

“사막 아래에 도대체 무엇이 있는거냐.”

환경을 바꾸고, 시선을 집중시키고, 오직 나에게 유리하도록 상황을 조절한다.

내가 목표로 했던 공포의 각인과 메세지의 전달은 순식간이었다.

무법지대인 게헨나와는 달리 며칠 정도 밤낮을 가리지않고 습격하다보니 소문의 전파도 빠르고, 카이저와의 협력을포기하는 녀석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멈추지않았다.

내가 바라는 목적은 이것보다 훨씬 먼 곳이었으니.

“근본적으로 아비도스의 상황은 나아질 수 없겠지.”

“허나, 고칠 순 없더라도 더 망가지게 하진 않겠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수면 아래로 잠든 이슈를 꺼내들기 위해선 시민들의 노력이 아닌, 유명인 한명의 한 마디면 충분하다고.

아비도스의 상황은 모두가 애써 눈을 돌리고있는 것에 불과하다. 나는 모두가 이 상황에 집중하도록 만들 것이다. 그리고 회피하지 않게 할 것이다.

“어른과 학생이라. 참 더러운 세상이야.”

아비도스의 상황은 참 비극적이다.

카이저가 자치구 하나를 삼켜내려는 상황을, 다른 학원은 물론이고 총학생회까지 지켜보고만 있는 실정.

학생들의 불행에 책임을 지는 어른은 없고, 그것을 이용하려는 어른들만 가득한 세상이라고 했던가.

“그럼 그 어른을 추락시키면 그만이지.”

시민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상황을 만들어, 놈들이 함부로 행동할 수 없도록 만들면 그만이다.

그리고 다른 녀석들에겐 애써 시선을 돌리며 회피해온 대가를 실감하게 만들 것이었다.

“진짜 어른이 오기 전까지, 너희는 함부로 행동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선생이 아비도스로 도착하기 전에 만들어놓은 상황이었다.

3.

실크의 소식은 아비도스에게도 곧장 전달되었다.

어느 날 갑작스레 아비도스로 나타난 실크가, 불량학생들과 범죄자들을 소탕하더니 카이저의 뒤를 쫓고있다는 소식이 인터넷에 널리 퍼졌으니까.

다소 뜬금없는 등장이었으나, 아비도스의 학생들은 실크의 활동에 환영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등장으로 자신들의 학교를 빼앗아 거점으로 삼겠다는 불량학생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아비도스에 평화가 찾아오게 되었으니까. 그 덕분일까, 누군가는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될 정도가 되었다.

“사실 실크는 우리를 도와주려고 찾아온거 아닐까?”

세리카의 다소 낙관적이고 희망찬 말이었지만, 그 누구도 세리카의 말을 부정하거나 비관적으로 그녀의 말을 비틀지 않았다.

“아하하….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응응!덕분에 우리도 마음 편히 쉴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음냐…….”

실제로 그녀들이 실크에게 도움을 받은건 사실이었기에. 주에 몇 번이고 불량 학생들에게 시달리던 그녀들은 실크의 등장으로 불량 학생들이 감쪽같이 사라진 일에 대해 감격마저 느끼고 있었으니까.

“응. 아침에도 라이딩하는데 거리가 평화로웠어.”

“대체 어떤 사람일까. 만나보고 싶다….”

보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절망만을 품으며 살아가던 나날이었다.

긴 고민 끝에 선생에게 도움을 요청하기까지 했으나 선생이 언제 도착할지도 알 수 없었던 상황.

그런데 갑자기 귀신같이 실크가 나타나서 아비도스의 치안을 정리해주니 그야말로 무한대의 호감이 실크에게로 보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근데 실크가 왜 이곳에서 카이저를 쫓고 있는걸까?”

“으음. 저도 잘 모르겠네요. 실크니까 당연히 이유가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물론, 실크의 행적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었지만.

실크이기에 무언가 이유가 있으리라- 그리 여기며 대책위원회 멤버들은 그리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실크에 대한 이야기로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던 아비도스 학생들이었다.

그 순간.

“으음…? 뭔가 손님이 온 것 같은데~?”

호시노의 말에 대화가 끊어지며 학교 바깥에서 처음 보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새하얀 백발.

푸른빛 눈동자.

밀레니엄의 지정 교복.

그리고 등에 차고 있는 방패까지.

“음?”

“누구지?”

“…적인가?”

모두의 눈동자에 의문이 깃든 그 순간.

소녀가 대책위원회 멤버들을 바라보더니 이내 해맑게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나나시 히이로라고 합니다!”

그것이,

아비도스 대책위원회와 나나시 히이로의 첫 만남이자- 동시에, 실크와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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