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9
1.
“히이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뭐에요?”
“기준이요? 어떤거 말인가요?”
“저번에 말했던 디펜더스요. 저희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히이로가 개인적으로 사람들을 영입하고 있잖아요? 그 기준이 궁금해서요.”
“아.”
전에 히마리 선배와 이야기했던 주제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집단에서 개인이 가장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가치 중에서 최고인 것은? 누군가에게 중책을 맡겨야만 하는 상황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
내가 ‘디펜더스’라는 집단을 구상하고, 그 구성원이 될 인물들을 평가할 때에도 마찬가지의 의문이 있었다. 나는 과연 어떠한 기준으로 영입을 해야할까.
자금? 성실성? 능력? 인맥?
나는 그것들 모두 고개를 저을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사람의 진실성에 있다.
누군가는 신뢰, 혹은 믿음이라고 말하는 요소.
“신뢰할 수 있느냐. 바로 그거죠.”
나는 오직 ‘믿을 수 있는’ 대상을 기준으로 삼았다.
신화를 담은 성경에도 기록된 열 가지의 계명?
사람들이 모여 형성한 사회의 규범과 원칙?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옳고 그름의 가치?
다 필요없다.
‘전부, 기준으로 삼기에 부적합한 가치들이지.’
그 따위의 것들은 머릿속에 넣지 않았다.
아니, 애시당초 넣을 필요가 없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은 미약한 어린 양들을 에덴동산으로 이끄는 일 따위가 아니다.
약자를 지키고, 악인으로부터 선인을 해방하고, 사회의 질서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키는 방벽.
우리의 역할은 그것이 전부였다.
“그 신뢰성을 어떻게 증명하죠?”
“……감입니다.”
“네? 감이요? 직감?”
“네.”
내 대답에 히마리는 말문을 잃은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정확히는 전생의 기억의 도움 덕이지만.
“지금까지 틀린 적은 없잖아요?”
“……그걸 부정할 수 없다는게 참 분하네요. 하지만, 정말 그 정도의 기준으로 괜찮겠어요?”
“뭐, 오직 신뢰성만 가지고 판단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여러 가지 기준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성이라는 거죠.”
“그렇다면?”
내가 추구하는 디펜더스는 어디까지나 자경단이다.
다만, 국제적인 큰 사건에도 개입하는 월드 클래스의 자경단.
전생의 어벤져스와 비슷한 위치까지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디펜더스의 방식도, 어벤져스의 것과 유사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선 착하든 나쁘든, 과거가 어떻든 신경쓰지 않을 겁니다. 원래 이런 히어로 집단엔 온갖 괴짜들이 모여드는 법이니까요.”
어벤져스의 멤버들은 어떠했지?
수십년간 얼음에 쳐박혀있던 로이더 군인.
환락에 빠져살다가 반군에 납치까지 당했던 업보 쌓기 장인 무기개발자.
한량으로 살다가 아버지에게 신 자격마저 빼앗긴 전적이 있던 천둥의 신.
항상 마음 속에 분노를 품고 살아가는 박사학위만 7개를 취득한 생체 시한폭탄 박사.
온갖 사건을 벌이고 다녔던 암살자 및 용병 남녀.
참 가관이었다.
누군가는 이를 서사라고 부르겠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이만큼의 괴짜들도 없을 것이다.
거기에 추가된 수많은 영웅들도 정상은 없었다.
누군가는 윤리적이지 않았고, 누군가는 정의롭지 않았고, 또 누군가는 한없이 계산적이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은 어벤져스다.
때문에 내가 영입하고자 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로 그것들에 구속시키지 않을 것이다.
“히이로의 목표는 악인을 벌하는 것이 아니었나요?”
맞다. 하지만 다르다.
“저는 이 도시에 오로지 선한 이들만을 남기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애초에 사람의 성품은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죠. 사람의 마음을 누가 알겠습니까.”
악하더라도 감추고 살아가는 이가 있을지 모른다.
교활하더라도 선인을 연기하는 이가 있을지 모른다.
위선으로 자신의 만족감을 채우는 인간군상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선과 악의 가치. 사회 규범과 통념. 그리고 윤리.
내가, 그리고 우리가 활동하는데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필수적인 가치라고는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악을 벌하는 것이지, 악을 교화시키고 선을 숭상하는게 아니다.
착한 것을, 옳은 것을, 선한 것을 절대적인 가치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게 전부죠. 애시당초 선과 악의 개념따위 불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신경 쓸 이유도 없고요.”
때문에 그 가치들이 내가 만들고자 하는 집단의 구성원들을 옭아매는 일따위는 없어야만 했다.
우리가 남들을 평가할 수 없듯, 남들도 우리를 평가할 수 없다. 그게 당연한 것이지 않겠는가.
‘어벤져스는 외압에 의해 분열되었고, 이는 아이언맨과 캡틴의 신념 차이가 결정적이었다.’
어쩌면 내가 만들고자 하는 디펜더스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 부분에 있어 그다지 걱정이 없다.
“전 제 감을 믿어요. 그리고 선배와 다른 사람들도 믿죠. 여러분들을 믿겠다고 결심한 제 생각도 믿고요. 그러니 걱정은 별로 없어요.”
다른 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지식이 내겐 있다.
그 지식이 만능이란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행적을 대변하는 기억과 행적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거기다, 그들 모두를 하나로 연결지을 수 있는 ‘선생’이라는 존재마저 있는 실정이다.
‘그들 모두를 의심하는건 사실상 의심암귀에 빠진 것이나 다름 없지. 트리니티의 누군가처럼.’
사람을 구한다. 질서를 지킨다. 악을 벌한다.
눈앞의 불의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그 정도의 인식이라면 충분하다.
영웅이란, 나 자신이 옳다는 것을 행하는 사람이지.
사람들에게 옳고 그름의 이치를 전파하는 자가 아니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자가 아니다.
그러니.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후후. 그렇네요.”
내 마음 속 영웅은, 밤 하늘에 떠오른 별빛과도 같다. 아름답고 선명하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그럼에도 인류가 지식과 힘을 합쳐 우주로 나아갔듯이, 마찬가지로 우리는 힘을 모아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꿈을 이루는 것은 그만큼 값진 것이니까.
2.
“…그래서, 무슨 일로 찾아온건데.”
방금까지 충격에 빠져 비명지르고 난리를 치던 세리카가 약간 얼굴을 붉히며 그리 물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진지한 표정으로 말이다.
“?”
뭐지? 왜 저렇게 분위기를 잡지?
둘러보니 주변의 다른 대책위원회 멤버들도 뭔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심지어 호시노까지도.
“…….”
설마, 내가 실크인걸 밝혔으니 중요한 이야기를 꺼낼거라고 생각해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건가?
“엥. 그냥 놀러온건데요.”
“…….”
“…….”
“하? 거짓말치지마.”
진짠데.
“아니, 저 찾아오면 안돼요?”
“그건 아니긴 한데…….”
“아니, 그…….”
“그럼 갑지기 정체는 왜 밝힌건데!”
오히려 내가 이렇게 말할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
그리고 정체를 왜 밝혔냐니.
“아니 그, 솔직히 저 너무 티나게 움직이지 않았습니까? 실크가 사라지니까 저도 사라졌잖아요.”
일부러 허술하게 움직인 감도 있지만,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이 보기에 ‘뭐지? 인의적인데?’ 라고 생각할만한 동선이기는 했다.
애시당초 내가 아비도스에 온 시기랑 실크가 온 시기랑 대충 비슷할테니 더욱 의심을 더하겠지.
물론, 아비도스 친구들이 아니면 파악할 수 없도록 철저하게 움직이긴 했다만.
외부에서의 시선과 내부적인 시선은 다르니까.
“심지어 저 사막 조사 명목으로 와놓고 한 것도 별로 없고요. 결론적으로 비나를 잡긴 했는데. 뭐, 그건 사실상 히이로가 아니라 실크가 붙잡은거니.”
“…….”
“사건이 다 끝나고 찾아오면 여러분들도 당연히 저 의심할텐데 그냥 미리 밝혀버린거죠. 무엇보다 여러분들이라면 믿어도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그건 그렇네요…….”
“……믿어도 된다니, 뭔가 기분 좋네요. 헤헤.”
응.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니까. 더 좋아해.
“이씨…! 근데 왜 하필 지금이냐고……!”
“나중에 밝히든 지금 밝히든 달라질건 없으니까요.”
“이익……!!”
타당한 이야기를 하니 말문이 막힌 세리카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내 등을 퍽퍽 때렸다.
딱히 아프지도 않았기에 내버려두고 말을 이어갔다.
“물론, 여러분들이 처음에 이야기하셨던 ‘중요한 이야기’도 염두에 두곤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꺼내고 싶지는 않아요. 지금, 다들 엄청나게 바쁘잖아요?”
“……응. 그건 맞아.”
“확실히, 정식 동아리가 되고 조금 바빠졌죠.”
“으헤~ 사람이 늘어나니 체크할게 너무 많다고~”
그래서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한거다.
아비도스가 안정되지도 않았는데 영입은 무슨.
복잡한 이야기를 지금 꺼내봤자 머리만 더 아프게할 뿐이었다.
“그러니 나중에 하죠. 저도 지금은 그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서.”
“하아, 정말로 놀러온 거였구나…….”
“진짜라니까요. 처음부터 말했잖아요.”
영입은 개뿔, 너희랑 놀고 싶다고!!!!!
당장 날 재밌게해라!!!!!
“놀아줘요. 저 심심해요.”
“……히이로, 제발.”
“왜요.”
“너가 입을 열때마다 머릿속 실크의 이미지가 박살나는 것만 같아. 입 좀 다물어줘.”
“…….”
그 정도인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변을 돌아보니 세리카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인지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모습.
아니, 진짜 그 정돈가……?
“흠.”
어쩔 수 없다. 그 명언을 들려줄 때인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세리카의 귓가에 입을 대었다.
그리고 유명한 문장을 세리카에게 들려주었다.
“동경이란…, 이해에서 가장 먼 감정이야.”
“네가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분통을 터뜨리며 내게 달려든 세리카의 양팔을 붙잡으며 나는 다음 대사를 입에 담았다.
“너무 강한 말은 쓰지 마…. 약해 보인다구.”
“뭐라는거야, 진짜아……!!!!”
“언성을, 그렇게 언성을 높이지 마라. 쿠로미 세리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잖아?”
“닥, 쳐어어어……!!!”
푸하하.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세리카에게서 도망갔다.
아. 재밌다. 역시 세리카가 놀리는 맛이 있어.
우리는 그렇게 몇 십분간 술래잡기를 즐겼다.
물론, 나의 일방적인 놀이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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