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39



1.

해결사. 심부름 업체. 흥신소.

고객에게 의뢰를 요청받고, 의뢰 내용을 수행하여 목적을 달성한 후 보수를 제공받는 일을 하는 사람들.

경호. 물건탈취. 요인포획. 거점탈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의뢰의 유형이 존재한 만큼, 해결사마다 주로 활동하는 분야도 각기 다르게 존재하였다.

허나, 의뢰를 수락하는 조건이 각기 다른 해결사들이지만 그들에게도 공통으로 의뢰를 수락하게 만드는 조건이 하나 존재하였으니.

돈. 보수.

바로 그것이었다.

의뢰의 보수가 얼마냐, 에 따라서 그들이 의뢰를 수락할지 말지가 결정나는 경우가 다분하다는 것.

이는 현실도, 키보토스도 별반 다르지 않았고 높은 보수의 의뢰라면 아무리 힘겨운 일일지라도 그 욕심에 이끌려 수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몇몇 해결사들은 그러한 보수 때문에 위험하고, 불법적인 일에도 손을 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내용에 비해 단가가 의문스러울 정도로 높다면 받는 고용인들이 의구심을 품고 의뢰를 거절하는 일도 있기도 하나-

이러한 상황들 대부분은 모두 해결사 업무를 시작한 초기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과도 같은 것.

그렇다면 해결사 업무를 시작한 초반부에 인지도와 신용도를 빠르게 올리고, 보다 더 많은 의뢰를 통해 자금을 쌓을 방법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운이라고 말할 것이며,

누군가는 인맥이라고 표현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상회할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면 운이든 인맥이든 상관없이 모두가 바라는 인재가 되기에 적합하리라.

바로 실력.

압도적인 실력만 있다면.

그 해결사는 모두가 바라는 최적의 인선이 된다.

이는 어느 세상에서도 보편적인 가치였다.

그렇기에.

“고맙소, 무명(無名) 형씨! 역시 대단한 실력이구만!”

“그럼 돌아가보겠습니다.”

“그래! 나중에 또 부탁할 일 있으면 연락하겠수!”

해결사 업계에 뛰어든 한 소녀가, 순식간에 해당 업계에서 유명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다름없었다.

2.

해결사에게 부여되는 의뢰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키보토스의 일상을 생각해보면 보편적으로 부여되는 의뢰에는 무력이 필연적으로 동반된다.

무언가를 지키고, 무언가를 빼앗고, 무언가를 부수고.

총기와 폭탄이 보편화된 세상인 이곳에서 해결사 업무를 수행하는 이가 폭력이 아닌 대화라는 수단을 사용해서 업무를 해결하는 것이 오히려 멍청하다는 평가를 받게 될 만큼, 이 세상은 폭력과 파괴를 상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물론,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수행되는 의뢰도 존재하기는 했으나 그것은 비유하자면 전설의 포켓몬과도 같은 것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즉, 키보토스의 해결사 업계는 뼛속부터 ‘하드보일드’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폭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성향.

그리고 이러한 성향은, 내가 해결사 업무를 요청받을 때 설정해놓은 조건 중 하나인 ‘초현상’ 및 ‘이상현상’과 관련된 의뢰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쾅!

“크아악!”

포탄처럼 쇄도한 원형 방패가 누더기를 두른 로봇의 복부를 강타하며 튕겨나가더니 한 소녀의 손에 가볍게 안착한다.

그 모습에 공격받은 누더기 로봇들- 자신들을 ‘소확행’이라 소개한 이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 이건 횡포다! 욕망에 찌든 기업의 개가 우리를 향해 휘두르는 일방적인 폭력이다!”

“…….”

왜냐하면, 나에게 도착하는 ‘초현상’이라는 의뢰의 대부분이 사람에 의한 일이었으니까.

의뢰주가 착각했거나, 혹은 의뢰주가 다른 목적을 가지고 나를 이용하거나. 아직 초기라서 그런지 내가 겪게되는 대부분의 의뢰는 이러한 형태였다.

나는 한숨도 내쉬지 않았다. 그저 방패를 들었다.

이번에는 아무래도 전자의 경우에 속한 의뢰로 보였으니까. 이번 의뢰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자신의 사유지에서 늦은 저녁마다 들려오는 괴상한 소음과 누군가의 웃음 소리. 그 정체를 밝혀달라는 것이었다.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 와보니 초현상은 커녕 노숙자 로봇들이 있더라.

“사유지를 침범해놓고 횡포는 무슨.”

“어, 으어어, 오지 말아라!”

나는 몇분만에 소확행 놈들을 사유지에서 몰아내곤 의뢰주에게 상황을 간략히 요약해 의뢰를 마쳤다는 메시지를 보내놓았다.

그러자 곧바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보수를 계좌로 지급했다는 말을 보내오는 의뢰주.

“…….”

나는 그것을 확인하지 않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의뢰주를 믿었기 때문이 아닌, 계좌에 찍혀있을 금액을 보고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쯧. 돈 계산은 철저한 새끼들.”

얼마 전에 진행했었던 첫 번째 의뢰.

게마트리아와 만나게 되었던 그 의뢰는 사실상 실패나 다름없었다. 유령회사 ‘힉스’의 진상을 밝혀내지도 못했고, 그저 내 비밀만 더 얹어온 셈이었으니까.

이후로도 히마리 선배와 베리타스의 도움으로 조사를 진행하였으나 불가능했다. 히마리 선배의 말로는 자신도 처음보는 유형의 방화벽으로 시스템들이 보호되어 있어서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했었다.

그렇게 첫 번째 의뢰가 허망하게 무너지나 싶었는데, 게마트리아 이 새끼들이 내 계좌로 의뢰 보수를 넣어주었다. 처음엔 나를 조롱하기라도 하는건가, 하며 분노를 느꼈지만 지금은 그냥 짜증났다.

이후에 내게 익명으로 온 메시지를 보았기에.

[친애의 증표로 당신께 보냅니다. 부디 원하시는 대로 사용해주시길.]

친애는 개뿔. 씹어먹을 소리를 하네.

덕분에 계좌가 빵빵해지기는 했지만 나는 놈들이 보낸 금액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이유는 그냥, 그러고 싶었으니까.

놈들이 준 돈을 사용하는 것도 신경쓰이고, 애초에 갑작스럽게 생겨난 돈에 대해서 의심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기에.

그리고… 여전히 나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고민도.

이런 내 결정의 일부 영향을 주었으리라.

“…일이나 하자.”

고민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고민을 할 틈도 없이 바빠지면 그만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 말대로 나는 여전히 고민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에 더더욱 열심히 일에 매진하기로 하였다.

더 많은 의뢰를 받고,

더 열심히 히어로 활동을 한다.

내가 목표로 한 길을 우직하게 걸어간다.

그 과정에서 사사로운 고민 따위는 필요치않았다.

‘내가 해야할 일을 하자.’

나는 곧바로 다음 의뢰를 수락하였다.

3.

해결사 업무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으나 내게 요청을 보내오는 의뢰는 참 다양했다.

내가 조건으로 걸어둔 ‘초현상’이나 ‘이상현상’에 대한 의뢰를 쉽사리 찾아내기가 힘들 정도로 말이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을까.

“으음. 단숨에 유명해지는 것도 문제네요. 오히려 요청사항이나 건의에 일반 의뢰를 받아달라고 말하는 사람마저 있을 정도에요.”

“하하…….”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의뢰에서 보여준 실력 때문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듯 나에게 들어오는 ‘초현상’ 관련 의뢰의 대부분은 사람이 원인인 경우가 많았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전투가 동반되는데, 어떤 경우에는 혼자서도 해결하기 힘들 정도의 숫자가 얽히는 경우 또한 존재하였다.

그런데 나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모든 의뢰를 해결해버리니 단숨에 소문이 퍼져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

이러한 이유들이 겹쳐서 업계에서 나를 부르는 별명 중 하나가 ‘사서 고생하는 해결사’이기도 했다.

간단하게 보수가 좋은 의뢰를 받아들이면 될텐데, 굳이 ‘초현상’이라는 이상한 분야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에.

그런데도 어느 누구보다 좋은 실력 때문에 무시하기보단 아깝다는 평가를 보내오는 것이다.

“이건히이로가 선택할 문제네요. 사실상 이 활동은 초현상특무부 부원의 활동을 겸하기 위한 것이지, 오직 초현상만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니까요.”

이대로 ‘초현상’만을 조사하는 의뢰만 수행하느냐.

아니면, 다른 의뢰들도 수행하느냐.

답은 간단했다.

“다른 것들도 겸임해서 진행하도록 하죠.”

애초에 이 활동은 실크가 아닌, ‘나나시 히이로’라는 학생의 인지도와 활동 범위를 늘리기 위한 활동이기도 했으니까.

더 다양한 의뢰를 통해 많은 이들이 나를 인식한다면 그것으로도 만족스러운 일이다.

“후후. 그럴거 같았답니다. 자, 여기요.”

히마리도 그런 내 속내를 짐작하고 있었는지 곧바로 미리 준비해놓은 의뢰 하나를 보내왔다.

그것을 읽어내린 나는 눈을 희둥그레 뜨며 히마리를 바라보았다.

“히마리 선배. 이 의뢰는……?”

“후후, 간단한 화력 지원 의뢰랍니다. 어떤 무뢰배가 밀레니엄의 발전시설을 무단으로 점거해 제멋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 자들을 쓰러뜨리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에요.”

히마리의 설명에도 나는 진정할 수 없었다.

애초에 내가 집중한 부분은 그게 아니었으니까.

“아니, 의뢰인이랑 특이사항이 이상한데요……?”

“제 후배라면 이 정도는 능히 이겨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답니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요!

나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히마리가 건네준 의뢰서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엔─.

[밀레니엄 동구 발전시설 탈환 의뢰]

[의뢰인 : 밀레니엄 세미나]

[특이사항 : C&C와의 협업]

하나같이 마주치기 싫은, 살벌한 이름들이 적혀있었다.

이걸지금 나보고 하라고요?

고민을 줄이고 싶어서 더 많은 의뢰를 하기로 한건데, 어째서인지 고민이 더 늘어나게 생겼다.

[!– Slider main container –]


[!– Additional required wrapper –]






Tip: You can use left, right, A and D keyboard keys to browse between chapters.